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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말하다
2005.05.06 22:36

소망의 바다와 함께(ccmlove.com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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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블록버스터급 CCM앨범이라 생각했던 소망의 바다 2집. 음악도 음악이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CCM산업의 발전 가능성들을 제시했던 앨범으로 평가 한다. 이미 뮤지션이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민호기를 만나 근황을 들어보고 한참 제작 중에 있는 소망의 바다 3집 앨범과 한국 CCM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송재호(이하 송) : 먼저 뮤지션으로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어떻게 지내왔는지 근황에 대해서 말해달라.

민호기 (이하 민) : 많은 분들이 건강 때문에 걱정을 하셨는데, 작년 한해 쉬면서 많이 회복 되었다. 원래 날이 서있는 사람이었는데, 칼집을 찾았다고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송 : 그 칼집은 뭔가? 혹시 아기?

민 : (웃음) 애기가 둘이 생겼다. 이미 하나가 출시되었고, 둘째가 7월말에 나올 예정이다. 계획에 없던 연년생을 하나님께서 점지해 주셨다. (웃음)
또 지금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데 대신대학교에서 전도사님들을 가르치는 거라 더 사명감을 가지고 하고 있다.


송 : 어떤 과목인지?

민 : 세 Class를 맡고 있는데, 하나는 찬양사역의 실제, 하나는 실용음악 앙상블이랑 보컬 레슨이다.
음악은 요즘 몇몇 가수들의 음반 프로듀서를 했는데, 가장 먼저 PK음반의 프로듀서를 했고, 김도현씨 앨범에서 co-Producer, 이번에 출시될 김신석씨 앨범을 프로듀서를 했다. 나머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의 프로듀서를 하고 있다. 다들 숨겨진 보석들...... 계속 숨겨져만 있을 가능성이 많은...... (웃음)


송 : 몸은 정말 괜찮아 진 건가?

민 : 사실 (전)영훈이가 미혼이고 내가 기혼이다 보니 영훈이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아 관심을 끌어보기 위한 제스처였다. (웃음)
이제는 몸을 관리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 물론 내 몸 불사르도록 하나님께 헌신하겠지만 내어드리는 것만큼 쉼과 충전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했다.
불사르지만 소진시켜서는 안되겠다는 거다.


송 : 일에 집중을 하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강한 집중력을 가진 것 같다.

민 : 사실 그걸 가장하고 놀았다. (웃음) 남들이 보면 그렇게 보지만, 너무 게으르다.
맨날 놀다가 사람들 오면 일하는 척 하는 거였다. 워커홀릭 적인 편은 아니었고, 놀 때는 놀고 일할 때 집중하는 거. 예를 들어서 소망의 바다 2집 녹음 끝나고 나는 6Kg이 빠지고 영훈이는 6kg이 쪘다. (웃음) 성격의 차이다.


송 :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음악 작업을 할 때 굉장히 민감한 편일 것 같다.

민 : 나는 음악의 Maker라기 보다는 Listener로서가 더 좋은 것 같다.
듣는 거 정말 좋아한다. 항상 달고 다닌다. 그렇게 듣는 걸 좋아해서 음악의 질적 기준을 굉장히 높게 잡는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나 기호의 문제이지만. 그런 면에서 내가 관여하는 음악들에 대해 좋은 음악을 하려고 하고, 또 잘 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듣는 것만은 높은 기준의 것을 들으려고 노력한다.


송 : 3집 작업은 언제부터 기획되었고 본격적인 작업은 언제 들어갔으며 언제 완료, 발매 예정인지?

민 : 강명식씨도 이야기 했는데, 작곡자들은 한 장의 앨범 작업이 끝나는 날부터 그 다음 곡을 쓴다고 한다.
이번 경우에는 2집 작업이 끝나고 컨셉 정하고, 거의 모든 곡을 새로 만들었다.
1집 같은 경우 앨범 내기 전 6,7년 동안 썼던 곡들을 모아서 낸 앨범이고, 2집은 반반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90%가 새로 쓴 곡들이다. 그 작업에 거의 2년 반 정도가 걸렸다.
원래는 작년 초반에 시작하려고 미국이랑 체코의 녹음 일정을 다 잡아뒀는데, 그 때 몸에 이상이 왔다. 그래서 5월3일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원래 예정은 7월 초 출시인데, 언제나 그렇듯이 조금 더 딜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송 : 앨범 컨셉에 대한 질문처럼 어리석은 이야기라는 것은 알지만, 2집 같은 경우 전체적으로 '약속의 땅'이라는 희망적 명제 아래에 곡들이 수록되었다.
그런 면에서 3집은 어떻게 만들어 질 예정인가?

민 : 3집의 컨셉은 성숙이다.
원래 '소망의 바다'가 팀 이름이 아니었다. '민호기, 전영훈 프로젝트'로 해서 1집이 소망의 바다, 2집 약속의 땅, 그리고 3집이 영광의 하늘로 이어지는 것을 생각했다.
3집은 타이틀에서 느껴지다시피 워십앨범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1집을 내던 5년 전이었는데 그때 워십앨범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는 정말 예배자의 마음으로 낸 것도 있지만 단순히 유행 따라 낸 앨범도 많았던 것 같다. 지금 워십앨범 내면 그런 혐의를 벗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약속의 땅을 향해 떠난 그 여정 후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를 고민하던 중에 당연한 수순이 자라나는 부분인 것 같고...... 그 다음은 이제 순교로 가지 않을까.. (웃음)
영화배우 김승우가 한 말이 영화 촬영 후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라는 말로 용서가 될 시기는 지났다라는 거다. 그거 보다는 '잘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와야 한단다.
우리도 아직 신인이라면 신인이겠지만 1,2집 때 가졌던 신인의 마음보다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러기 위해서 영적으로, 음악적으로도 성숙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 : 알고 있기로는 이번에도 좋은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누가 참여하는지 알 수 있을까?

민 : 사실 강수호, 이태윤, 함춘호씨가 세션으로 참여하는 것은 좋은 것을 택한다기 보다는 누구나 그렇게 하기 때문인데, 정말 그분들이 잘하는 것은 사실이다. 안정감이 있다는 것이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2집에는 느꼈는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밴드 구성이 박용준(건반), 강수호(드럼), 장기호(베이스)였다. 지금껏 그런 구성은 처음이었다. 본인들도 신선한데, 한편으로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작업이었다고 하더라.
그런 면에서 이번에는 안정감 있게 가자 라는 생각에 나원주(건반), 강수호(드럼), 이태윤(베이스)으로 했다.
박용준(건반)과는 1,2집 때에 많은 작업을 해봤었고 이번 음악들이 나원주의 음악과 비슷한 부분이 있기도 했었다. 나원주가 CCM앨범에 솔로 연주나 보컬 피춰링으로 참여했던 것 말고 건반 세션으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충완도 참여했는데, 같은 녹음실에서 같은 건반으로 같은 날 나원주가 먼저 치고 한충완이 연주했는데 두 연주가 너무 달랐다. 또 박용준과 나원주가 정말 다르다.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게 정말 좋았다.
또 우리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세션만 하는 사람 보다는 직접 작곡을 하는 사람들과 작업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또 만난 사람이 하림이다.
앨범 중에 켈틱, 아이리쉬 스타일과 국악적 느낌의 곡이 들어가서 불렀는데 좋은 연주가 들어갔다.
그리고 이병우도 섭외를 했었는데 결렬됐다. 일단 페이가 생각한 것 보다 너무 많이 차이가 났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작업 자체가 까다로웠다. 그런데 그 생각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이병우를 부른 다는 것은 밴드음악에서의 연주를 바라지 않는다는 거다. 솔로 연주거나 피아노와 함께 하는 정도다. 그래서 자기는 세션이면서 동시에 연주가 편곡도 함께 된다는 거다. 그러니 편곡비까지 받아야 한다는 거다. 그 마인드에 우리가 감동받고 포기 했다. 클래식 기타는 함춘호가 해주었다. 일렉기타는 샘리가 전부 연주하고.


송 : 음악적인 면을 앞에서 잠시 언급했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민 : 소망의 바다가 발라드 밖에 뭘 하겠나. (웃음)
그것을 기본으로 한, (예를 들어) 믿음의 유산이 피춰링을 해서 흑인음악적인 분위기를 더한다거나, 탱고와 재즈가 약간 섞인 류이치 사카모토의 스타일도 넣었다. 그러기 위해 피아니스트 한충완을 초청 한 거다.
켈틱음악도 소망의 바다 식 발라드인데 그 위에 켈틱적 요소를 가미한.. 거기에는 하림을 얹힌 거다. 그래서 우리가 만든 애매한 경계를 그런 사람들을 통해 좀 더 강하게 한 거다. 우리가 밑바탕을 그리고 분명한 색이나 향기를 가지게 하는 것을 맡겼다.
그리고 중점을 둔 건 평범한 장르를 하지는 않겠다는 거고 그렇다고 너무 생소한 것을 하기에는 능력이 부족해서 새로운 시도와 소망의 바다만의 클리셰를 섞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송 : 개인적으로 1집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팀 활동 전에 역량 있는 아티스트로서 인정받았는데, 거기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들도 이 앨범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면 왜 그렇게 만들어 졌는지에 대해 궁금하다.

민 : 정말 아픈 부분인데, 지금도 후배들이나 선배 중에서도 늦게 앨범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Self Producing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 이유가, 원래 1집 프로듀서가 이유정 목사였다. 그때 작업이 4월에 시작해서 11월에 끝났는데, 한참 작업을 하다가 목사님께서 미국으로 떠나셨다. 그러니까 중간에 프로듀서가 없어진 거다. 그런 상태에서 대신 할 누군가를 세워 놓지 않고, '너희가 해봐'하고 간 것이 결정타였다. 방향성이라는 것이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가 어떻게든 목적지까지 가야 했다. 그리고 그때 당시 20대의 치기 어린 생각들 있잖은가. '우리는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R&B도 조금 흉내 낼 수 있고, 록도 좀 할 수 있고, 재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때 그런 생각들이 있던 것이 큰 실수였던 것 같다.


송 : 2집에서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발라드 위주의 곡들이 대부분이었다. 특별히 인지하고 선곡작업을 한 것인가?

민 : 그렇다. 1집에 대한 반작용이다. 잡다한 백화점 식의 나열은 하지 않아야겠다 싶었고, 가장 소망의 바다 다운 색깔이 뭘까 하는......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인데, 전체 22곡 중에 빠른 노래가 2곡이다. 2집도 빠른 노래가 2곡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소망의 바다스러운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특별히 대중성을 염두 해 두거나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실 2집에서 '하늘 소망'이 사랑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그 곡 보다는 '갈매기의 노래'가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엉뚱한 곡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웃음)


송 : 지금 2집의 작업들을 다시 한번 한다면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싶은지?
이번 3집에 그런 의지들이 들어가 있는지?

민 : 하고 싶었던 음악들을 선곡에서 포기했던 부분이 많았었고, 1집에서 우리가 굉장히 좋아했던 노래는 '꽃'이나 '하늘'처럼 약간 서사적인 느낌이 강한 곡이었는데, 2집에서 그런 음악을 탈락시켰던 부분이 아쉬웠다.
이유는 전혀 대중성이 없다는 거였다. 2집은 현실과 일정부분 타협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그 때의 상황. 그러니까 우리의 네임 벨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겠더라. 그때 당시 컴필레이션 문제도 불거지고 있을 때였고, 아무리 정당한 의견도 파워가 없다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일단 대중에게 우리를 알리고 해야겠다는 전략이었는데,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 같다. 그래서 3집은 조금 달라질 것 같다.
대중성을 많이 염두 하지는 않았다. 얼마 전 시음회를 했는데, 어머니께서 보시고는 '들을 곡이 하나도 없더라.'고 하셨다. (웃음)


송 : 예전부터 지적된 것처럼 한국의 CCM은 메시지의 다양성이나 깊이에서 너무 부족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만드는 이가 말씀을 깊이 있게 묵상하지 못하고 또 그것이 자기 삶과 음악으로 반영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소망의 바다는 그 전부터 가사에 많은 신경을 써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또 소망의 바다는 어떤 관점과 방법으로 가사를 쓰는지?

민 : 그 부분은 제일 많이 고민하는데, 최근까지만 해도 방향은 '왜 다양한 가사가 나오지 못하고, 천편일률로 워십적인 가사나 아주 전형적인 가사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맞춰져 있었는데, 지금은 포인트가 살짝 바뀌었다.
그것은 '곡을 만든 창작자의 진정성'인데, 그 계기가 된 게 Passion of Christ를 본 뒤였다.
90년대 초, 한국에 한참 CCM이 부흥 하던 시기에 우회적이고 은유적인 가사들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영화에 나왔던 적나라한 십자가를 통한 원색적 복음의 힘을 보면서 이것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부족했다기 보다는 나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안에 진정성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정말 깊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 맨날 '자기 사랑해'라고만 이야기 하지는 않을 거다. 정말 사랑이 넘쳐난다면 상대방의 옷 입는 부분, 숨 쉬는 버릇, 잠버릇, 버스 기다릴 때의 뒷모습도 디테일 하게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거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과 깊이 사랑하고 교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겨우 그 정도 밖에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하림과 작업하면서 내가 농담 삼아 '저쪽 방에 가서 나랑 사영리 합시다.'라며 이야기 했는데, 옛날에 Look Music에서 발매한 [예아이]의 '날 이끄시네'라는 곡이 당시 PC 통신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차트에서 오랫동안 1위를 했었는데, 그 곡을 만든 하림이 지금은 하나님인지 부처님인지 헷갈리고 있다. 그럼 진정성이 없었던 거라 할 수 있다. 물론 깊이 있는 가사를 쓰는 사람이 많이 나오고 다양한 가사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지만 문제는 가장할 수 있다는 거다.
그 사람의 삶과 일치하지 않는 가사를 쓰는데, 그것이 굉장히 멋있고, 은유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을 수도 있다는 거다. 지금까지 내가 그랬던 것 같다. 뭔가 은유적 표현을 하고 의미를 담으려고 했는데 지금 돌아 보니 애매한 폼 잡기에 가까운, 진정성이 결여되었던 것 같다.
이번에 가사를 쓰고 선곡이 끝난 상태에서 몸이 아팠다. 보통 삶의 경험이나 변화를 통해 가사를 써야 하는데, 오히려 가사를 써두고 병을 통해서 저절로 가사를 확인 받았다.


송 : 그렇다면 육체적 고통을 겪고 나서 생각의 변화로 추가된 곡이나 고쳐진 가사가 있나?

민 : '하늘 소망'을 지금까지 수도 없이 노래해 왔다.
한 달도 안된 일이다. 이건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건데, 최근에 종양 같은 것이 생겨서 검사를 받았다.
1차 검사에서 비정양 세포들이 발견되서 녹음 하던 중에 정밀 검사를 위한 가슴 조직을 드러내는 수술을 받았다.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정말 떨리더라. 극단적으로는 암이니까. 의사가 최종 검사 결과를 이야기 해주던 날, 앉아 있는데, 손이 덜덜 떨리더라.
그런 경험 해봤는지 모르겠는데, 처음 겪어 봐서 뭔가 선고를 받는 것 같았다. 그렇게 떨고 있는 손을 보면서 속으로 '내가 정말 하늘소망을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하늘 소망을 정말 가지고 꿈꾸는 사람이었다면 편안하게 '암이요? 아 네.. 암이군요.'라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아니었다는 거다. 다행이 암이 아니었지만......
추가한 곡은 있는데, 고친 가사는 없다. 근데, 내가 쓰면서 내가 가증한 인간이구나...... 실제로 겪어보지도 않고 간접경험으로만 가사를 썼구나 싶은 생각도 했다.
그리고 녹음 직전에 영훈이랑 같이 만든 곡이 '한 알의 밀알'이라는 곡인데, "성숙"이라는 컨셉 안에서 몸도 아프고 안 좋은 일들을 겪으면서 노래를 통해 내린 결론은 우리가 죽어야 한다는 거였다.


송 : 소망의 바다는 이제 중견의 위치에 있다. 어느 정도 성공을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오게 된 이유를 자평 한다면?

민 : 자화자찬? 우리 특기인데.. (웃음) 다른 것은 모르겠고, 일단 팀 내에서 작사, 작곡, 편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왔다는 것이 있을 것 같고, 이따가 그런 질문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구체화 된 계획은 이 앨범 뒤에 조금만 쉬었다가 두 사람이 따로 솔로앨범을 만들 거다. 사실 소망의 바다 앨범은 두 사람의 접점에 있는 작품이다.
정치적으로 이야기 하면 나는 좌익이고, 영훈이는 우익에 있는데 그 중간 정도에서 접점을 찾은 게 소망의 바다다. 음악적으로도 나는 재즈나 모던 포크에 관심이 있고, 영훈이는 클래식이랑 테크노에 관심이 있다.
가사도 영훈이는 신앙적으로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다루는 반면, 나는 굉장히 일상적인 가사를 쓴다. 그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음반을 만드는 거다. 그 동안 서로 만나지도, 이야기 하지도 않고 말이다. 그렇게 두 장을 만들어서 2CD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송 : 방금 이야기 된 부분이기도 한데, 2집을 들어보면 팝 적인 감각이 흘러 넘치지만 클래시컬한 감성도 굉장히 많이 들어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부분이 전영훈씨의 스타일이 묻어져 있는 것인가?

민 : 요즘은 좀 애매해진 것이 영훈이는 나를 흉내 내고, 나는 영훈이를 흉내 낸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애초에 곡을 따로 안 쓰고 둘이 같이 쓰자고 했는데, 그렇게 해서 6,7곡 정도가 들어간다. 그런데 별로 효과가 없다. 워낙 오래 같이 하다 보니까 서로 비슷해져서 더 좋은 것이 안 나오더라. (웃음)
아무튼 서로 영향을 받아서 오히려 요즘은 내가 클래시컬한 곡을, 영훈이가 약간 파퓰러한 곡을 쓰는 것 같다. 그동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클래식이 좋아지고 조금씩 들리는 것 같다. 전에는 지루하고 잘 안 들렸는데 이제 약간은 들려오기 시작하더라.


송 : 2집에서는 연주자들의 의견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는 자평을 본 적이 있다.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하고, 이번 작업에서는 어떻게 보완이 되었는지?

민 : 순서가 있는데, 1집 때에는 처음이니까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편곡을 하면서 드럼 악보까지 그렸다. 세션들이 드럼 악보까지 그려오는 것은 처음 본거다. 그러니까 녹음이 진행이 안되더라. 그럴 필요 없이 중간에 섹션만 표시해 주면 되는데, 브라스 라인 그리고, 피아노 라인까지 다 그려갔으니까.
하지만 그런 면에서 1집에서는 지금 들어보면 굉장히 꼼꼼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연주자들이 달리지를 못하는 거다. 그래서 삐걱거리면서 갔다.
2집에서는 기본적인 큰 그림만 정하고 세부적인 부분은 연주자들의 기량에 맡기자고 했다. 그래서 좋았던 부분은 굉장히 좋았는데, 그러다 보니 우리가 의도한 부분 보다는 연주자의 색이 많이 나오고 비슷해져 버리는 부분도 있었다.
이번 3집에서는 두 경우를 섞었다. 기본적인 틀은 가져가되, 세부적인 라인들은 아무리 연주자들이 이게 더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해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양보 안하는거다. 퀄리티가 좀 떨어지더라도 이건 우리 음악의 색깔이기 때문에 끝까지 지켰다. 틀과 디테일을 섞은 거다.


송 : 나도 들은 이야기인데 팝 아티스트 중 데이빗 포스터는 예를 들어 기타 녹음을 하면 편곡 악보를 아르페지오 음표 하나하나를 전부 표현해 주고 세밀하게 코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민 : 나도 그런 이야기 들었다. 우리나라 연주자들이 외국의 연주자들 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편곡이 디테일 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그걸 잘 섞어야 할 것 같다.
연주자에게 맡겨야 할 부분은 맡기고 정확히 할 부분은 정확히 그려야 한다. 그러려면 편곡자의 역량 문제인데, 아직은 우리가 세션맨으로 모시는 사람들의 음악성을 넘을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나원주만큼 코드를 모르고, 리듬은 강수호만큼 표현 할 수 는 없을 테니까. 그래도 코드 부분은 나름대로 우리도 강하다고 생각해서 나원주가 우리가 원하는 데로 연주해 줬고, 베이스는 슬랩 같은 경우 악보를 그릴 수도 없기 때문에 맡기면 알아서 잘 해주었다.
이번에 펑키(Funky)스타일의 곡은 아주 꼼꼼히 편곡을 해서 가져왔는데 연주자들이 조금 바꾸면서 연주하니까 훨씬 좋아지더라. 그런 것이 이번 작업에서 아주 좋았던 부분인 것 같다. 연주자들과 우리들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든 경우다.


송 : 또 하나의 현실, 가수와 사역자의 정체성이 없는 것 같다. CCM가수들의 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본인들은 어떤 위치에 있나?

민 :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데, 두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먼저 자신이 본인을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면에서 달라질 것 같다.
일단 그것은 사역자 본인의 문제고, 그 전에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한데, 이 사람을 사역자로 인정하느냐 아니면 아티스트로 인정하느냐는 본인이 규정하기 전에 대중이 먼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령, 사람들은 강명식을 사역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CCM계에서 강명식의 음악성을 넘어서는 아티스트는 한국에 없다. 사역자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사역자라고 인식을 하는 거다.
대중에 의해 인정 받아야 하는 거지, 자신이 부족한 음악성을 대변하기 위해서 들이대는 사역자라면 그건 사역자도 아니고, 자신의 세속적인 관념이나 욕심이 사역자라는 타이틀로 구속 되는 것이 싫어서 자기는 아티스트라고 이야기 하면 그건 아티스트도 아니다.
결국 대중들이나 외부적인 규정들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대중들 조차도 활동하는 사람들이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대중들이 있어야 한다.


송 : 근데 어떻게 보면 사역자냐 아티스트냐라는 이분법 적인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민 : 그렇다. 원론적으로는 당연히 모두가 사역자다. 그런데 사역자가 아닐 수 있는 것은 요즘 CCM가수 오디션을 하고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사역은 시키는 일을 하는 거잖나. 그것은 시키는 분이 있어야 하고, 시킴 받은 일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가 좋아서 시작한 거라면 그건 사역자가 아닐 수 있다. 자아 실현을 이룰 수는 있겠지만 사역자라고 부를 수는 없는 거다.

송 : 오늘의 이야기는 비단 우리 둘만의 고민과 이야기는 아닐 거다. 많은 사역자들과 그 외의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더 발전적인 방향을 위해 기도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너무 단순하지만 말이다.

민 : 그렇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다.

송 : 오늘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감사하다.



취재, 사진 : 송재호(bassy77@empal.com)
사진협조 : 민호기
저작권자 ⓒ ccml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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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삶을말하다 [주인공이 쓴 편지] 영화 '살인의 추억' 형사 박두만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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