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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세상

담아온 글들

연하가......
2004.11.03 00:54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21회)

조회 수 553 추천 수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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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 하나 사야 겠다.
친하지 않은 전공책에 수건 말아 베개 대용으로 사용했더니 목이 뻐근하다.
누나가 네번 째 내 방 신세를 지고 있다.
앞으로 몇 번을 더 자고 가는지 세어 봐야 겠다.
10번을 넘어 가면 그때부터는 방 값을 받아야 겠다.
치솔도 일회용이 아닌 누나 전용으로 하나 사다 놓고, 수건도 따로 하나 사 놓아야 겠다.
그래 은정씨 니는 좋겠다.
푹신한 침대에서 얼마전에 빨아 놓은 깨끗한 베개를 베고, 통통한 호랑이 인형을 안고, 거기다가 깨끗한 봄 이불까지 덮은 채 참 잘도 잔다.
아이, 목이야.
이거 나도 남잔데, 여자를 저렇게 내 방에서 재워도 되나?
친구들과 상의를 해봐야 겠다.
저게 무슨 의도로 내 방을 들락거리는지, 잘 때 건드려도 되는지.
근데 건드린다는 의미가 잘 파악이 되지 않는다.
날 믿고 저렇게 고이 잠들어 있는데 음흉한 생각을 한다는 게 양심에 찔린다.
하지만 나도 남잔데, 여자가 내 방에서 무방비 상태로 잠들어 있는 현 시점에서 아무 음흉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남자로서 수치다.
벌떡 일어 섰다.
누나 앞으로 갔다.
잘 때 보니까 누나가 참 예쁘다.
뭐 낮에 봐도 예쁘다.
나는 누나를 건드려 보기로 맘을 먹었다.
손가락으로 누나 볼을 찔러 보았다.
어쭈, 웃어?
두 손가락으로 코를 잡아 막았다.
코가 막혔으니까 입을 벌리겠지.
입까지 막아 버릴까?
잘못하면 죽을 것 같다.
코를 판 손가락을 입에다 집어 넣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내가 그렇게 지저분한 놈은 아니다.
이만하면 됐다.
별로 수치스럽지 않다.
좀 건드려 먹었으니까.
잘 자쇼.
손가락으로 볼 한 번 더 찔러 보고 누나가 씩 웃자, 다시 내 자리에 누웠다.
다음엔 용기를 내어 가슴도 한 번 찔러 보자.

저 누나가 좋아진다.
사랑이란 감정까지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다.
큰일이다.
오늘 누나에게 차인 놈을 보았다.
비참해 보였다.
그 사람 누나의 기억에는 나쁜 놈으로, 그냥 스쳐가는 인생의 엑스트라로 묘사 되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꿈꾸는 세상에서 그는 분명 주인공이다.
그가 아름다운 사랑을 생각하면 그는 멋있는 남자였을 것이고, 누나는 잠시 그 주인공의 상대였을 뿐이다.
누나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내가 한 행동은 혹시 멋있는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나이도 어린 게 버릇없이 싸가지 없는 행동을 한 것에 불과하다.
나는 지금 누나에게 뭘까?
조연 쯤 될려나?
조연은 오래 출연해야 된다.
내가 꿈꾸는 세상에서 누나는 뭘까?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 아니라면 누나는 비중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마음을 줄 여자 친구가 나타나지 않으면 누나가 주인공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누나에게 쉽게 잊혀 질 것 같지만 누나는 내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오늘 누나에게 좋은 인상 심어 주지 못하고 배역을 잃어 버린 그 놈은 다시 등장하기 힘들 것이다.
이름 없는 놈으로 사라질 것이란 말이지.
나는 그렇게 되기 싫다.
길게 끌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된다.
파출소에서 누나가 나를 편들 때, 오늘 그 자식은 형편없는 놈으로 묘사 되어졌다.
나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 없다.
저 여자는 맘이 떠난 사람에게는 독한 여자다.
보통 연하는 멋있는 놈이 나타나거나, 옛사랑이 나타나면 별 볼일없는 놈으로 그냥 사라지는 것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많이 보아 왔다.
사랑하지 말자.
이런 관계를 유지하다가 나중에 멋있는 놈으로 사라지자.
근데 왜 내가 이런 쓸데 생각을 해야 되는겨?
아, 잠이 오지 않는 밤이구나.
그리고 오랜만에 파출소도 끌려 가 보았었구나. 저런 쓸데 없는 생각 충분히 할
수 있다. 내게서 저 여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누나와 다시 자주 만났다.

"푸하하, 갈비탕 한 그릇 벌었다."
"너 진짜 80맞아?"
"응."

나 150 다 되었는데, 80이라 속이고 누나와 당구 쳐 이겼다.
당구 정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도 별로 욕 들어 먹지 않는다.
욕 들어 먹는다.

"너 120 치잖아."

확 단골 당구장을 바꿔 버리던지 해야지.
주인 아찌가 괜히 나한테 친한 척 했다.
누나가 당구채를 뒤집어 들길 래 다 시 한판 쳤다.
120놓고 쳤다가 개 박살났다.

"맛있어요?"
"응, 나도 종종 얻어 먹어야 겠다. 너 이제 3학년이니까 얻어 먹어도 별로 양심에 걸릴 것도 없어."
"누나 진짜 대학원 갈거에요? 대학원은 꼭 우리 학교가 아니라도 갈 데 많잖아요. 이화여대 좋지 않아요?"
"왜? 후배 꼬셔서 너에게 소개시켜 달라고?"
"내 의도를 잘 파악하시는 군요."
"내가 곁에 있는 게 싫어?"
"싫은 건 아니지만, 누나 공부 못하죠? 그러니까 다른 대학으로 갈 자신이 없으니까 어드벤티지가 많이 작용하는 우리 학교 대학원을 생각하는 중이죠?"
"후후, 너 그래 내가 다른 대학원 원서를 썼을 때 반응이 어떤지 두고 보겠어. 너 때문이라도 다른 대학원에 떡 합격해 주겠어."
"진짜루?"

그러면 안돼는데, 괜히 말 꺼냈다.
오월달은 밝은 모습이었다.
은정이 누나 덕에 여자 친구 생각도 별로 나지 않았다.
내가 그냥 생일을 말해 버리자, 내 생일 선물도 사주었다.
내 생일은 음력으로 따진다.
내가 어린애도 아닌데...
동아리에서 내 생일 파티를 해 주었다.
누나가 술을 제법 마셨다.
오늘 마신 술의 양으로 누나가 취한 행동을 보이진 않았으나 운전을 하긴 힘들 것이다.
눈치를 살폈다.
여자 후배들도 제법 있는데, 누나는 잠자리를 의뢰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또 내 방을 의지할 것 같았다.
동아리에 소문이라도 나면 좋을 거 하나도 없는데, 누나는 나를 쳐다 보며 생긋 웃었다.
누나가 내 생일 선물로 차 뒷 좌석에서 꺼내 준 것은 내 방에 있는 호랑이의 큰 형 쯤 되는 무식하게 큰 호랑이 인형이었다.
다 큰 사내 자식한테 인형이 뭐냐.
그리고 사 줄려면 좀 빨리 사주지.
우리 집에 베개가 두개 있다.
얼마전에 혹시나 해서 3만원이나 주고 라텍스 고무로 된 고급 베개를 하나 샀다.
인형이 하나 생길 줄 알았다면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이었다.
생일 파티 한 곳에서 내방까지 별로 긴 거리가 아니었으나 들고 가기 졸라 쪽팔렸다.
모두가 인형을 들고 가는 나를 보고 비웃는 것 같았다.
근처의 웃는 사람들은 모두 나 때문인 것 같았다.
은정이 누나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침대 위에 베개도 두개고, 인형도 두개다.
푸짐했다.
인형을 주고 갑자기 사라진 누나는 그날 내게로 오지 않았다.
누나가 준 인형 앞에 베개를 대고 누웠다.
사자머리가 준 인형은 발 밑에 깔았다.
그리고 고급 베개는 배 밑에 깔았다.
졸라 불편했다.
그냥 옛날 베개를 제외 하곤 방바닥에 던져 놓고 잠을 이루었다.
누나는 어디 간걸까?
내 방에서 자도 되는데, 가슴 찌르는 것은 나중일인데, 눈치 챘나 보다.
누나는 여자 후배 하나를 데리고 여관에서 잤다고 했다. 그 애가 갈 데가 없어서 같이 자주었다고 했다. 제법 배려하는 마음도 있는 여자다.
근데 왜 남자친구를 사귀면 오래 못 끌지?

유월이 시작 되었다.
오전에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난 아주 가슴이 내려 앉는 줄 알았다.
번호판은 보이지 않았으나 저 은회색 비엠더블유 승용차
는 우리 학교에 한대 밖에 굴러 다니지 않는다.
정문 부근이었다.
나는 걸어 나오다 갑자기 식은 땀이 흘렸다.
엔진 부근에서부터 앞 운전대 있는 곳 까지 심하게 일그러져 견인차에 끌려 가고 있는 누나의 차를 보았다.
사고가 난 것 같았다.
은정이 누나가 많이 다쳐 어디론가 실려 간 것 같다.
큰일이다.
누나가 많이 다치진 않았나 걱정이 심하게 되었다.
난 전화기를 찾았다.
저 멀리 상점에 공중 전화가 보였다.
뛰었다.
그냥 정신없이 누나의 생각으로 전화기를 향해 달렸다.
누나 헨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다친 사람이 전화를 받을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무작정 누나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누나의 소식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상점 문이 열리고 전화벨이 실감나게 울렸다.

"너 지금 나에게 전화하고 있는거니?"

분명 통화음이 가는 중인데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았다.
누나가 아주 기분 나쁜 표정으로 캔커피 하나를 뜯어 마시고 있었다.
한 손에는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들고 말이다.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무사하네요?"
"엉?"
"누나 차 끌려 가는 거 봤어요. 혹시 누나가 다치지나 않았나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무사해요?"

누나 볼을 잡아 당겨 보았다.
무사한 것 같다.
탱글탱글 했다.

"야, 아파."
"다행이에요."
"아이 몰라 씨. 얘기 하지마."
"뭘?"
"누군지 잡히기만 해 봐. 완전 폐차 시키게 생겼어."
"누나 차 말이에요? 어떻게 된건데?"
"일요일에 학교를 왔다가 역 부근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그냥 갔어. 술을 조금 마셨거든."
"누구하고 마셨는데?"
"우리과 여자애들하고 마셨다. 됐니?"
"그래서요?"
"아침에 와 보니까 차가 저 지경이 됐잖아. 새벽에 누가 받아 버리고 도망갔다는데 알 수가 있어야지. 2.5톤 트럭이었대."

얘기 하지 말라더니 지가 알아서 다 얘기해 주네요.

"저 차 꼬물 된거에요?"
"응."
"외할아버지가 사 주신 귀한 찬데 어떡해요?"

꼬시게 잘 됐다.

"몰라. 집에서는 차 사줄 생각 않을텐데."
"이 근방 정비소 한 번 돌아다녀 봐요. 손해 배상은 받아야 할 것 아네요."
"신고해 놨어. 짜증나 죽겠어."
"안됐네요."
"앞으로 학교는 어떻게 다니지?"
"전철 있잖아요. 아, 그리고 우리 건물 오피스텔 몇 개 비었어요. 알아 봐 줄까요?"
"진짜 자취할까?"
"내가 주말마다 차를 몰고 다녔어요. 물론 한약 배달을 위한 거였지만, 나름대로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었죠."
"무슨 말 하는거야?"
"기름 넣어 주면 차를 사던지, 방을 얻던지 그때까지 누나 태우고 다닐 수 있는데?"
"치사하다 진짜. 내가 너 태워 줄 때 기름 넣어 달란 소리 했니?"
"치사하다는 말은 제 아버지께 하세요. 나는 배달 나가면서도 기름은 내가 넣어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누나와 함께 서울로 돌아 갔다.
국철, 퇴근 시간에 장난이 아니지.
신도림 가까이 가면 이건 차라리 전쟁이 났을 때, 방공호보다 더 빽빽히 사람들로 채워진다.

"누나 버터야 살아요. 이호선 타면 좀 나을거에요."
"내 뒤에서 잘 버텨."

누나를 앞에 세우고 밀리지 않을려고 힘을 써 보지만, 역부족이다.
나 혼자면 모르겠는데, 누굴 보호하는 입장에서 제 힘을 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궁지기신에서 미소 때문에 정환이가 죽는구나.

"기름 넣어 줄래요?"
"알았어.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호선에서는 앉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할머니가 보이자 일어 서 주었다.
푸하하, 나 이런 사람이요.
뭘 그리 쳐다 보나?

"너 어디 놀러가냐?"
"운전할 때, 선글라스 끼는 놈이 부러웠어요. 멋있는 점퍼에다가 깃을 세운 티셔츠, 자기 아들이지만 멋있지 않습니까?"

아버지는 약재를 정리하시며 나를 아주 희한한 놈으로 쳐다 보셨다.
학교 가는데 별 지랄을 다 떠냐,하는 표정이시다.
상관없다.
저런 표정 어제 오늘 본 것도 아니다.

"조심해서 운전해라. 그리고 차에 상처가 나면 니가 다 물어내야 한다."
"너무하십니다. 제가 돈이 어딨다고?"
"내가 니 결혼할 때, 해 줄거 생각한 게 있거든. 거기서 까지 뭐."
"아버지 이거 말고 다른 선글라스는 없어요?"
"그 나이 많은 여자한테 사달라고 해. 꼬락서니 보니까 누구 태우고 갈려고 하는 모양인데. 남자는 아닐거고, 그렇다고 사귀는 여자 애도 없을거고. 그 처자 맞지?"
"네."
"나이 많은 여자하고 살면 니가 고생한다. 막내는 모르겠는데, 장남은 연상하고 안 맞아 임마."
"그냥 선,후배 사이라고 말했잖습니까."
"하여튼, 요 며칠간 만 차 빌려 주는 거다. 학생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지."
"알겠습니다."
"베스트 드라이버는 말이죠? 사자가 토끼를 사냥하면서도 최선을 다하 듯, 경운기를 앞 지를 때도 주위 상황을 잘 살펴서, 깜박이를 켜주고 하는 겁니다."
"진짜 시끄러워 못 듣겠네."
"에, 그리고 베스트 드라이버는 말이죠? 다이아몬드 표시가 보이면 무조건 브레이크를 한 번 밟아서 속도를 늦추어야 돼요. 이렇게요."
"오늘 집에 갈때도 이럴거니?"
"누나도 그랬잖아요."
"내가 언제?"
"그랬어요. 잘 봐요. 베스트 드라이버는 말이죠? 저기 보기 싫은 짭새들이 속도계를 들고 숨어 있는 것을 봐도 손을 흔들어 줄 줄 아는 여유가 있어야 되요."

복수 했다.


녀석이 운전 하면서 말이 많았어요.
초보라 불안할 줄 알았는데, 꽤 운전을 잘 했어요.
철수 덕에 서울로 잘 왔습니다.
아침에는 말이 많더니 저녁엔 조용히 왔어요.
운전하는 것 보다 옆좌석에 앉아 있는게 더 편하네요.
청담동 사거리에서 신호등 때문에 주차를 했지요.
옆에 감청색 소나타2가 정차를 했었어요.
그 차안의 풍경도 괜찮더군요.
남,녀가 아옹다옹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저쪽도 남자가 더 어려 보이네요.
철수랑 아옹다옹하며 지낸 시간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네요.
옆좌석 운전하던 남자가 나를 쳐다 보며 웃는군요.
나도 옅은 미소로 여유로움을 보여 주었습니다.


잠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돌아 가서 옆 차의 실 내용을 다시 설명하지요.


"우쒸, 한 번 더 견인 되어 간 차 끌고 오게 만들어 봐. 가만히 안 있겠어."
"그래도 돈은 내가 냈잖아."
"그럼 니가 내야지. 친누나라고 하나 있는 게 어찌 그리 속을 썩이냐."
"옆 차를 봐라. 얼마나 조용하냐. 저 남자가 저 여자에게 잘 하나 봐. 여자가 여유로운 모습이잖아. 너도 남자라면 저 차 운전하는 사람을 본 받아라. 남자는 여자에게 저런 표정을 짓게 해줄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하는거야. 시간날 때마다 누나를 구박하니까, 밖에서도 그런 버릇이 나올 거 아냐. 너 그러면 여자친
구 못 만든다."
"내가 지금 구박하지 않게 생겼냐? 내가 차 끌고 나가지 말랬지? 견인 푯말 아래에 차 주차 시킬 배짱은 어디서 나온거야?"
"여유로움을 가져라 얘야."
"누나가 옆 차의 아가씨 정도로 예쁘면 내가 차를 다 부숴 놓아도 암말 않겠다."
"나도 나가면 미인 소리 듣는다니까?"
"아니야, 옆 차의 아가씨가 훨씬 더 예뻐. 헤."


쇠뿔도 단 김에 뽑으랬다고 바로 부모님께 학교 근처에 방을 얻겠다고 했습니다.
흑흑, 내 차는 폐차 시켰어요.
엔진 룸이 엉망으로 찌그러져 엔진이 재생 불가능이래요.
내 차를 박살 낸 그 트럭은 찾지 못했구요.
아빠는 그냥 승용차 한대 사줄테니 통학 하라고 했지만 자취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철수가 있는 곳이 그래도 깨끗하고 넓었지요.
오피스텔처럼 꾸며져 있는 방이 맘에 들었어요.
마침 빈 방이 있어서 계약을 했습니다.
토요일날 방을 구하고 일요일날 아빠 도움으로 짐을 옮겼지요.
인테리어는 내가 좀 더 신경을 써야 겠군요.
내 방엔 철수 방보다 짐이 많아요.
철수 방에는 없는 티비, 작은 오디오도 있었고, 작은 냉장고, 전자 레인지.
욕실에 세탁기도 있었어요.
전화도 놓아야지요.
원래부터 있던 침대도 바꾸어야겠네요.
그냥 쓸까?
그럼 침대보만 예쁜 걸로 하나 사야겠네요.
아침에 차를 마시기 위한 둥근 유리 탁자도 하나 사구요.
화분도 몇개 사야죠.
벽에 걸 수 있는 액자들도 몇 개 사야겠지요.
나 혼자 들고 오기 힘들겠죠?
철수 데리고 수원 한 번 나갔다 와야 겠네요.
내 옆방의 옆이 철수 방입니다.

"내일 운전해서 올거니?"
"응."
"아침엔 나 데리러 오지마."
"왜요?"
"그냥 와."
"그럼 내가 차 끌고 갈 필요 없잖아."
"내일은 필요할테니까 가지고 와."

철수는 차를 자기 자취방 건물 앞에 세워 놓지요.
제법 이른 시간인데 일찍 왔더군요.
내 방 창을 통해서 철수를 보았습니다.
철수는 학교를 가지 않고 자취방으로 들어 오더군요.
철수를 찾아 갔지요.

"어, 아침부터 왠일이에요? 누나 여기 있었어요?"
"응. 역시 니 방은 썰렁하구나. 근데 학교로 가지 않고 여기로 왜 온거야?"
"책은 가지고 가야 할 것 아닙니까. 근데 누나 복장이 밖에 돌아다니기에는 좀 가볍네요."
"잠깐 나 따라와 봐."
"나 수업 들어가야되요."
"잠깐이면 돼."

철수에게 내 방을 구경 시켜 줄 참이었지요.
철수는 내 방을 지나쳐 계단으로 내려가 버리더군요.

"누나 거기서 뭐해요?"
"넌 어디 가는데?"
"밥 사주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차나 한 잔 하고가."
"어? 그 방으로 왜 들어가?"
"여기 내 방이야. 나 어제 이사했다?"
"엥?"

내 방에 처음 들어 온 이방인이 철수가 되었네요.
이방인?
오후에는 철수 덕을 좀 봤지요.
필요한 걸 사다보니가 제법 많이 사게 되더라구요.
차가 없었으면 고생할 뻔 했어요.

"이런 거 다 필요 없어요. 그냥 살면 되는데..."
"내가 너하고는 다르지. 너 오늘 집에 갈 거지?"
"네, 차가 내 차가 아니라서."
"우리, 내일 집떨이, 아니 입방식 하자. 뭐 필요한 거 있음 준비해 와."
"누나 진짜 자취하는 거에요?"
"내 방 봤잖아. 좋지?"
"왜 내가 사는 곳으로 왔는데?"
"내가 자취해 본 적이 없어서 여기 밖에 모르잖아."
"그렇다고 같은 건물에서 살아?"
"싫니?"
"아, 앞으로 어떻게 될려고 이러지?"
"뭐가?"
"내일 집떨이는 둘이서만 하는 거에요?"
"응."


누나가 내 방 바로 근처에 방을 얻었다.
좋아해야 되는지, 싫어해야 되는지 아직 갈피를 못 잡겠다.

"야, 임마 똑바로 말해 봐."
"내일 그래서 그 여자 방에서 단 둘이 집떨이 하기로 했단 말이지?"
"응."
"기회네. 술을 잔뜩 먹인 다음 덮쳐."
"뭐 임마?"
"눈 딱 감고 덮쳐. 그럼 넌 연상의 콧대 높은 여자를 사귀는 거야."
"그러다 잘못해서 잡혀 가면 어떡하냐. 누나가 싫어 할 것 같은데."
"자기 방에 스스로 널 불렀는데 잡혀 가겠냐. 널 유혹하는 거잖아. 넌 맨정신으로 불가능할 것 같으니까 술을 먹고 덮쳐. 이왕이면 독한 술로 해라."

친구에게 내일 일에 대해 상의를 해 보았다.
그래, 더 좋아지기 전에 덮쳐 버리는 거야.
성공하면 연상사귀는 거고, 실패하면 차이는 거다.
차여도 지금 차이는 게 낫다.
하필이면 내 옆으로 와 가지고 말이야.
안 그래도 좋아지는데, 앞으로 큰일 날 것 같다.
밤에 아버지가 양주 모아둔 곳에서 그럴 싸 한 양주 한 병 훔쳤다.
많이 있으니까 표도 안 날것이다.
그리고 양주 한 병이 비싸면 얼마나 비쌀거냐.
좀 큰 걸로 한 병 꼬셨다.
헤네시?
그거 한 병 훔쳤다.

사람들 많은 지하철에서 양주 한 병 가슴에 고이 품고 학교로 왔다.
교수의 말도 잘 들리지 않았고, 친구들의 당구 치자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자 마자 내 방으로 달렸다.
누나의 방 현관을 지나치면서 가슴이 뛰었다.
방에 홀로 앉아 양주병과 맞대면을 했다.
너만 믿는다.
나에겐 용기를 주고, 누나는 정신을 잃게 만들어야 한다.
저녁을 먹고 난 다음 누나가 날 불렀다.
누나 방은 여자가 사는 방이 맞는 거 같다.
내 방하고는 격이 다르다.

"오늘 침대 보 샀어. 예쁘지?"
"예쁘네요."
"나 인형하나 사줘. 나는 껴안고 자는 버릇이 있거든."
"알았어요."
"티비 보고 싶으면 자주 놀러 와."
"그러지요."
"말이 딱딱하다 너? 가슴에 품고 있는 건 뭐야?"
"에? 수,술인데요."
"집떨이 한다고 술 가지고 온 거야? 그래 한 잔 하지 뭐. 테이블에서 마실래?"
"그러지요. 이거 양준데."
"거기에 맞는 잔이 또 있지요. 내가 과일 사다 놓았거든? 깎아 올게. 그리고 딴 거 먹을 거 필요 없니? 내가 집떨이 한다고 먹을 거 많이 사 놓았어."
"필요 없어요. 누나는 그렇게 입고 자는 거에요?"
"이거? 그냥 집에서 입고 다닐려고 추리닝 하나 샀어. 잠 옷은 따로 있지. 참, 니 방에 내 잠옷이 있구나."
"그거 가져가요."
"알았어."

나는 테이블에 양주병을 꺼내 놓았다.

"너만 믿는다."
"뭐? 어, 그거 헤네시잖아. 상당히 비싼 건데? 너 그거 어디서 났니?"
"알거 없어요."

누나 방에서 가슴 떨리는 술을 마셨다.
독하다.
과일을 안주 삼아 처음엔 테이블 탁자에서 마시다 나중엔 방바닥에서 마셨다.
나는 앞이 희미해져 가는데 누나는 아직 말짱하다.

"그만 마시자."
"어허, 한 병은 다 비워야지요."
"이런 건 두고 마시는거야."
"여기 누나 방이고, 바로 옆이 내 방인데 취해도 되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너는 더 마시면 안되겠는데. 나도 많이 취한거 같아."

취해?
당연히 취해야지.
그래 취해서 빨리 정신 잃어라.

"끝까지 마시기."

덮쳐야 되는데...
덮쳐야 되는데...
다음 날 나는 누나의 침대 위에서 누나 베개와 누나 이불을 덮고 잠들어 있었다.
기분 좋게 윗도리도 벗고 있었다.
근데 가장 중요한 누나가 내 옆에 없었다.
그리고 누나가 술에 취해서 화장실 간다고 가는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없다.
누나가 화장실 가서 돌아 오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기다리다 지쳐 침대로 들어 온 것 같다.
그럼 누나가 화장실에서 자고 있는 거 아녀?
누나는 화장실에 없었다.
누나는 내 방에 있었다.

"나, 어제 화장실 간다고 갔는데, 왜 니 방에서 자고 있니? 너 나에게 수작 부렸지?"

뜨금했다.

"누나는 현관문하고 화장실 문하고도 구분 못해요?"
"아, 그랬나보다. 넌 어디서 잤니?"

이 여자 정신 대게 없네.
근데 왜 못 덮쳐을까?

"누나 침대에서요."
"어, 그거 어제 처음 산 침대본데, 나보다 니가 먼저?"

우쒸, 못 덮쳤다.
큰일이다.
앞으로는 힘들텐데...
그래도 누나 침대에서 자 봤다
앞으로는 좀 더 능숙한 놈에게 상담을 받아야 겠다.
양주 훔친거 들켜서 석달 간 내 용돈에서 10만원씩 아버지에게 차압 당하게 생겼다.
쫌 비싼거였나 보다.
누나가 내 근처로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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