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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세상

담아온 글들

연하가......
2003.06.10 08:37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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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 없습니까?"
"너 나뻐 씨."

은정이 누나의 모습이 멍해 지자 철수는 씩 웃었다.

'그래도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

철수는 여전히 은정이에게 다정한 모습 보다는 악동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누나."

이틀 뒤 철수는 학생 회관 앞에서 우연히 은정이를 만났다.
은정이 옆에는 모르는 남자가 서 있다.

"내가 어떻게 너 누나니? 나는 마음이 곱지 않아서 여자가 아니라며?"
"누구에요?"

철수는 은정이 누나의 말을 씹었다.

"니가 알아서 뭐 하려고. 나중에 봐. 안녕."

철수의 시야에서 은정이가 어떤 키 큰 남자의 팔 장을 끼고 멀어져 간다.
사진속의 남자는 아니었다.

'남자 친구가 생겼나? 정희 누나 말대로라면 얼마 안가 깨지겠지? 불쌍한 놈.'

철수는 한 동안 은정이를 보지 못했다.
철수는 그 사이 미팅을 한 번 했었다.
은정이에게 하던 버릇 때문이었을까?
철수가 여자들이 묻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은정이에게 답 하는 것 처럼 쏘아 붙이는 느낌을 주었다.
거기다가 철수는 다른놈에게 물은 질문까지 가로채는 경향이 있었다.
철수가 미팅에서 깨져 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좀 비참했다.

"무슨 기분 나쁜 일 있어요?"
"네? 갑자기 그건 왜... 아닌데요."
"그럼 참 싸가지가 없는 편이네요."

여자 쪽 사람중에 마음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내 뱉은 솔직한 여학생이 한 명 있었다.
철수가 틱틱 거리 듯 말을 내 뱉자 보다 못한 한 여학생이 자기 속에 있던 말을 내 뱉었다.

"저는 재밌게 하려고 하다 보니까..."
"말투가 내 기분을 많이 건드리네요. 그냥 조용히 있어 주면 좋겠네요."

그 말을 듣고 철수는 머리를 땅바닥에 묻고 꺼이 꺼이 울었다.

'내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철수는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기가 무안했다.
한 여학생의 말에 철수는 충격을 받았다.
철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분위기를 망쳐서 죄송해요. 저 없어도 재밌게 노세요. 그리고 한 마디만 하고 갈게요."

철수가 혼자 자리에서 이탈하려고 하자 남학생들 측에서도 표정이 별로 좋지 못했다.
여학생들 측에서는 더 그랬다.
삼인칭 철수 주인공 시점이지만 잠시 전지적 작가의 입장으로 가 상대편 한 여자의 마음을 훔쳐 보겠다.

'뭐 저런 싸가지 없는 게 다 있냐? 정말 재수 없네.'

철수는 아까 자기에게 싸가지 없다는 말을 한 소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한마디 말을 뱉고는 미팅 장소를 빠른 걸음으로 빠져 나갔다.

"야, 너! 넌 좋겠다, 싸가지가 많아서."

철수는 미팅 장소를 나오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이 정도 용기가 있을 줄이야. 놀랍군. 그나저나 내가 은정이 누나에게 너무 건방졌나 보다. 앞으로는 좀 조심해야지.'

철수가 미팅에서 처참하게 쫓겨난 다음 날부터 학교 축제가 있었다.
철수는 수업 몇 개가 빠져서 좋았을 뿐 축제라 뭐 특별히 할 만한게 없었다.

'아! 세상 여자들, 나 같은 킹카를 이런 자취방에서 혼자 뒹굴게 만들다니. 이건 국가적으로도 낭빈데...'

철수는 주제 파악을 못하고 있다.
그래, 그렇게 살면 자기는 편하지 뭐.
철수는 아침을 굶은 채 자취방 침대에 누워 멀뚱멀뚱 천정 만 바라 보았다.

'정희 누나가 요즘 바쁘단 말이야. 은정이 누나는 남자 친구가 생긴 게 맞는지 통 보이지를 않고... 올 겨울이 오기전에 나도 빨리 여자 친구가 생겨야 하는데, 벌써 마후라도 사 놓았는데. 아! 눈오는 마로니에 거리여.'
(저는 대학 이학년 때 저 정도 까지는 아니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간혹 글을 쓰는데 내 얘기를 바탕으로 쓰지 않나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어서요. 절대 아닙니다.)

"우쒸, 학교나 가 보자."

철수는 학교를 걸었다.

'우리 학교에 예쁜 사람들이 많네. 수원대에서 왔을까?'

철수는 홀로 사람들을 구경하며 캠퍼스를 걸었다.

"얘. 박철수."

철수는 누가 자기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저기 가판대를 하나 세워 두고 약사복인지, 실험복인지 하얀 가운을 입고 서 있는 학생들 틈에 그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은정이 누나가 눈에 들어 왔다.
철수는 짤래 짤래 그 곳으로 걸어갔다.
철수는 반성한 것이 있어 환한 웃음을 지었다.

"누나가 불렀어요?"
"그래."
"무슨 일인데요. 누나 약사복이 참 잘 어울리네요."
"오늘은 나중에 뭘로 놀리려고 아부성 발언이야?"
"이제 누나에게 잘 하기로 했어요."
"왜?"
"깨달은 바가 있어요. 어떤 여자에게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누나에게 제가 좀 버릇 없이 군 것 같아서요."
"누군지 몰라도 참 고맙네."

철수는 가판대 위를 살펴 보았다.
뭔가 이상한 약들이 많다.
"왜 불렀어요? 누나 장사해요?"
"응, 우리가 몇 가지 약을 만들어서 팔거든? 손수 만든거야. 누나도 몇개 만들었어. 너 하나 사라."
"무슨 약인데요?"
"그냥 피부에 좋은 영양 크림하구, 안티 프라민 같은거."
"부작용은 없나요?"
"없어. 간단한 것만 만들어서 파는데. 너 피부 보니까 크림 하나 사야겠다."

은정이 말을 듣고 철수는 자기 볼의 피부를 매만지면서 말을 돌렸다.

"누나 요즘 잘 안보이던데, 그때 내가 본 남자랑 연애한 거에요?"
"연애는 무슨."
"그 남자 계속 만나요?"
"아니."
"또 찼구만."
"아니야."

철수는 은정이 누나 얼굴을 한 번 꼬아 보고는 크림 하나를 손에 쥐었다.

"이거 얼마에요?"
"2000원만 받을게. 그거 사면 내가 맛있는 거 사줄 수도 있다?"
"학생 식당 밥이요?"
"오늘은 좀 예뻐 보이니까 딴 거 사줄 수도 있지."
"누나가 그럼 그 돈으로 이거 몇개 사면 되잖아요."
"그것하고는 느낌이 틀리지."
"그럼 이거 하나 살게요."
"오늘 내일은 이 일 때문에 바빠서 안되겠고, 축제 마지막 날은 너랑 놀아 줄게. 보아하니 따로 만날 사람도 없는 것 같은데."
"만날 사람 많이요. 씨."

철수는 은정이 누나의 말이 사실이라 강한 부정을 했다.
강한 부정....

"그런데 왜 혼자 돌아 다녀?"
"이제 첫 날이잖아요."
"그러지 말고 내게 연락 해."
"이 번엔 차였어요?"
"응?"
"이젠 차여서 만날 사람이 없냐구요?"
"니가 좀 예뻐지려 했는데, 나 지금 다시 기분 나빠지려고 한다. 이제 나한테 잘 한다는 말투가 그거야?"
"아, 맞다. 그럼 예쁜 누나 모레 연락 하겠습니다. 여기 2000원."

철수는 공손히 두손으로 천원 짜리 두 장을 은정이에게 바쳤다.

"그래. 피부에 좋은 거니까 열심히 발라. 내가 모레는 맛있는 거 사줄게."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파세요. 안녕."

철수는 꾸벅 각도 있는 인사를 한 다음 자리를 떠났다.
은정이는 그런 철수가 귀여워 보이는 듯 쌩긋 웃는다.
철수는 친구를 만나 당구 한 게임 치고 자기 방으로 돌아 왔다.
세수를 깨끗이 한 다음 아까 산 크림을 얼굴에 질퍽하게 발랐다.
그리고 저녁 밥을 먹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철수는 다음 날 세수 하러 화장실에 들어 갔다가 거울을 보았다.

'진짜, 믿을 년, 아니다 그래도 잘하기로 했으니까 년이라는 말은 쓰지 말자. 진짜 믿을 여자 못 되네. 이딴 식으로 복수를 한단 말이야?'

철수의 얼굴에 여드름이라고 보기에는 무겁고 종기라고 보기에는 가벼운 것들이 덤성 덤성 돋아 있었다.
철수는 바로 어제 산 크림을 들고 은정이 누나를 찾으러 학교로 갔다.
철수는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 보는게 꼭 얼굴에 난 종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얼굴을 바로 들지 못했다.
고개를 숙이고 어제 은정이 누나가 있던 장소로 빠른 걸음을 걸었다.

"어이, 박 철수."

철수는 고개를 들었다.

"동엽이냐?"
"축젠대 학교는 왜 왔냐? 당구나 치러 가자."
"불쌍한 놈. 축제 기간에 당구나 치러 다니구. 쯔쯧."
"어제 너랑 같이 쳤잖아 임마."
"그렇다고 오늘도 치냐?"
"근데 너 얼굴이 왜 그러냐? 너 연애하냐?"
"뭐?"
"나이가 몇 살인데 얼굴에 여드름이야."
"여드름 아니야. 너 지금 당구장 가는 길이냐?"
"응."
"나중에 갈테니까 기다리고 있어라."
"불쌍한 놈."

철수는 동엽이와 헤어지고 이제는 누가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빠른 걸음을 걸었다.
은정이 누나는 사람들에게 사지 않으면 안되게 만드는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장사를 하고 있었다.
철수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은정이 누나 앞에 떡 크림을 내려 놓았다.

"어, 철수 왔네."
"물어 줘요."
"왜?"
"내 얼굴 봐요. 이게 뭐야."

철수는 가렸던 손을 치웠다.

"어? 얼굴이 왜 이래?"
"어제 이거 바르고 자고 일어 나니까 이렇잖아요."
"너 알러지 있니?"
"그런 거 없어요. 빨리 물어내요."

은정이는 혹시 약품이 변질이 되지 않았나 크림의 뚜껑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통 속의 크림이 거의 반이나 소모되어 있었다.

"이거 누구 다른 사람도 발랐니?"
"저 혼자 발랐어요."
"그럼 너 혼자 한 번에 이 만큼 바른거야?"
"그럼요."
"이 정도 양을 어떻게 다 발랐니?"
"보여 줘요?"
"응."

철수는 나머지 크림을 손가락에 푹 찍어서 자기 얼굴에 바를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은정이 누나의 볼에다 찍어 발랐다.

"야, 뭐하는 거야?"
"누나도 나나 안나나 봐바요."
"이게 무슨 크렌징 크림이니? 그렇게 많이 찍어 바르게."
"많이 발라야 좋지 않나요?"
"조금씩 발라야지. 집에 가서 비누 거품에 깨끗이 세정하고 나면 내일은 괜찮을거야. 넌 여전히 바보 같구나."
"그럼 이거 안 물어 줘요?"
"남자가 쪼잔하긴. 내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잖아."
"그럼 이 번만 참는거에요. 내일도 내 얼굴이 계속 이러면 맛 있는거 사줘도 안돼요?"
"알았어. 너 장사하는 거 좀 거들래?"
"싫은데요."
"내게 잘한다며?"

철수는 따지러 갔다가 두 시간동안 약 파는 걸 거들어야 했다.

"이 크림 바르면 절대 나처럼 되지 않습니다. 이 크림을 바르면 이 피부가 이 누나 피부처럼 됩니다."

철수 덕에 크림이 제법 많이 팔렸다.


## 이글은 이현철님의 '연하가 뭐 어때'라는 글을 퍼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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