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가 어때서 10회
방학이 깊었다.
철수는 열심히 운전 학원을 다니며 더위와 싸웠다.
아직 까지 철수와 은정이 사이는 친한 선,후배 관계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참 멀었다.
(이제는... 처럼 고민이 되기도 한다. 언제 28살까지 진행시키나?)
"아, 은정씨네 집입니까?"
"그런데요. 근데 너 누나에게 은정씨가 뭐냐?"
"어, 내 목소리를 아네요."
"왠일이야? 집에다 전화를 다하고."
"집 전화는 싸잖아요. 누나 엿사줘요."
"엿? 전화해서 대뜸 하는 말이 엿이야?"
"면허 시험날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그런 것도 엿받아 먹니?"
"삼차까지 있는 어려운 시험이란 말입니다. 국가 고시급이에요"
"그래, 나중에 사줄게. 너처럼 그렇게 바라는 걸 말해 주는 게 오히려 낫겠다."
"무슨 말입니까?"
"그런게 있어."
"전 호박엿을 좋아합니다."
"너무 많이 바래도 싫어."
"싫어도 할 수 없지요. 잘사세요."
"그래."
"어? 오랜만에 전화 했는데 오늘은 만나자는 소리가 없네요."
"너 만나서 뭐하게?"
"우이쒸. 잘 살아요."
"그래 다음에 내가 연락할게."
철수는 조금 섭했다.
철수는 학원도 끝이 나 달리 할 일이 마땅히 없었다.
책가방을 짊어 지고 학교를 가 볼 생각에 집을 나섰다.
집 앞의 승용차는 여전히 먼지만 머금은 채 복지부동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두 시간의 전철 여행은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삼호선에서 이호선으로 다시 국철로, 갈아 탈 때마다 점점 더워졌다.
''갈 때는 조금씩 시원해 지겠군.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철수는 국철 구간에서 겨우 잡은 좌석까지 어떤 할머니에게 양보해 주었다.
철수는 지금은 즐겁지 않지만 뭔가 즐거운 일이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학교로 향했다.
철수는 눅눅해 진 자기 방 청소를 하고 당구장, 동아리 방, 도서관 등 아는 놈들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 다녔으나 허탕만 쳤다.
'너무하네. 아무리 방학이래도 학생이 학교를 나와야지. 괜히 내려 왔다 씨.'
철수는 투덜 거리다 약대앞 그늘 진 곳에 주저 앉았다.
"누나야."
철수는 주저 앉아 있다가 약대 건물에서 나오는 정희를 보고 소리쳤다.
"응? 철수 니가 학교에는 왠일이니?"
"누나! 보고 싶었어요. 요즘은 왜 연락이 되지 않았을까?"
"나 보러 내려 왔니?"
"그럼요."
철수는 눈만 껌벅 거리면서 거짓말로 답을 했다.
"나 오늘 서울 갈건데."
"집에 갈 거에요?"
"그것 보다 은정이가 나 좀 보자고 해서."
"오늘 은정이 누나하고 연락했었는데."
"은정이하고는 자주 연락하나 보구나."
"누나보다는 자주 하지만 그렇게 잦은 편은 아니에요. 누나는 학기중 일 때처럼 계속 자취방에 있었던 거에요?"
"응."
"그럼 자주 내려 와 볼 걸 그랬나?"
"너 내려 와도 볼 시간이 별로 없었을거야."
"은정이 누나 보고 내려 오라고 그래요. 차도 있는 사람이... 왜 바쁜 누나가
올라가요?"
"어짜피 오늘 올라가면 당분간 여기 내려 오지 않을거야. 그리고 은정이만 보는 게 아니라 누구 하나 같이 만날 사람이 있거든."
"누구요?"
"은정이 남자 친구."
"남자 친구? 은정이 누나가 또 남자를 사귀었어요?"
"아니야.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남자인 친구. 얼마전에 제대했었어. 혼자서 만나면 될텐데, 어색할 것 같다고 나더러 꼭 나오래."
"혹시 승주라는 사람?"
"너 아는구나. 은정이가 얘기해 주던?"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지는 않았지만 대충. 누나도 그 사람 알아요?"
"같이 자주 만났었어."
"누나?"
"왜?"
"나도 따라 가면 안될까?"
"너도?"
"짝이 안 맞잖아요. 저거 둘이만 놀면 누나가 외로울 것 같아서 내가 옆에 있어 주려구."
"호호, 은정이가 좋아할까?"
"걔가 무슨 상관이여."
"너 또 누나보고."
"참, 누나는 애인 안 만나요?"
"요즘 서로가 좀 바빠서."
"방학인데 뭐가 바빠? 아참, 그 사람은 직장인이구나."
"흠."
"같이 가요."
"그럴까? 그러지 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철수는 정희 누나와 전철 좌석에 나란히 앉아 서울로 돌아 왔다.
옅은 미소만 지으며 먼 창가를 바라 본채 다소곳이 앉아 있는 정희누나의 모습은 은정이 누나보다 훨씬 여자다와 보였다.
"은정이 누나하고 있으면 누나가 손해를 많이 보겠다."
"왜?"
"누나하고 은정이 누나하고 친자매라고 가정하면 누나가 언니고 은정이 누나가 동생일 것 같거든요. 누나가 은정이 누나 투정을 많이 받아 주고 할 것 같아요."
"흠, 그렇지만은 않아."
"은정이 누나는 자기 주장은 강해도 실수를 많이 할 것 같아요. 누나는 소심한 것 같아도 속이 깊을 것 같고."
"훗! 좀 더 겪어 봐. 속은 오히려 은정이 걔가 더 깊어. 오늘 승주라는 사람을
대하는 은정이는 니가 지금까지 보던 은정이와는 조금 다를 걸?"
"은정이 누나가 그 사람에게 차였다면서요?"
"은정이가 그렇게 말하던?"
"좋아한다고 고백했다가 거절당했으면 차인 거 맞잖아요."
"많이 달라."
"뭐가 달라요."
"다르다니까. 그 사람 은정이를 참 좋아해."
철수는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생각하더니 강렬한 눈빛으로 정희를 바라 보았다.
"누나, 나 누나하고 사귀고 싶어요."
"응? 지금 농담하는 거니?"
"농담이라니요. 연하라 생각하지 말고 나를 애인으로 받아드리면 안될까?"
철수의 표정이 느끼하게 바뀌었다.
정희는 갑작스런 철수의 행동에 당혹스럽다.
주위에는 사람들도 많았다.
"지금 뭐하는거야."
정희는 주위 사람들을 둘러 보며 표정이 어색하다.
"나 누나 많이 좋아한다 말이에요. 누나도 나 좋아하잖아요."
"그건 널 귀여운 동생이라 생각하니까 그런거구."
"에이씨 뽀뽀까지 했는데..."
주위에 정희와 철수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제법 생겼다.
"너 왜 그래?"
"내가 싫은 거에요?"
"자꾸 이러면 싫어할거야."
"지금 내가 싫은 건 아니잖아요?"
"장난하는거야? 진심이야?"
정희의 표정이 점점 어색해지는 것과는 반대로 철수의 표정은 갑자기 예전 모습으로 돌아 왔다.
"이게 바로 차이는 거에요. 누나가 나를 싫어 하지는 않지만 방금 태도에서 보듯이 날 받아 드릴 수 없다는 그 모습. 실제 상황이었으면 아마 내 마음은 찢어졌을 거에요. 은정이 누나도 차인 거 맞다니까."
정희는 다소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그거 설명하려고 연기 한거야?"
"네. 긴장 풀어요. 내 누누히 말하지만 연상에는 관심 없어요."
"너, 정말."
정희는 눈짓으로 주위 사람들을 가리킨다.
철수는 눈을 껌벅 거렸다.
"보는 사람들이 많았네요."
"너랑 같이 못다니겠다 정말."
"좀 쪽팔리네요."
전철은 방금 잠원역을 지났다. 정희가 철수의 팔을 붙잡아 일어 섰다.
"여기서 내려요?"
"응."
"이 근처에서 만날 거에요?"
"응."
"우리 집에서 엄청 가깝네요."
"그렇네."
"그러면 나도 좀 데리고 가지 쩝."
"데리고 가잖아."
"누나 말고 은정이 누나요."
정희와 철수는 약속을 잡아 놓은 어느 커피숍으로 들어 갔다.
은정이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아무도 안 왔네."
"우리가 조금 일찍 왔어요."
"저기 창가에 앉자."
"그러지요."
창 밖에는 서서히 노을이 물들고 있었다.
코팅이 되어 있는 창이라 실제 바깥보다 많이 어두워 보였다.
가로등이 켜지지 않은 바깥은 마음을 다소 가라 앉히는 색이다.
"너 왜 내 옆에 앉아?"
"거 둘이 오면 같이 앉혀야죠."
"어색할텐데."
"내가 아까 이상한 짓 했다고 어색하단 말이에요?"
"우리 말고 여기 올 사람들."
"진짜 차고 차였던 사이 맞나 보네."
"그래 니 말대로라면 그렇다."
승주라는 사람보다 은정이가 먼저 커피숍으로 들어 왔다.
은정이의 모습은 가벼운 캐주얼 복장과 거의 화장기도 없는 얼굴로 많이 어려 보이는 모습이다.
"넌 왜 왔어?"
"정희 누나가 꼭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 왔어요."
정희의 표정이 또 어이 없어 보인다.
"내가?"
"아니 내가 꼭 따라 가고 싶어서 따라 왔어요."
"얘를 왜 데리고 왔니? 그리고 너네 둘이 왜 나란히 앉아 있어?"
"오늘 전화에서도 섭한 말 하시더니."
"너 나하고 자리 바꿔 빨리."
"싫어요. 나는 정희 누나가 좋단 말이에요."
정희는 웃을 뿐이다.
"너네 둘이 나 모르는 사이에 제법 친해졌나 보다."
철수는 결국 넓은 자리를 독차지 하고선 혼자 앉게 되었다.
"은정이 누나 오늘은 제법 어려 보이네요."
"고맙다."
"나 여기 있어도 돼요?"
"이미 와 놓고선 그런 말 하고 싶니?"
"여기 올 사람이 어색하지 않을까요?"
"괜찮아."
저기 건너 편에 앉아 있는 사람의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연기로 다 변해 버릴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철수는 사람들이 들어 올 때마다 변하는 은정이 누나의 시선을 살폈다.
은정이 누나의 시선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현관 쪽으로 향하자 철수도 현관쪽으로 눈을 돌렸다.
짧은 머리가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청년 하나가 들어서서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철수와 비슷한 키와 체구다.
철수는 그 사람의 표정에 긴장이 스려 있다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은정이의 시선에도 긴장이 스려 있었다.
"여기에요."
그 사람에게 소리 친 사람은 정희였다.
그 사람이 철수가 앉은 자리로 다가왔다.
은정이가 일어 서자 철수도 따라 일어섰다.
"오랜만이네."
"그래. 정희씨도 오랜만이네요."
"저하고는 이년만에 처음이죠?"
"저하고는 평생 처음이죠?"
"누구?"
철수는 유심히 자기가 아는 누나들과 인사를 나누는 그 사람을 살펴 보았다.
'사진이 훨씬 잘 나왔네.'
"안녕하십니까. 박철수라고 합니다. 제가 훨씬 동생이니까 부담 갖지 마십시
오."
## 이글은 이현철님의 '연하가 뭐 어때'라는 글을 퍼온 것입니다...##
방학이 깊었다.
철수는 열심히 운전 학원을 다니며 더위와 싸웠다.
아직 까지 철수와 은정이 사이는 친한 선,후배 관계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참 멀었다.
(이제는... 처럼 고민이 되기도 한다. 언제 28살까지 진행시키나?)
"아, 은정씨네 집입니까?"
"그런데요. 근데 너 누나에게 은정씨가 뭐냐?"
"어, 내 목소리를 아네요."
"왠일이야? 집에다 전화를 다하고."
"집 전화는 싸잖아요. 누나 엿사줘요."
"엿? 전화해서 대뜸 하는 말이 엿이야?"
"면허 시험날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그런 것도 엿받아 먹니?"
"삼차까지 있는 어려운 시험이란 말입니다. 국가 고시급이에요"
"그래, 나중에 사줄게. 너처럼 그렇게 바라는 걸 말해 주는 게 오히려 낫겠다."
"무슨 말입니까?"
"그런게 있어."
"전 호박엿을 좋아합니다."
"너무 많이 바래도 싫어."
"싫어도 할 수 없지요. 잘사세요."
"그래."
"어? 오랜만에 전화 했는데 오늘은 만나자는 소리가 없네요."
"너 만나서 뭐하게?"
"우이쒸. 잘 살아요."
"그래 다음에 내가 연락할게."
철수는 조금 섭했다.
철수는 학원도 끝이 나 달리 할 일이 마땅히 없었다.
책가방을 짊어 지고 학교를 가 볼 생각에 집을 나섰다.
집 앞의 승용차는 여전히 먼지만 머금은 채 복지부동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두 시간의 전철 여행은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삼호선에서 이호선으로 다시 국철로, 갈아 탈 때마다 점점 더워졌다.
''갈 때는 조금씩 시원해 지겠군.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철수는 국철 구간에서 겨우 잡은 좌석까지 어떤 할머니에게 양보해 주었다.
철수는 지금은 즐겁지 않지만 뭔가 즐거운 일이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학교로 향했다.
철수는 눅눅해 진 자기 방 청소를 하고 당구장, 동아리 방, 도서관 등 아는 놈들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 다녔으나 허탕만 쳤다.
'너무하네. 아무리 방학이래도 학생이 학교를 나와야지. 괜히 내려 왔다 씨.'
철수는 투덜 거리다 약대앞 그늘 진 곳에 주저 앉았다.
"누나야."
철수는 주저 앉아 있다가 약대 건물에서 나오는 정희를 보고 소리쳤다.
"응? 철수 니가 학교에는 왠일이니?"
"누나! 보고 싶었어요. 요즘은 왜 연락이 되지 않았을까?"
"나 보러 내려 왔니?"
"그럼요."
철수는 눈만 껌벅 거리면서 거짓말로 답을 했다.
"나 오늘 서울 갈건데."
"집에 갈 거에요?"
"그것 보다 은정이가 나 좀 보자고 해서."
"오늘 은정이 누나하고 연락했었는데."
"은정이하고는 자주 연락하나 보구나."
"누나보다는 자주 하지만 그렇게 잦은 편은 아니에요. 누나는 학기중 일 때처럼 계속 자취방에 있었던 거에요?"
"응."
"그럼 자주 내려 와 볼 걸 그랬나?"
"너 내려 와도 볼 시간이 별로 없었을거야."
"은정이 누나 보고 내려 오라고 그래요. 차도 있는 사람이... 왜 바쁜 누나가
올라가요?"
"어짜피 오늘 올라가면 당분간 여기 내려 오지 않을거야. 그리고 은정이만 보는 게 아니라 누구 하나 같이 만날 사람이 있거든."
"누구요?"
"은정이 남자 친구."
"남자 친구? 은정이 누나가 또 남자를 사귀었어요?"
"아니야.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남자인 친구. 얼마전에 제대했었어. 혼자서 만나면 될텐데, 어색할 것 같다고 나더러 꼭 나오래."
"혹시 승주라는 사람?"
"너 아는구나. 은정이가 얘기해 주던?"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지는 않았지만 대충. 누나도 그 사람 알아요?"
"같이 자주 만났었어."
"누나?"
"왜?"
"나도 따라 가면 안될까?"
"너도?"
"짝이 안 맞잖아요. 저거 둘이만 놀면 누나가 외로울 것 같아서 내가 옆에 있어 주려구."
"호호, 은정이가 좋아할까?"
"걔가 무슨 상관이여."
"너 또 누나보고."
"참, 누나는 애인 안 만나요?"
"요즘 서로가 좀 바빠서."
"방학인데 뭐가 바빠? 아참, 그 사람은 직장인이구나."
"흠."
"같이 가요."
"그럴까? 그러지 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철수는 정희 누나와 전철 좌석에 나란히 앉아 서울로 돌아 왔다.
옅은 미소만 지으며 먼 창가를 바라 본채 다소곳이 앉아 있는 정희누나의 모습은 은정이 누나보다 훨씬 여자다와 보였다.
"은정이 누나하고 있으면 누나가 손해를 많이 보겠다."
"왜?"
"누나하고 은정이 누나하고 친자매라고 가정하면 누나가 언니고 은정이 누나가 동생일 것 같거든요. 누나가 은정이 누나 투정을 많이 받아 주고 할 것 같아요."
"흠, 그렇지만은 않아."
"은정이 누나는 자기 주장은 강해도 실수를 많이 할 것 같아요. 누나는 소심한 것 같아도 속이 깊을 것 같고."
"훗! 좀 더 겪어 봐. 속은 오히려 은정이 걔가 더 깊어. 오늘 승주라는 사람을
대하는 은정이는 니가 지금까지 보던 은정이와는 조금 다를 걸?"
"은정이 누나가 그 사람에게 차였다면서요?"
"은정이가 그렇게 말하던?"
"좋아한다고 고백했다가 거절당했으면 차인 거 맞잖아요."
"많이 달라."
"뭐가 달라요."
"다르다니까. 그 사람 은정이를 참 좋아해."
철수는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생각하더니 강렬한 눈빛으로 정희를 바라 보았다.
"누나, 나 누나하고 사귀고 싶어요."
"응? 지금 농담하는 거니?"
"농담이라니요. 연하라 생각하지 말고 나를 애인으로 받아드리면 안될까?"
철수의 표정이 느끼하게 바뀌었다.
정희는 갑작스런 철수의 행동에 당혹스럽다.
주위에는 사람들도 많았다.
"지금 뭐하는거야."
정희는 주위 사람들을 둘러 보며 표정이 어색하다.
"나 누나 많이 좋아한다 말이에요. 누나도 나 좋아하잖아요."
"그건 널 귀여운 동생이라 생각하니까 그런거구."
"에이씨 뽀뽀까지 했는데..."
주위에 정희와 철수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제법 생겼다.
"너 왜 그래?"
"내가 싫은 거에요?"
"자꾸 이러면 싫어할거야."
"지금 내가 싫은 건 아니잖아요?"
"장난하는거야? 진심이야?"
정희의 표정이 점점 어색해지는 것과는 반대로 철수의 표정은 갑자기 예전 모습으로 돌아 왔다.
"이게 바로 차이는 거에요. 누나가 나를 싫어 하지는 않지만 방금 태도에서 보듯이 날 받아 드릴 수 없다는 그 모습. 실제 상황이었으면 아마 내 마음은 찢어졌을 거에요. 은정이 누나도 차인 거 맞다니까."
정희는 다소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그거 설명하려고 연기 한거야?"
"네. 긴장 풀어요. 내 누누히 말하지만 연상에는 관심 없어요."
"너, 정말."
정희는 눈짓으로 주위 사람들을 가리킨다.
철수는 눈을 껌벅 거렸다.
"보는 사람들이 많았네요."
"너랑 같이 못다니겠다 정말."
"좀 쪽팔리네요."
전철은 방금 잠원역을 지났다. 정희가 철수의 팔을 붙잡아 일어 섰다.
"여기서 내려요?"
"응."
"이 근처에서 만날 거에요?"
"응."
"우리 집에서 엄청 가깝네요."
"그렇네."
"그러면 나도 좀 데리고 가지 쩝."
"데리고 가잖아."
"누나 말고 은정이 누나요."
정희와 철수는 약속을 잡아 놓은 어느 커피숍으로 들어 갔다.
은정이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아무도 안 왔네."
"우리가 조금 일찍 왔어요."
"저기 창가에 앉자."
"그러지요."
창 밖에는 서서히 노을이 물들고 있었다.
코팅이 되어 있는 창이라 실제 바깥보다 많이 어두워 보였다.
가로등이 켜지지 않은 바깥은 마음을 다소 가라 앉히는 색이다.
"너 왜 내 옆에 앉아?"
"거 둘이 오면 같이 앉혀야죠."
"어색할텐데."
"내가 아까 이상한 짓 했다고 어색하단 말이에요?"
"우리 말고 여기 올 사람들."
"진짜 차고 차였던 사이 맞나 보네."
"그래 니 말대로라면 그렇다."
승주라는 사람보다 은정이가 먼저 커피숍으로 들어 왔다.
은정이의 모습은 가벼운 캐주얼 복장과 거의 화장기도 없는 얼굴로 많이 어려 보이는 모습이다.
"넌 왜 왔어?"
"정희 누나가 꼭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 왔어요."
정희의 표정이 또 어이 없어 보인다.
"내가?"
"아니 내가 꼭 따라 가고 싶어서 따라 왔어요."
"얘를 왜 데리고 왔니? 그리고 너네 둘이 왜 나란히 앉아 있어?"
"오늘 전화에서도 섭한 말 하시더니."
"너 나하고 자리 바꿔 빨리."
"싫어요. 나는 정희 누나가 좋단 말이에요."
정희는 웃을 뿐이다.
"너네 둘이 나 모르는 사이에 제법 친해졌나 보다."
철수는 결국 넓은 자리를 독차지 하고선 혼자 앉게 되었다.
"은정이 누나 오늘은 제법 어려 보이네요."
"고맙다."
"나 여기 있어도 돼요?"
"이미 와 놓고선 그런 말 하고 싶니?"
"여기 올 사람이 어색하지 않을까요?"
"괜찮아."
저기 건너 편에 앉아 있는 사람의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연기로 다 변해 버릴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철수는 사람들이 들어 올 때마다 변하는 은정이 누나의 시선을 살폈다.
은정이 누나의 시선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현관 쪽으로 향하자 철수도 현관쪽으로 눈을 돌렸다.
짧은 머리가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청년 하나가 들어서서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철수와 비슷한 키와 체구다.
철수는 그 사람의 표정에 긴장이 스려 있다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은정이의 시선에도 긴장이 스려 있었다.
"여기에요."
그 사람에게 소리 친 사람은 정희였다.
그 사람이 철수가 앉은 자리로 다가왔다.
은정이가 일어 서자 철수도 따라 일어섰다.
"오랜만이네."
"그래. 정희씨도 오랜만이네요."
"저하고는 이년만에 처음이죠?"
"저하고는 평생 처음이죠?"
"누구?"
철수는 유심히 자기가 아는 누나들과 인사를 나누는 그 사람을 살펴 보았다.
'사진이 훨씬 잘 나왔네.'
"안녕하십니까. 박철수라고 합니다. 제가 훨씬 동생이니까 부담 갖지 마십시
오."
## 이글은 이현철님의 '연하가 뭐 어때'라는 글을 퍼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