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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세상

담아온 글들

연하가......
2005.04.18 01:19

[이현철] 연하가 어때서(29회)

조회 수 466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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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 동안의 고민으로 내 여러 마음들이 바뀔리는 없습니다.
승주는 잊었다 생각했고, 철수에게는 마음이 가고 있다 느꼈습니다.
그 사실이 갑자기 싫었습니다.
집에 돌아 와 갑자기 나 자신이 씩씩 거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잠들기 전 생각해 보았지요.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나이를 먹기 때문일까요.
잊혀지고 있던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났다는 게 기분 나빴습니다.
요즘은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어요.
어제 철수와의 데이트도 승주를 만나지 않았다면 고운 미소를 가지고 집에 돌아 와 많은 생각없이 잠 자리에 들었을 겁니다.
어제 철수에게 미안했지요.
그렇지만 내가 철수의 집 앞에까지 갔다 온 것은 기분 나빴습니다.
갑자기 틀어 졌습니다.
승주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승주는 생각나지 말았어야 하지 않나요.
자꾸 생각이 납니다.
승주가 생각이 날 수록 철수에게 미안한 감정이 생깁니다.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자기 생각으로 나를 어색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 승주가 생각에서 지워지지 않는 게 기분 나쁩니다.
집에 가란다고 불평 한 마디 없이 등을 돌린 철수가 또 싫어 집니다.
지워져야 할 놈은 다시 생각이 나고, 마음으로 들어 오던 놈에겐 미안해 지고...
이것들이 진짜...
늦게 잠든 탓에 늦은 아침에 일어 났습니다.
승주에게 삐삐를 쳤습니다.
잊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 섰지만 할 말이 있어 삐삐를 쳤습니다.
그리고 철수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또 그 처잔가?"
"네."
"잠깐 기둘려 봐."

철수야 나이 많은 여자한테 또 전화왔다.
그래 저 소리 언제까지 하나 두고 보자.

"여보세요?"
"너 철수지?"
"응."
"너 어제 기분 나빴지?"
"뭘요?"
"내가 승주 만나 너는 집에 가라고 했던 거."
"기분 좋지는 않았어요."
"삐삐 쳤는데 왜 연락하지 않았어?"
"내 맘이요."
"나 승주 다시 만날거야. 그점에 대해 넌 어떻게 생각 해?"
"만나던지 말던지."
"야!"
"왜요?"
"너도 다 같이 나쁜 놈이야."
"에?"
"전화 끊어."

그냥 기분따라 철수에게 화풀이를 했지요.
전화를 끊고 나니 승주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내 생일 날 그렇게 삐삐를 쳤을 때는 연락이 없더니, 어제 한 번 만났다고 그도 그리움이 일었나 보지요.

"어떻게 전화를 했네?"
"무슨 일이야?"
"나 좋아 했었다고 했지?"
"흠, 그래."
"웃지마. 그렇게 웃으면 멋있을 거라 생각하나 보지?"
"응?"
"야이 바보야. 나 연하 사귀기로 했어. 고백하고 잊혀지는 것 보다 붙잡아 둘
수 있도록 만들겠어."
"무슨 말이야?"
"너 내 앞에 다시 나타나지마!."

아침 바람이 쓸쓸하게 부네요.
어제의 일이 내 생활에 변화를 줄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 아침 바람은 어제 보다 많이 차겁습니다.
거실 창 밖으로 이름 모를 낙엽은 인연을 찾아 바람 속을 뛰어 갑니다.
새벽에 철수네 집 앞으로 갔을 때까지 내 마음은 이러지 않았습니다.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진 것처럼 오늘 집에 돌아와 나도 모르게 기분이 나빴습니다.
오늘 아침은 그 분풀이를 했습니다.
낙엽은 어딘가에 제 쉴 곳을 찾아 내려 앉겠지요.
나도 내려 앉고 싶어 집니다.
내려 앉으려다 잠시 바람을 맞아 오늘 아침은 차거웠습니다.
내게 전화 해 준 승주에게 내가 했던 말이 웃깁니다.
아침에 나 혼자 이상한 짓 한 것 같네요.
철수에게 삐삐를 쳤습니다.
어제 승주 때문에 돌아 선 그가 마음에 상처를 받은 거 같았습니다.
오늘 아침 내가 한 말엔 더 상처를 받았겠지요.
녀석의 말투는 퉁명스럽지만 지난 시간 때문에 거기 묻어 있는 감정들을 조금은 느낄 수 있습니다.
다시 삐삐를 쳤습니다.
전화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 오지 마라.
그게 너다운 모습이다.
근데 전화가 왔습니다.

"누나 화 났어요?"
"왜?""
"내가 전화 하지 않았다고 화났던 거에요?"
"화 났으면?"
"화 풀어요. 그리고 승주 형 만난 거 저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그걸 니가 왜 신경을 써?"
"어제 삐삐친 게 승주형과 누나 사이에 낀 내가 괜히 신경 쓰여서 그랬던 게 아닌가 해서."
"아까 했던 말 너무 신경 쓰지 마."
"노력하지요 뭐."

녀석의 말투가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아침 바람이 차웁다.
누나가 전화를 해서 새벽에 했던 내 다짐을 여지없이 뭉개 버렸다.
내가 왜 나쁜 놈 소리를 들어야 하나.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 방창 아래로 쌈쟁이 할머니가 지나간다.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 한 참 동안 쌈쟁이 할머니가 동네를 돌아 다니는 모습을 내려다 봤다.
누나에게 삐삐와 왔다.
잘 됐다.
아까 했던 말 따져야 겠다.
근데 왜 이러냐,
누나의 목소리가 차갑다.
그리고 누나에게 자신이 없다.

"오늘 한 번 볼래?"
"됐어요."

갑자기 머뭇거림이 생겼다.
시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학교 갔다가 내 방으로 돌아 오는 길에 누나 방 현관 문을 쌔게 걷어 찼다.
누나는 도서관에 있을 것이다.
누나가 승주씨를 다시 만나던 내가 무슨 상관이냐.
조금 떨어져 있어야 겠다.



철수는 도서관을 찾지 않았다.
은정이는 빈자리가 많은 도서관 한 구석에서 옆 좌석에 가방을 올려 놓고 홀로 공부 했다.
은정인 사흘 동안 핸드폰만 만지작 거렸을 뿐 철수에게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다.
같은 건물에 살면서 둘은 잘도 피해 다녔다.
늦은 밤 도서관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 오던 은정이가 자기 방을 지나쳐 철수 방 앞으로 갔다.
그리고 씩씩 거리다가 현관문을 쌔게 걷어 찼다.

"누구야?"
"나다 짜식아."

현관문을 열고 나온 철수는 조금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도 그런 말 할 줄 아네요?"
"나도 잘 해. 너한테 배웠잖아."
"발 아프지 않아요?"
"아프다."
"밤이 늦었어요. 가서 자요."
"씨, 너 내 생일 그냥 지나치면 죽을 줄 알어."
"누나 왜 그래요?"
"뭘? 넌 왜 그러는데?"
"내가 뭘요."
"잘 자라."

다음 날 아침 일찍 철수는 방을 나왔다.
그리고 은정이 방을 지나치다 문을 쾅 하고 찼다.
그리고 쌔가 빠지게 달아 났다.
은정이가 문을 열고 나왔을 때 철수는 벌써 옥수수 밭을 지나치고 있었다.

"이씨!"

은정이는 전철 안 많은 사람들에게 콩나물처럼 끼여서 짜증 섞인 말을 뱉어 내야 했다.
그 사람들 많은 전철 안에서 은정이는 핸드폰을 꺼내었다.
그리고 철수에게 삐삐를 쳐 음성을 남겼다.

"야이, 나쁜놈아."
"너 칠 차례야."
"잠깐 기다려. 음성만 확인하고... 뭐야?"

철수는 은정이의 격려를 받고 150을 놓고도 200인 동엽이를 이길 수 있었다.

"내가 왜 나쁜 놈이여!"
"짜식이 이겨 놓고 뭐라 그러는 거야?"

철수는 일요일 새벽 세시에 은정이에게 전화를 했다.
잠에서 금방 깬 듯한 은정이의 목소리르 듣고서 철수는 짧은 말 한마디만 남기고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내가 왜 나쁜 놈인데? 우쒸."

수화기를 내려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철수의 삐삐가 사정없이 울렸다.
은정이 핸드폰 전화 번호와 함께 18181818이 남겨져 있었다.
철수는 자연스럽게 삐삐 밧데리를 빼 버렸다.
그 새벽에 철수네 집 전화 벨이 여러번 울렸다.
안방에서 아버지가 받았는지 전화 벨 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다시 울렸다.
삐리리리!

"누구야 너? 잠 좀 자자."

아버지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철수 방까지 들렸다.

"강적이다!"
"새벽에 우리집에 전화 한 거 누나죠?"

철수는 일요일 오전 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은정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나다."
"어린애처럼 왜 그래요?"
"니가 먼저 전화 했잖아."
"나한테 화난 거 있어요?"
"너 요즘들어 왜 날 피하는데?"
"누나 승주씨 다시 만날거라며?"
"그거 하고 니가 날 피하는 거 하고 무슨 상관이야?"
"내가 있으면 신경 쓰일 거 아냐."
"왜?"
"나도 남자에요."
"훗! 집에 가랜다고 그냥 가 버리구. 옛 사람 다시 만난다고 자리 피해주고, 그게 남자냐?"
"누나!"
"뭐?"
"나를 너무 어린애 취급 말아요. 꼭 내가 누나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네요?"
"그럼 아니야?"
"착각하지 마요. 난 연상엔 관심 없어요."
"그래, 내가 연상이지. 그래도 너랑 나랑은 친군데 그깟 일로 삐쳐서 잘 나오던 도서관도 안 나오냐?"
"누나가 삐치게 만들었잖아. 승주를 다시 만나면 만나는 거지, 그걸 꼭 나한테 알려야 돼요?"
"그것 때문에 삐쳤어? 나도 너에게 삐쳤어. 그 말 듣고 왜 갑자기 조심스러워진거야?"
"허, 예전에 만났던 남자들이 갑자기 어색해져 싫었다고 했죠? 그 사람들이 조심스러워 지면 어색해 지고 그러던가요? 누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랬어요? 그러니까 어색해 하지. 승주형 한테도 그랬을 거 같애."
"야,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말랬지?"
"누나가 감정이 있듯 상대방도 감정이 있는 거에요.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상대방은 자기 맘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하죠? 그런게 어딨냐?"
"그 사람들하고 너하고는 달라."
"나는 늘 누나에게 한결같아야 되는 거에요? 내가 누나를 좋아하게 된 것은 누나가 날 그렇게 만든거야. 그 마음 때문에 집에 가랜다고 갔고, 승주씨 만난다고 자리 피해 줬다. 그게 기분 나빠서 누나 피한거다. 됐어요?"
"너 날 좋아하는구나."
"그럼 좋아하니까 만나는 거지."
"날 여자로 생각하고 좋아한거야?"
"아,아니. 그 말이 아니고 누나로서 좋아한거지만 그래도 좀 서운했다 이거지. 우쒸!"
"왜 또 우쒸야?"
"열 받아서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했잖아요."
"내일 학교에서 봐. 도서관 자리 잡아 놓을 테니까 도서관 나와."
"싫어요."
"싫긴 뭐가 싫어. 나 승주 안만나니까 도서관 나와."
"승주 얘기가 거기서 왜 나와?"
"내 맘이다. 너 승주씨 다시 만난다고 했던 것 때문에 삐쳤다며?"
"내가 언제 그랬어?"
"그랬어 씨."
"진짜 안 만나요?"
"너 자꾸 헛갈리게 할래?"
"알았어요. 내일은 도서관 나가 보리다."

철수는 전화를 끊고 배시시 웃었다.
?
  • ?
    신성진 2005.04.22 02:14
    마나면,,,^^

    어찌될라낰ㅋ

    완전 드라마처럼 얼떨결에 흥분속에 자신맘이 들통났네^^ㅋㅋ

    바보~~일부러그래썽,,
  • profile
    황해원 2005.04.22 06:15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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