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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세상

담아온 글들

사랑밭......
2005.08.07 00:37

졸업식 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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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제가 고등학교 졸업할 당시의 일이네요.
    전기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서 후기 시험을 치른 후에
    졸업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졸업선물은 꿈도 꾸지 못할 때였습니다.

    그런데 졸업을 며칠 앞둔 날,
    어머니께서 양복상의를 사오셨습니다.
    저는 너무 기뻐서 그 옷을 바로 입고는
    옆 집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며 돌아다녔습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사주셨어요!"

    어머니는 일당 1만 5천원을 벌고 계셨는데,
    며칠 일한 것을 모으고 또 모으셔서,
    바지는 없이 상의만 사주셨습니다.
    그런데 너무 너무 좋아하는 저의 모습을 보시고
    다음 날 야근까지 하시면서
    3만원짜리 양복바지도 사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멋진 양복에 천원짜리 빨간 넥타이를 매고,
    졸업식 예행연습장에 갔습니다.
    그 때 저를 잘 모르는 선생님 한 분이
    지나가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 이 학생은 이렇게 좋은 옷을 입은 걸 보니
    좋은 대학에 붙었겠구나. 자네 어느 대학에 붙었나?"

    "아닙니다. 선생님. 저는 떨어졌습니다."

    (선생님은 좀 당황하셨지만 한 가지 질문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자네 옷이 참 멋있는데..."

    "아, 예~. 제 어머니께서 사주셨는데요,
    어머니께서 그러셨습니다.
    떨어져도 자식이라고요."




- 채 륜 -



* 출처 : 사랑밭 새벽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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