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해원이세상

담아온 글들

연하가......
2004.11.09 05:28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22회)

조회 수 546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어제는 본의 아니게 철수 방에서 잤네요.
아직 내 방보다 익숙한 방이죠.
철수가 내 방으로 술을 가지고 왔을 때, 녀석이 무슨 꿍꿍이 속이 있지 않나 했어요.
아무리 동생 같다지만 철수도 남자죠.
녀석이 나에게 술을 먹여서...
후훗, 좀 조심 했었지요.
기우였나요?
녀석은 나보다 많이 마셨어요.
무슨 의도가 있었다면 그렇게 마시지 못 했을 겁니다.
별로 술에 쎈 것 같지도 않던데, 나 좋아하는 느낌으로 비싼 술 자랑할 겸 그렇게 왔었나 봅니다.
녀석의 술 취한 버릇은 어떨까요?
녀석이 술에 완전히 취한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언제 한 번 실험을 해 봐야 겠네요.
꼬장 부리면 어떡하죠.

"불편한 거 없어요."
"주말에는 집에 오너라."
"네, 금요일날 오후에 들어 갈게요. 잘 주무세요."

삼일 째 자취방 신세를 집니다.
집에서도 나 혼자 잠을 청했지요.
형제 없이 나혼자 자랐기 때문에 혼자 있는 것에 강할 거라 자신했는데, 오늘 밤은 그렇지 않네요.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습니다.
혼자 산다고 설레인 것도 많았는데, 옆 방엔 모르는 사람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좁은 생각이 드네요.
아빠, 엄마가 있는 집 생각이 나요.
첫날 밤은 그냥 설레임으로 생각없이 잘 잤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못하네요.
할아버지 만나러 외국 나갔을 때, 할아버지를 만나 반가웠지만 한편으로 집 생각이 한 동안 계속 났었지요.
그거 하고 비슷하겠지요?
아닌가?
옆 방 옆방엔 반가운 녀석이 분명 살고 있습니다.
하루 정도씩 외박했던 적이 있었지만 그것하고는 느낌이 다릅니다.
침대의 빈공간이 너무 크게 느껴지네요.
이리 뒤척이다, 저리 뒤척이다 해 봅니다.

철수는 오늘 나를 찾지 않았습니다.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딩동!"

응?

"누구?"
"박철수입니다."

후훗!
이런 야심한 시간에 남자가 여자 방을 찾아와도 되는 겁니까?
나 잠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조금 야한 잠옷이에요.
어깨끈이 아슬하게 있는 거요.
가위뼈와 어깨가 다 보이는 속 옷 같은 원피스형 잠 옷이에요.
속옷이 많이 비치네요.
걸치는 가운도 없는데...

"무슨 일이야?"
"문 안 열어줘요?"
"그냥 가. 내일 보자."
"뭐 줄 거 있어요."
"뭔데?"
"문 안열어 줘요? 이렇게 소리치면 옆 방에서 다 듣는다 말이에요."

난처하네요.
옷을 갈아 입기도 귀찮고, 그렇다고 이 모습을 보이기도 어색하고.
저 녀석 그냥 돌려 보내면 뭐라 할 것 같고.

"오래 있을 거 아니지?"
"네."
"그럼, 문 열어 줄테니까 바로 들어 오지 말고 내가 들어 오라고 하면 들어와."

문을 열어 주고 얼른 이불 속으로 숨었습니다.

"들어 와."

녀석은 커다란 인형을 하나 들고 있었습니다.
하얀 곰 인형이네요.
녀석이 진짜 인형을 좋아하나 봅니다.

"이거 주러 왔어요. 이거 사러 수원까지 갔다 왔네."
"이걸 왜 샀어?"
"어제 인형 하나 사 달라고 했잖아요. 근데 더운 날씨에 이불을 왜 돌돌 감고 있어요?"

녀석이 인형을 침대에다 툭 던져 놓더니 날 빼곰히 쳐다 보네요.

"잠옷 입고 있어서 그런다."
"내 방에서 잠 옷 입고 잔 적도 있잖아."
"칫, 그런 잠옷 말고 야한 잠옷."
"어디 한 번 봐바요. 잠 옷이 야하면 얼마나 야하다고. 나는 뭐 다 벗고 있는 줄 알았잖아요."
"뭐야?"

왜 그랬을까요.
목까지 감고 있던 이불을 가슴까지 내렸지요.
내 어깨 살 빛이 곱지?
가위뼈가 예쁘지 않니?
조금 눈부실거다 짜식아.
녀석이 흠씬 놀라는 표정은 지었으나, 내 뱉은 말은 어이가 없었습니다.

"브라자 끈 보여요."
"뭐?"
"내 방에서 잠 옷 갖다 줄테니까, 그거 입어요. 자취하는 사람이 주제 파악을 해야지. 이 건물에 여자라고는 누나말고 한 사람밖에 더 없을걸요. 무난하게 입고 있어요."
"그거 이제 덥잖아."
"그럼 반 바지에 면티 하나 입어요. 아니면 추리닝을 입던지. 그게 뭐야 씨. 이 곳은 거의 늑대들 소굴이란 말입니다."
"헛! 나 혼자 있는데 이렇게 입고 있으면 어때?"
"그래도 안돼. 조심해야 된다 말이에요. 되도록 창 열어 놓고 있지 마요. 창 열어 놓더라도 바인더 하나 사서 가려요. 남자 중에는 여자의 사는 모습에 대해 불필요하게 궁금증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단 말입니다. 그리고 항상 문을 잠궈 놓고 있어요. 나 있을 때는 괜찮지만..."

말투는 별로지만 그런대로 날 위하는 말 같네요.

"그래, 알았다."
"안고 자요."

던져 놓았던 인형을 내쪽으로 당겨 주네요.

"인형 고마워. 너 보다 잘 생겼네."
"우쒸!"

녀석이 돌아 갔습니다.
잠이 오지 않았던 이유가 안을 만한 물건이 없었기 때문이었나요?
철수가 준 인형을 안고 잠이 들었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유월의 날짜도 두자리가 되었습니다.
자취방에는 애어콘이 없지요.
조금 덥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선풍기가 팽팽 돌아 가는 이 방의 소음이 꽤 낭만적입니다.
자취 생활에 적응이 되어 갑니다.
옆방 옆방 녀석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서울 집에서 듣는 풀벌레 소리보다 더 화려한 이 곳의 풀벌레 소리가 여유롭습니다.
이 곳으로 오는 길가의 옥수수가 제법 자랐습니다.
녀석 말대로 바인더를 치고, 헐렁한 면티에 짧은 추리닝을 입고 있습니다.
문은 잠궈 놓고 있구요.
철수 방에 한 번 놀러 가 봐야지요.
방금 아홉시 뉴스가 끝이 났습니다.
남자들은 참 편하군요.
복도 끝방이라 현관 문도 열어 놓고, 창문도 활짝 열어 놓은 채, 반쯤 걷어 올린 넌닝 셔츠 사이로 나온 배를 긁으며 철수는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내가 준 인형의 배를 베고 있네요.
철수 방은 삭막하지요.
보기가 좀 민망해요.
침대 하나 컴책상,
그냥 책상 하나가 다 지요.
싱크대 쪽에 뭔가 있긴 하지만 썰렁합니다.
그나마 주황색의 인형 두개가 분위기를 쇄신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야!"

내 목소리를 듣더니 철수가 넌닝셔츠를 슬며시 내리는군요.
그리고 고개를 내쪽으로 돌렸습니다.

"누나 왔어요?"
"뭐하는거야?"
"레포트 써다 잠시 쉬는거에요."
"덥니?"
"응."
"네 방에는 선풍기도 없다?"
"방학이면 집에 갈텐데요 뭘."
"너 요즘들어 내 방에 자주 안 오는 거 같애."
"나도 바빠요."
"무슨 기분 나쁜 일 있니? 표정이 밝지 못하다?"
"누나?"
"왜? 너 표정이 꼭 배 고픈 얼굴이야. 너 배고프면 기분 나쁘지?"
"우쒸. 나 레포트 마저 써야 되요. 가세요."

서 있다가 녀석의 책상 위로 눈이 갔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낙서 같이 적어 놓은 것을 보았지요.

멀리 있어 그리운 것 보다 가까이 있는 그리움을 잡기가 더 참기 어려운 것.
그리움이 내 가까이 있다.

나를 생각하고 쓴 것 같기도 합니다.
호호, 공주병 증센가?
녀석이 가라니까, 가야지요.
철수가 적었던 말을 내 방에 와서 생각해 보았지요.
그 짧은 글의 상대가 나라면 좋겠단 생각을 해 봅니다.
만약 그렇다면 녀석이 나를 누나가 아닌 여자로 그 생각을 바꾸고 있다는 뜻이 되지요.
녀석이 나를 여자로 생각하고 접근하기 시작하면 내가 그를 피하게 될까요?
지금까지 스쳐 지나갔던 남자들처럼 한 순간 어색해 질까요?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녀석과 보낸 시간 말이지요.
이제는 철수가 남자로서 접근한다 해도 피할 자신이 없어요.
철수는 잊혀지기 싫은 존재가 되었거든요.
하지만 조금 더 후의 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철수를 피할 자신은 없지만 아직은 어색해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철수는 아직 남자보다는 동생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철수가 날 누나로서 따르는 시간들이 좋습니다.
철수가 나를 여자로서 좋아한다해도 어쩔수는 없지요.
기분 좋은 일 일겁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근데 내가 왜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는 걸까?
창 밖 어둠이 내렸고, 옥수수가 자랐고, 풀벌레 소리가 애처롭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자.
그리고 짧은 문구에서 내가 괜히 가정을 잘 못한 것이라고 변명하자.
한 번쯤 이런 생각들, 충분히 할 수 있다.
조금씩 철수에게 젖어 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단지 착각을 하고선 미소 지었을 뿐입니다.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일까요.
괜한 생각들이 듭니다.

유월달이 또 십여일 제 살을 파 먹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시험 기간입니다.
오늘도 난 늦은 밤이 되어서야 내 방으로 돌아 왔어요.
도서관에서 늘 혼자였습니다.
철수 녀석이 사라졌어요.
혹시나 하고 찾아 간 철수 방은 잠겨져 있었습니다.
이 녀석이 도대체 어디 간거야?
최근 며칠 동안 늘 그랬습니다.
철수는 밤늦게까지 돌아 오지 않은 적이 많습니다.
도서관에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밤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 집에서라면 그래도 부모님과 하루의 일들을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지금은 혼자네요.
요 며칠동안 내가 방에 들어 와 할수 있었던 말들은 가끔 전화하고 전화 받으면서 했던 말들이 다 였지요.
어제 정희에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냥 자기 사는 얘기 였지만, 내 기분을 씁쓸하게 만드는 말이 있었습니다.
토요일날 철수가 자기를 찾아 왔었다고 하더군요.
뭐 그럴 수도 있지요.
근데 내게서 보이지 않던 철수가 정희는 찾아 갔었다는 게 기분 나빴습니다.
그리고 철수가 적었던 짧은 문구가 내가 아닌 정희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드니 부끄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그냥 못 넘어 간다.
열두시가 다 되어 들어 오던 철수를 붙잡았지요.
발자국 소리를 듣고 바로 나가 보았더니, 철수가 있더군요.

"너 요즘 보기 힘들다?"
"에? 나도 고학년이잖습니까. 텀 프로젝트 때문에 조 원들하고 해야 될 일이 많아요."
"그렇다고 이렇게 안 보일 수는 없어. 차 한잔 하고 가."
"나 피곤한데..."

녀석을 데리고 내 방으로 들어 왔지요.
숙녀 앞에서 하품을 늘어 지게 하네요.

"너 정희 찾아 갔었다며?"
"응. 저번 주 토요일에 찾아 갔었어요."
"왜?"
"왜긴, 보고 싶으니까 찾아 갔지."
"너 요즘 나한테 소홀하다?"
"레포트다, 텀 프로젝트다 바쁘단 말입니다. 시험도 얼마 안 남았잖아요."
"근데 정희는 어떻게 찾아 갔어?"
"이 여자가 진짜. 지금 따지는 거에요?"
"그래 따진다 왜?"
"하여튼 누나라고만 생각하려 해도..."
"응?"
"나 가서 잘래요. 다음 주면 시험 끝나고 방학이잖아요. 그때 잼있게 놉시다."
"나도 바빠 임마."

철수가 한 말 중에 어색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쩝 모르겠다.

시간은 또 흘렀지요.(시간 맞추려면 빨리 빨리 시간을 흘려 보내야 되요.)
시험 기간에는 정신이 없었어요.
시험 하나가 끝이 나고 잠시간의 여유는 많은 잡념들을 몰고 오지요.
도서관에 앉아 시선의 초점을 잃어 버리면 누군가 떠오릅니다.
승주 생각이 좀 났었어요.
그리고 철수 생각도 나네요.
철수 녀석이 계속 안 보입니다.
시험 기간인데 도서관도 나오지 않고 뭐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난 혼자만의 도서관 자리를 잡았습니다.
철수를 찾아 봤지만 이 녀석은 도대체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에 오다 삐삐를 남겼지요.

"나 피곤해서 내일 도저히 일찍 못 일어 나겠다. 내일 도서관 자리 하나 부탁할께. 네 옆에 내 자리 하나 잡아 놔."

녀석이 전화가 없네요.
못 들었나?
에이 모르겠다.
배짱 한 번 부려보자.
다음 날 일찍 일어 났어요.
배짱 못 부리겠더군요.
오후에 시험이 하나 있었기 때문에 삐삐의 멘트와는 다르게 일찍 도서관으로 나갔지요.
일찌기였지만 사람들이 많았지요.
도서관 현관 앞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다 나를 보자 꿈쩍 놀라는 철수를 만났습니다.

"오랜만이다 너?"
"그렇네요."
"내 자리 잡아 놨어?"
"응, 여기 이석표. 근데 이렇게 일찍 나올거면서 자리를 왜 잡아 달라고 했어요?"
"내 맘이다. 진짜 잡아 놨어?"
"잡아 놔라며?"
"진짜 잡아 논거야? 너는?"
"누나 옆 자리. 오늘은 도서관에서 공부 하죠 뭐."

시험기간인데 이 녀석 어디서 공부를 한거야.
그건 뭐 별 상관할 바가 아니지요.

"너 시험 언제 끝나니?"
"내일. 누나는?"
"나도. 내일 술 한잔 할래?"
"어디서요?"
"니 방이나 내 방."
"정말?"
"응."

녀석이 장난 삼아 남긴 내 음성을 듣고 꼭두 새벽에 나와 좌석을 잡아 놓았네요.
이 녀석 헛갈리네요.
시험을 끝 마치고 전 바로 학교를 나왔지요.
실험 준비를 해야 했거든요.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철수를 알아 보기 위해서였죠.
철수가 점점 내 마음에 들어 오네요.
그것 때문이에요.
썸씽 작은 걸로 두병을 샀죠.
한 병은 반 이상 따라내고 물을 탔죠.
맛이 없었어요.
저녁에 내 방에서 철수와 종강 파티를 했습니다.
아자!
테이블에 앉아 양주 두병을 꺼내 놓고 고운 잔 하나씩 놓았지요.
분위기 있게 작은 조명등을 켜고 서로 마주 앉았습니다.
큰 접시에 보기 좋게 과일 안주를 담았어요.
철수에게 한잔 따라 주었지요.
가득히...

"자자, 부담 갖지 말고 마셔."
"저도 한 잔 따라 줄게요."
"응. 난 이 병에 있는 걸로 따라 줘."
"근데 왜 작은 병으로 따로 샀어요? 큰 거 한 병이 더 싸지 않나?"
"이게 더 분위기 있잖아. 뭐 해 원 샷!"
"원샷?"

자식이 의심스러운 듯 머리를 갸웃 거리네요.
저기 따라 낸 남은 것도 있으니까 나중에 다 마셔라.

"기분 좋지?"
"아이쒸, 계획했던 거 하고 달라지잖아. 내가 덜 마셔야 되는데..."
"뭘?"
"친구가 나보고 쫌만 마시라고 했단 말이에요."
"무슨 얘기야. 조금 더 있으니까 더 마셔."
"어지러운데..."

녀석이 한 병을 비웠을 때 방바닥에 내려 앉더군요.
아까 부워 놓은 양주를 녀석의 병에다 또 따라 놓았지요.

"원 샷!"

폭탄주도 먹여 볼까요?
아, 전 작은 병의 삼분의 일도 못 마셨어요.
녀석이 꼬장을 부리면 방어를 해야 했기 때문에 맨정신이 필요 했지요.
녀석은 거의 600미리를 마셨죠. 소주로 치면 네병 정도 되는 알콜 양입니다.
너무 많이 먹였나요?
8시부터 마신게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녀석이 제법 술이 쌔네요.
지금 꼬장을 부리면 분위기가 좀 어색한 시간인데...
녀석이 나를 보며 웃네요.
꼬장 부려봐 씨.
꼬장 부리면 좀 좋아 졌던 마음이 가라 앉겠지요.
녀석이 실 웃더니 한 손으로 내 허벅지를 치네요.
그래 너도 별수 없이 수작 버리지?
한 손을 주먹쥐었습니다.
여차하면 팰려구요.
근데 녀석이 실 웃더니 내 허벅지를 베개 삼아 그냥 누워 버렸습니다.
그리고 때릴 수 없는 웃음 맺힌 얼굴로 그냥 잠들어 버렸습니다.
이거 어쩌나요.
홍조 빛 얼굴에 미소를 맺고 내게 누워 있는 녀석이 사랑스럽네요.
십분 정도 그렇게 녀석을 내 다리위에 앉히고 바라 보았습니다.
무언가 그리움을 잡고 있는 듯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손을 뻗어 침대 위 내 베개를 받쳐 주고 주위 정리를 했습니다.
내 힘으로 녀석을 침대에 눕힐 수는 없었습니다. 담요 하나를 덮어 주었지요.
그리고 한 참 동안이나 철수의 자는 모습을 쳐다 보았습니다.
더워 하는 거 같아 물수건으로 땀이 맺힌 목 주변을 닦아 주었지요.
그래도 깨지 않네요.
많이 취했나 봅니다.
녀석은 꼬장을 부리지 않고 그냥 사랑스런 모습으로 잠이 들어 버렸네요.
어쩌면...

녀석도 내 방에서 두번을 자고 갔습니다.
인형 베고 자는 것도 괜찮네요.



새벽에 누나보다 먼저 깨어 내 방으로 달아 났다.
쪽팔렸다.
방 바닥에서 이불 다 차내고 큰 대자로 자고 있던 날 발견하고선 얼마나 비참했는지 모른다.
누나는 날 어린 녀석으로 밖에는 안 봤을테지?
누나에게 감정이 생기는 것 같아 잠시 피해다니고 있었는데, 누나 방에서 이런 모습으로 자게 될 줄이야. 정희 누나 말로는 은정이 누나가 연하에게 감정 가질 애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어른스러운 모습 보여주려고 했는데...
내 은정이 누나가 술 한잔 하자고 한 말을 듣고 친구에게 교육을 받았다.
저번처럼 그런 교육이 아니다.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 이거지?"
"응. 저 번 처럼 덮치라 하지 말고 좋은 쪽으로 가르쳐 줘."
"오늘도 밀폐된 공간에서 둘이서 술을 마실거란 말이지?"
"응."
"니가 좋은 놈이란 걸 보여 주고 싶다? 인내심이 필요한 건데 해낼 수 있을려나?"
"말해 봐."
"여자에게 무조건 술을 많이 먹여. 넌 되도록이면 먹지 마. 맨 정신으로 있다가 여자가 픽 쓰러지잖아?"
"응."
"그러면 곱게 들어다 침대에 눕혀. 그리고 주위 청소를 해 주고 난 다음, 물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을 닦아 줘. 그러면 깰 수가 있어. 그럴 때 미소를 지어 주면서 걱정하지 말고 편히 자요. 이렇게 말하는거야."
"옹, 그래서? 깨지 않으면 어떡하는데?"
"니가 침대 맡에서 그녀가 깰 때까지 앉아 있는거야. 아침이 될 때까지 말이지. 그 자세로 잠이 들어도 돼. 병원에서 의식 잃은 환자를 걱정하며 간호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말이지. 니가 깨어 있는데 그녀가 잃어 나면, 이제 깼어요? 하며 미소를 지어 주면 되고, 그녀가 먼저 깨도 자길 지켜준 널 보며 감격할 거야."
"그 좋다 야."
"너는 술을 많이 먹으면 안돼. 니가 꼬장 부리면 만사 꽝이야.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주는거야. 여유로움은 곧 성숙함이거든."
"알았다. 역시 넌 뭔가 다른 놈 같다. 승헌이보다 못생겼으면서 여자 친구가 더 예쁜 건 확실히 이런 능력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맙다 동엽아."
"잘해 봐라."
나 시키는대로 하려고 했다. 근데 원샷! 할 때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나 술먹고 자면 배를 꺼내 놓고 긁는 버릇이 있는데...
누나가 내 자는 모습을 보고 많이 비웃었을 것 같다.
누나는 거의 취하지 않은 모습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쪽팔린다.
오늘 짐 챙기자 마자 바로 서울로 튀어야 겠다.
우쒸.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조회 수
공지 그가말했다 천재가 부럽습니까? 재능이 부족합니까? 9343
공지 한몸기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 9401
14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15회) 532
13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14회) 523
12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13회) 818
11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12회) 503
10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11회) 456
9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10회) 514
8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9회) 547
7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8회) 518
6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7회) 624
5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6회) 652
4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5회) 683
3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4회) 1395
2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3회) 714
1 연하가......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1,2회) 126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