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생 때의 이야깁니다.
저는 복학을 하고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설계나 큰 꿈을 품지 않은 채
그냥 무료하게 살아가고 있던 시기입니다.
제 방은 여느 자취방처럼 아주 작았습니다.
게다가 건축과를 다니다 보니
제도판이 제방 절반을 차지했지요.
마침 다행스럽게 다락이 있어서
그 곳에 TV를 놓고 보았습니다.
작은 냉장고 하나, TV 하나,
그리고 제도판 하나가 제 전 재산이었습니다.
가끔 친구 세 명 정도가 놀러오면
이불 접어서 제도판에 올리고
조촐하게 술상을 마련하고 앉으면
다 벽에 기대야 하는 그런 방이었습니다.
TV를 볼라치면 목이 아파서 항상 누워서
보아야 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나름대로 아침을 한답시고 부엌에서
몇 가지 반찬에 밥을 해서 방바닥에
신문지를 펴고 상을 차렸습니다.
밥을 한 숟갈 퍼서 입에 물고 고개를 들어
TV를 보는 순간, 인상이 찌그러졌습니다.
재활원 아이들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에잇 ! 아침 먹는데 짜증나게..."
한 아이는 양팔이 없고
어떤 아이는 양팔도 양다리도 없었습니다.
양 팔이 없는 아이가 발가락으로 숟가락질을 해
밥을 먹으려는 장면이었습니다.
"아이! 짜증나!" 하면서 채널을 돌리려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채널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제 자신이 몹시 부끄러워졌습니다.
그 양팔이 없는 아이가 밥을 떠서
자기가 먹는 것이 아니라
팔도, 다리도 없는 아이에게
먹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채널을 돌리려던 손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침밥을 차리면서
'이렇게까지 하며 먹고 살아야 하나' 라고
제 초라한 신세를 한탄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그런 생각을 했던 제 자신이
정말 부끄러워졌습니다.
- 황 준 -
* 출처 : 사랑밭 새벽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