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가 어때서 8회
"오늘은 바깥 식당에서 사주네요. 허허."
"선물 하나 받았잖아."
"그 시요?"
"응."
"그거 누나가 뺏어 간 거잖아요. 난 선물 할 마음 없었어요."
"하여튼 너 계속 말대꾸하는 것은 못 고치는구나."
"친하니까 그렇지. 에, 누나가 시를 좋아하는구나. 그럼 내 자주 써줄 수 있어요."
"됐어."
철수는 그윽한 배를 붙들고 학교로 걸어가고 있다.
"누나 수업 있어요?"
"아니. 왜?"
"당구 한게임 쳐요."
"싫은데."
"밥 값 굳었으니까 내기 당구 한게임 쳐요."
"시도 선물 받았는데 그럼 가볍게 한 게임 칠까?"
"그래. 선물 받았으니까 보답을 해야지."
"보답은 벌써 밥으로 해결했잖아."
"밥이야 자주 얻어 먹는거구."
당구장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수업 빼먹고 온 놈들, 수업도 없는데 당구 때 문에 내려 온 놈들.
"뭘 봐?"
철수는 공이 놓여진 당구대 앞에서 큐대를 기대고 서서 약간 허무한 표정이다.
"내가 누누히 말했잖아. 나이 많은 여자하고 놀면 빨리 늙는다구."
당구장 내 의자에 걸터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던 승헌이가 그런 철수를 쳐다 보며 말을 던졌다.
"니 여자친구는?"
"학교 갔지."
"우리 학교 학생 아니냐?"
"우리 학교에 그런 이쁜이가 어딨냐?"
"하기야 내 학교를 그렇게 돌아 다녀도 그렇게 특이한 애는 못봤다 참."
"예쁘지?"
"나한테는 그런 말 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말 하지 마 새꺄."
"한 게임 할래?"
"싫어. 그 여자 참, 자라나는 새싹을 위해서라도, 선물을 받은 기분을 생각해서라도 한 게임 져 주면 안돼나? 바로 배신 때리고 가 버리네."
"그러게 나이 많은 여자하고는 놀지 말랬잖아."
"조용히 새꺄. 사자머리하고 노는게."
철수는 학교를 제법 신나게 돌아 다니는 편이었다.
누나들 하고 놀면서 겨울까지 여자친구 만든다는 생각도 잊고 캠퍼스를 히히,거리며 돌아 다녔다.
철수는 졸업학년이라 바쁜 정희는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 못했으나 대신에 은정이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강냉이의 키가 철수의 어깨 높이까지 커지고, 에어콘이 없는 자취방에 대한 철수의 불만이 커져 가는 칠월이 되었다.
거의 모든 학과에서 시험이 끝이 나고 여름 방학에 들어갔다.
"누나!"
철수는 시험을 마치고 자취방으로 가려다 신나게 뛰어 가는 은정이 누나를 보았다.
"어, 철수구나. 안녕."
"어딜 그렇게 신나게 뛰어가요?"
"나 시험 보러 가잖아."
"도서관에 있었어요?"
"응."
"시험 잘 봐요."
"나 마지막 시험이거든. 두시간 후에 전화 해."
"왜요?"
"서울 같이 올라가게."
"당구쳐야 되는디..."
철수는 방학때는 학교를 자주 나오지 않을 것이기에 짐정리를 했다.
제법 두둑하다.
전철 타야 된다면 상당히 버겁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철수는 전철을 타지 않을 것이다.
'그 차가 있으니까 상당히 도움이 되네. 나도 자동차 하나 사달라고 할까? 근데 면허증이 없네.'
철수는 떠날 준비를 마쳤다.
방이 깨끗해 보인다.
주위는 지저분 할지 몰라도, 자취 방 안은 오피스텔 부럽지 않았다.
최근에 유행하기 시작한 오피스텔형 자취방이었기 때문에 생긴건 오피스텔 같이 보였다.
에어컨이 없는것만 빼고.
전화기도 없다.
티비도 없다.
자세히 보니까 없는게 많다.
철수는 은정이와 연락이 되었다.
은정이는 고맙게도 철수를 데리러 집 앞에까지 와주었다.
철수는 드렁크에 짐을 넣고 보조석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짐이 제법 많네."
"방학 때는 집에서 살아야지요. 누나는 방학 때 학교 자주 나오나요?"
"나와야 될 일이 있겠지만 거의 모른 척 하지. 개강하는 주까진 아마 내려 오지 않을거야."
"그럼 자주 못 보겠네요."
"누나 보고 싶으면 연락하면 되잖아. 집도 알겠다. 내 연락처도 알겠다. 자주 못 볼 이유가 없잖아."
"그렇네요."
"언제 바보 수준을 면할래?"
"보고 싶으면 항상 내가 연락해야 되나요?"
"왜? 나도 연락해 줄까? 근데 나는 동네만 알지 너네 집이 어딘지도 모르고, 전화 번호도 모르잖아."
"이거 아무나 가르쳐 주는 거 아닌데 울 집 전화 번호에요."
"잠시만. 너 여기 핸드폰에다 입력 시키는 번호는 특별한 거다. 넌 영광으로 생각 해야 돼."
"핸드폰에 전화 번호가 기억이 돼요?"
"헛!"
"핸드폰 잠깐 줘 봐요."
철수는 또 핸드폰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아주 신기한 표정으로 말이다.
"핸드폰만 보면 신기해 한다 너?"
"당연하죠. 신기한 거 맞잖아요. 근데 입력된 전화 번호 보려면 어떻게 해야 되요?"
"그건 개인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보여 줄 수 없지."
"남자들 수두룩하게 입력되어 있어서 그렇지? 안 놀릴게요."
"그런거 아니야."
은정이는 입력된 전화 번호들을 보여 주었다.
입력된 전화 번호가 생각보다 적었다.
"아빠, 엄마.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전화를 따로 써요?"
"응. 직장이 다르니까."
"어머님도 직장 생활 하세요?"
"응."
"이승주. 엄정희... 이승주는 여기도 있네요."
"엉?"
"저번에 누나 자동차 청소하면서 다이어리를 봤어요. 다른 거 안봤으니까 걱정은 하지 마시구요. 전화 번호부 제일 위에 적혀 있던 사람이라 기억해요."
"뭐 봐도 별 내용은 없지만 훔쳐 보는 건 기분 나쁜 일이다."
"그래서 안 봤다니까요. 근데 사진은 봤는데..."
"너 다른 것도 봤지?"
"안 봤어요. 사진 속에 있는 남자는 누구에요?"
"너는 알 거 없어."
"그 너무하네. 아무리 바보라도 바보 취급 당하는 건 기분 나빠요."
"앞으로 다이어리는 손대지 마."
"다이어리 볼 일이 뭐 있다고. 흘리고 다니니까 한 번 봤지. 그 남자 누구에요? 다정하게 서로 찍은 사진을 봐서는 친한 사이같고, 잘 차고 다니는 걸 보면 과거의 남자 같고."
"너 아직 나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남자 잘 차고 다니는 거요?"
"그래. 이제 반년 정도 날 겪어 봤으니까 알 거 아냐."
"들은 것 보다는 뭐."
"나 그런 사람 아니니까 날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알았어요. 근데 사진 속 남자는 누구냐니까요?"
"니가 그게 왜 궁금하니?"
"가르쳐 주기 싫음 그만둬요."
철수는 삐친 척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삐쳤니?"
"출발합시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조용히 갑시다."
"삐쳤구나. 삐치는 것도 못하는 사람이 하면 웃길 뿐이야."
"누구에요?"
"으이그. 그 사람이 승주다 왜."
"요즘 사귀는 사람이에요?"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사람이다. 됐니?"
"오잉? 누나도 그렇게 길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식으로 얘기 하지 말랬지."
"그럼 애인을 놔두고 그 동안 다른 사람 사귄거에요?"
"이 사람 애인 아니야.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사람인데 거절당했었어."
"누나도 차인 적이 있어요?"
"차인 건 아니야. 그 후로도 간혹 만났으니까. 지금은 군에 있어. 곧 제대할거야."
"의외네. 누나도 차인 적이 있단 말이야. 허허. 하기야 나정도 킹카도 미팅 나가서 죽을 쑤는데 뭘."
"차인 거 아니랬잖아."
"차인 쪽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해요. 꿋꿋하게 살면 돼요."
철수는 놀리기 위해서, 그리고 격려차 은정이 어깨에 손을 올려 다독거려 주었다.
"운전하는데 뭐하는거야. 그리고 어쭈 지금 내 어깨에 손 올린거야?"
"아, 운전하고 있었구나. 쏘리."
"너 많이 컸다."
"운전이나 똑바로 해요."
창밖 풍경에 건물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철수는 밝은 표정으로 창 밖을 쳐다본다.
"오늘 짐이 많은데 너네 집 앞에까지 태워 줄게."
"그러세요."
"어딘 줄 가르쳐 줘야지 그럼."
"우리 동네 알잖아요. 거기 보면 한의사 건물이 있을거에요. 거기가 우리집이에요."
"그렇게 말해서 어떻게 찾니?"
"대충 근처에서 내려 줘요."
"너 우리 아빠가 뭐 하시는 줄 모르지?"
"당연히 모르죠."
"약국 사장이다."
"그 말을 갑자기 왜 하는데요?"
"너네 아버님이 한의사라고 하니까."
"한의사하고 약사하고 너무 안좋은 사이로 보지마요. 편가를 필요 없다구요."
"우리 엄마는 뭐 하시는 줄 아니?"
"뭐하시는 데요?"
"의사야. 약사하고 의사하고도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야."
"에이, 자꾸 편가르고 있어."
"좀 웃기지 않니?"
"하나도 안 웃기다. 울 엄마가 뭐 하시는 줄 알아요?"
"뭐하시는데?"
"가정 주부시다. 웃겨요?"
"안 웃겨. 썰렁해."
"마찬가지에요."
## 이글은 이현철님의 '연하가 뭐 어때'라는 글을 퍼온 것입니다...##
"오늘은 바깥 식당에서 사주네요. 허허."
"선물 하나 받았잖아."
"그 시요?"
"응."
"그거 누나가 뺏어 간 거잖아요. 난 선물 할 마음 없었어요."
"하여튼 너 계속 말대꾸하는 것은 못 고치는구나."
"친하니까 그렇지. 에, 누나가 시를 좋아하는구나. 그럼 내 자주 써줄 수 있어요."
"됐어."
철수는 그윽한 배를 붙들고 학교로 걸어가고 있다.
"누나 수업 있어요?"
"아니. 왜?"
"당구 한게임 쳐요."
"싫은데."
"밥 값 굳었으니까 내기 당구 한게임 쳐요."
"시도 선물 받았는데 그럼 가볍게 한 게임 칠까?"
"그래. 선물 받았으니까 보답을 해야지."
"보답은 벌써 밥으로 해결했잖아."
"밥이야 자주 얻어 먹는거구."
당구장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수업 빼먹고 온 놈들, 수업도 없는데 당구 때 문에 내려 온 놈들.
"뭘 봐?"
철수는 공이 놓여진 당구대 앞에서 큐대를 기대고 서서 약간 허무한 표정이다.
"내가 누누히 말했잖아. 나이 많은 여자하고 놀면 빨리 늙는다구."
당구장 내 의자에 걸터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던 승헌이가 그런 철수를 쳐다 보며 말을 던졌다.
"니 여자친구는?"
"학교 갔지."
"우리 학교 학생 아니냐?"
"우리 학교에 그런 이쁜이가 어딨냐?"
"하기야 내 학교를 그렇게 돌아 다녀도 그렇게 특이한 애는 못봤다 참."
"예쁘지?"
"나한테는 그런 말 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말 하지 마 새꺄."
"한 게임 할래?"
"싫어. 그 여자 참, 자라나는 새싹을 위해서라도, 선물을 받은 기분을 생각해서라도 한 게임 져 주면 안돼나? 바로 배신 때리고 가 버리네."
"그러게 나이 많은 여자하고는 놀지 말랬잖아."
"조용히 새꺄. 사자머리하고 노는게."
철수는 학교를 제법 신나게 돌아 다니는 편이었다.
누나들 하고 놀면서 겨울까지 여자친구 만든다는 생각도 잊고 캠퍼스를 히히,거리며 돌아 다녔다.
철수는 졸업학년이라 바쁜 정희는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 못했으나 대신에 은정이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강냉이의 키가 철수의 어깨 높이까지 커지고, 에어콘이 없는 자취방에 대한 철수의 불만이 커져 가는 칠월이 되었다.
거의 모든 학과에서 시험이 끝이 나고 여름 방학에 들어갔다.
"누나!"
철수는 시험을 마치고 자취방으로 가려다 신나게 뛰어 가는 은정이 누나를 보았다.
"어, 철수구나. 안녕."
"어딜 그렇게 신나게 뛰어가요?"
"나 시험 보러 가잖아."
"도서관에 있었어요?"
"응."
"시험 잘 봐요."
"나 마지막 시험이거든. 두시간 후에 전화 해."
"왜요?"
"서울 같이 올라가게."
"당구쳐야 되는디..."
철수는 방학때는 학교를 자주 나오지 않을 것이기에 짐정리를 했다.
제법 두둑하다.
전철 타야 된다면 상당히 버겁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철수는 전철을 타지 않을 것이다.
'그 차가 있으니까 상당히 도움이 되네. 나도 자동차 하나 사달라고 할까? 근데 면허증이 없네.'
철수는 떠날 준비를 마쳤다.
방이 깨끗해 보인다.
주위는 지저분 할지 몰라도, 자취 방 안은 오피스텔 부럽지 않았다.
최근에 유행하기 시작한 오피스텔형 자취방이었기 때문에 생긴건 오피스텔 같이 보였다.
에어컨이 없는것만 빼고.
전화기도 없다.
티비도 없다.
자세히 보니까 없는게 많다.
철수는 은정이와 연락이 되었다.
은정이는 고맙게도 철수를 데리러 집 앞에까지 와주었다.
철수는 드렁크에 짐을 넣고 보조석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짐이 제법 많네."
"방학 때는 집에서 살아야지요. 누나는 방학 때 학교 자주 나오나요?"
"나와야 될 일이 있겠지만 거의 모른 척 하지. 개강하는 주까진 아마 내려 오지 않을거야."
"그럼 자주 못 보겠네요."
"누나 보고 싶으면 연락하면 되잖아. 집도 알겠다. 내 연락처도 알겠다. 자주 못 볼 이유가 없잖아."
"그렇네요."
"언제 바보 수준을 면할래?"
"보고 싶으면 항상 내가 연락해야 되나요?"
"왜? 나도 연락해 줄까? 근데 나는 동네만 알지 너네 집이 어딘지도 모르고, 전화 번호도 모르잖아."
"이거 아무나 가르쳐 주는 거 아닌데 울 집 전화 번호에요."
"잠시만. 너 여기 핸드폰에다 입력 시키는 번호는 특별한 거다. 넌 영광으로 생각 해야 돼."
"핸드폰에 전화 번호가 기억이 돼요?"
"헛!"
"핸드폰 잠깐 줘 봐요."
철수는 또 핸드폰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아주 신기한 표정으로 말이다.
"핸드폰만 보면 신기해 한다 너?"
"당연하죠. 신기한 거 맞잖아요. 근데 입력된 전화 번호 보려면 어떻게 해야 되요?"
"그건 개인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보여 줄 수 없지."
"남자들 수두룩하게 입력되어 있어서 그렇지? 안 놀릴게요."
"그런거 아니야."
은정이는 입력된 전화 번호들을 보여 주었다.
입력된 전화 번호가 생각보다 적었다.
"아빠, 엄마.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전화를 따로 써요?"
"응. 직장이 다르니까."
"어머님도 직장 생활 하세요?"
"응."
"이승주. 엄정희... 이승주는 여기도 있네요."
"엉?"
"저번에 누나 자동차 청소하면서 다이어리를 봤어요. 다른 거 안봤으니까 걱정은 하지 마시구요. 전화 번호부 제일 위에 적혀 있던 사람이라 기억해요."
"뭐 봐도 별 내용은 없지만 훔쳐 보는 건 기분 나쁜 일이다."
"그래서 안 봤다니까요. 근데 사진은 봤는데..."
"너 다른 것도 봤지?"
"안 봤어요. 사진 속에 있는 남자는 누구에요?"
"너는 알 거 없어."
"그 너무하네. 아무리 바보라도 바보 취급 당하는 건 기분 나빠요."
"앞으로 다이어리는 손대지 마."
"다이어리 볼 일이 뭐 있다고. 흘리고 다니니까 한 번 봤지. 그 남자 누구에요? 다정하게 서로 찍은 사진을 봐서는 친한 사이같고, 잘 차고 다니는 걸 보면 과거의 남자 같고."
"너 아직 나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남자 잘 차고 다니는 거요?"
"그래. 이제 반년 정도 날 겪어 봤으니까 알 거 아냐."
"들은 것 보다는 뭐."
"나 그런 사람 아니니까 날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알았어요. 근데 사진 속 남자는 누구냐니까요?"
"니가 그게 왜 궁금하니?"
"가르쳐 주기 싫음 그만둬요."
철수는 삐친 척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삐쳤니?"
"출발합시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조용히 갑시다."
"삐쳤구나. 삐치는 것도 못하는 사람이 하면 웃길 뿐이야."
"누구에요?"
"으이그. 그 사람이 승주다 왜."
"요즘 사귀는 사람이에요?"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사람이다. 됐니?"
"오잉? 누나도 그렇게 길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식으로 얘기 하지 말랬지."
"그럼 애인을 놔두고 그 동안 다른 사람 사귄거에요?"
"이 사람 애인 아니야.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사람인데 거절당했었어."
"누나도 차인 적이 있어요?"
"차인 건 아니야. 그 후로도 간혹 만났으니까. 지금은 군에 있어. 곧 제대할거야."
"의외네. 누나도 차인 적이 있단 말이야. 허허. 하기야 나정도 킹카도 미팅 나가서 죽을 쑤는데 뭘."
"차인 거 아니랬잖아."
"차인 쪽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해요. 꿋꿋하게 살면 돼요."
철수는 놀리기 위해서, 그리고 격려차 은정이 어깨에 손을 올려 다독거려 주었다.
"운전하는데 뭐하는거야. 그리고 어쭈 지금 내 어깨에 손 올린거야?"
"아, 운전하고 있었구나. 쏘리."
"너 많이 컸다."
"운전이나 똑바로 해요."
창밖 풍경에 건물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철수는 밝은 표정으로 창 밖을 쳐다본다.
"오늘 짐이 많은데 너네 집 앞에까지 태워 줄게."
"그러세요."
"어딘 줄 가르쳐 줘야지 그럼."
"우리 동네 알잖아요. 거기 보면 한의사 건물이 있을거에요. 거기가 우리집이에요."
"그렇게 말해서 어떻게 찾니?"
"대충 근처에서 내려 줘요."
"너 우리 아빠가 뭐 하시는 줄 모르지?"
"당연히 모르죠."
"약국 사장이다."
"그 말을 갑자기 왜 하는데요?"
"너네 아버님이 한의사라고 하니까."
"한의사하고 약사하고 너무 안좋은 사이로 보지마요. 편가를 필요 없다구요."
"우리 엄마는 뭐 하시는 줄 아니?"
"뭐하시는 데요?"
"의사야. 약사하고 의사하고도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야."
"에이, 자꾸 편가르고 있어."
"좀 웃기지 않니?"
"하나도 안 웃기다. 울 엄마가 뭐 하시는 줄 알아요?"
"뭐하시는데?"
"가정 주부시다. 웃겨요?"
"안 웃겨. 썰렁해."
"마찬가지에요."
## 이글은 이현철님의 '연하가 뭐 어때'라는 글을 퍼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