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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세상

담아온 글들

연하가......
2003.06.19 10:55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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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가 어때서 13회

철수가 삐쳐서 이 번회는 제가 진행합니다.
제가 누구냐구요?
이 글의 여자 주인공 홍은정입니다.
계절은 가을로 물들고 있습니다.
꽃같은 햇살은 이내 푸르게 하늘 속에 퍼져 버리네요.
승주와는 여름부터 좋지 못했습니다.
그가 나를 피하는 인상은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고, 그를 못나 보이게 했습니다.
그의 제대를 기다리며 자주 만날 것을 꿈 꿔 왔지만, 그가 제대하면서 자주 하게 된 것은 다툼이었지요.
그를 좋아하는 내 맘은 변함이 없는데, 그는 왜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내 마음을 의심할까요.
그냥 풋풋하게 좋아하는 마음 가지고 친구일 때가 좋았다.
그의 말은 소극적인 그를 변명하는 것에 불과 했습니다.
내게서 한 발짝 물러서 나와 친한 사람들에게 느끼는 그의 약한 감정을 변명하는 말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는 사람들에게 빨리 싫증을 느낀다.
그리고 사람을 잘 잊는 것 같다.
그의 말은 나를 슬프게 했지요.
그것이 누구 때문이었는데, 늘 생각나는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잊어 가며 실증을 내었던 것을 그는 알지 못했습니다.
내 마음을 고백한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늘상 하는 것처럼 그는 받아 들였습니다.
내가 가장 오래 가슴에 묻은 남자.
승주는 지금 애처롭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나는 잊혀지는 게 싫다.
너에게 사랑하는 마음 가지는 것이 두렵다.
간혹 생각이 나면 예전처럼 친구로 만나자.
그는 그 말을 하고 돌아 선 뒤 지금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난 만나고 싶어도 연락하기가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를 통해 배웠습니다.
간혹 생각이 나면 친구처럼 만나자.
마음을 털어 놓은 상대에게 그가 남긴 말은 자기를 잊어라는 말보다 더 가혹했습니다.
그가 어색합니다.
내 잘못일까요.
그가 요즘 애틋하게 그립습니다.
하늘에 그려지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청아하여 보고 싶네요.
그러나 가을 하늘은 알고 있습니다.
높고 푸른 그 하늘 끝에는 이별이 있다는 것을...
이별을 준비하기에 가을 하늘은 구름 하나 반기지 않고 홀로 곱다는 것을...
그의 모습이 곱게 그리운 것은 곧 잊혀 진다는 것을 가을 하늘처럼 나도 알고 있습니다.
정희는 요즘 졸업 준비로 바쁘더군요.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또한 마음이 아플 겁니다.
서운한 감정이 하나 둘 쌓이면 엉어리 되어 아플때가 오지요.
정희에게는 지금이 그때인가 봅니다.
바쁘고 힘든 시기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곁에서 위로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정희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무나 개인적이며 정희에게 무관심해 보입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분명 정희에게 무관심해 보였습니다.
정희는 그 사람을 이해한다 하면서도 서운한 감정이 하나 둘 쌓이고 있지요.
나는 정희처럼 그렇게 서운한 감정 쌓아 두고 살지는 않을 겁니다.
밋밋하게 유지되는 관계도 싫구요.
그래서 난 승주를 오랫동안 그리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 가을이 끝나기 전 그가 내 사랑을 믿는다 말하지 않으면 잊을 겁니다.
그가 요즘 많이 보고 싶지만 내가 먼저 연락하지는 않을 겁니다.
사랑하는 사이가 되느냐, 잊혀 지느냐,는 이제 그의 몫입니다.
나는 그에게 분명 사랑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나는 아쉬울 게 없어요.
제가 사귄 남자들이 한 둘이 아니지요.
비록 난 친구라 생각하며 사귄 것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사랑하는 사람 하나 쯤 못 만들겠어요.
요즘들어 많은 사람들이 그립더군요.
승주 그 사람 때문이겠지요.
잊혀지는 모든 사람들이 지워지면서 그립습니다.
어떤 녀석의 말처럼 잠시 스친 인연이라도 그 스친 시간 만큼은 그리울 때
가 있더군요.
그 말을 한 녀석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당구장에서 자기 친구들과 한 게임 하고 있겠지요 뭐.
말만 잘하는 녀석이지요.
어디서 그런 말들을 배웠는지 모르겠네요.
오늘은 실험이 늦게 끝이나 집에 가려면 서둘러야 겠어요.
벌써 열시가 넘었습니다.
약대 앞에 바로 차를 주차시켜 놓기가 눈치가 보여 농대 뒷 쪽에다 차를 주차시켰지요.
밤이 되니까 그 곳이 조금 무섭습니다.
기숙사에서 오는 시크먼 남학생의 모습도 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차 앞까지 왔습니다.

"아앙!"

가슴이 덜컥 내려 앉고 눈물까지 질끔 쏟아 졌습니다.
키를 문에다 갖다 대는 순간 누군가 내 다리를 덜컥 붙잡았습니다.
주위는 깜깜하고 보이는 사람도 없는 데 누군가 내 종아리를 꽉 잡았습니다.
덜썩 주저 앉았습니다.

"무섭지?"

내 뒤에서 누군가 있습니다.
이 번엔 어깨까지 잡았습니다.
비명이 나오다가 목에 떡 걸려 아무말 할 수 없었습니다.
위축된 어깨 너머로 고개를 살며시 돌려 봤습니다.
손가락으로 내 볼을 찌르네요.

"누구?"
"누나 아직 집에 안 갔어요?"

낯이 익은 목소리네요.
그래서 힘껏 고개를 돌려 보았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키득 되고 있는 녀석을 보았습니다.
치마만 입고 있지 않았어도 바로 다리로 목을 감아 졸라버리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얼굴입니다.

"너 뭐야, 놀랐잖아."
"복수야, 복수. 그때 나도 이 만큼 놀랐어. 누나는 쪽팔리지는 않잖아. 헤헤,
많이 놀랐어요?"

내 뒤에 있는 녀석은 박철수 그 녀석이었어요.
내 모습이 그럼 장난으로 놀란 표정이니?
한대 때려 줄려다 웃는 얼굴이라 양 주먹으로 죠 패 주었습니다.

"이 여자가 진짜. 졸라 아프네."
"넌 집에 안가고 뭐 했어?"
"나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오는 길이잖습니까. 나도 도서관을 갑니다. 누나 차가 보이길래 복수할 기회다 하고 숨어 있었지요. 장장 삼십분이나 차 뒤에서 숨어 있었습니다. 다리가 다 저리네."

제 정신 가진 녀석은 아닌 것 같네요.
진짜 한심한 녀석입니다.
그래도 귀여운 녀석입니다.
순진하구요.

"다음 부턴 이러지마. 다음에 이러면 죽을 줄 알어."
"누나 하는 거 봐서. 늦게 가네요?"
"오늘 실험 때문에."
"참! 누나 참한 후배는 언제 소개시켜 줄거에요? 가을이 되니까 참 허전하네요."
"잠시 잊고 있었네. 곧 소개 시켜 줄게. 내 고등학교 후배 중에 예쁜 애들이 많아. 니가 확실히 딸리지만 내가 광고 잘해 줄게."
"저도 따지고 보면 못난거 없어요. 너무 그러지 말아요."
"그래. 누나 이제 가 봐야 겠다. 밥은 꼭꼭 챙겨 먹어라."
"흑흑, 오늘 저녁 굶었어요. 당구 실력 나만 는게 아니었어요."

녀석의 표정이 불쌍하네요.
시간만 이렇게 늦지 않았어도 밥 사주고 가고 싶을 정도로...
불쌍한 얼굴도 무기가 되네요.



## 이글은 이현철님의 '연하가 뭐 어때'라는 글을 퍼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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