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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세상

담아온 글들

남녀...사랑
2004.10.16 23:15

형과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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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얼마 전, 동생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일본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여자친구에게 보여주면서,

한 장, 한 장, 설명을 곁들여주고 있었다.

부러워하며 사진을 들여다보던 여자는,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백 장이 넘는 사진 속에서, 그와 그의 동생이 함께 찍은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었던 것이다.

여자는 의아해서 물어보았다.  “동생이랑 안 친해?” “응.”

남자는 대답이 너무 빨랐던 게 쑥스러웠는지, 이렇게 부연설명을 했다.

“사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원래 남자 형제들은 그렇게 많이 안 친해.”



얼마 후, 처음으로 남자의 집에 초대된 여자는,

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은 뒤, 남자의 방을 구경했다.

그 방은, 남자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쭉 써온 방이라고 했는데,

둘러보다 보니, 한 군데 시선이 멈추는 곳이 있었다.

나무로 된 방문의 눈 높이 정도에, 푹 들어간 흠집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이게 뭐야?” 여자가 묻자, 남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중학교 땐가? 저 녀석이 나랑 싸우다가, 내 이름을 부르잖아...

그래서 내가 홧김에 집히는 대로 확 던졌는데,

하나는 걔 이마에 맞고, 하나는 문에 맞아서, 저렇게 됐어.

걔 이마에도 저거랑 똑같은 흉터가 있지.”

벌써 십 여 년 전부터 언니와는 “야,자”를 하며 지내왔던 여자는

몸을 부르르 떨며 물었다.  “문은 왜 안 바꾼거야?”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잊지 않게 하려고.”



어렸을 때 여자아이들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누구보다도 친한 소꿉친구로 유년시절을 보낸다.

커서는, 별의 별 사소한 문제로 집안이 떠나가라 싸우기도 하지만,

철이 들고나면, 서로 흉을 보면서도 그 흉을 감싸안는,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다.

반면 남자들은, 도전하려는 동생과 다스리려는 형 사이에

묘한 긴장감과 더불어 경쟁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쉽게 서로를 용납하는 사이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 사이가 아무리 남처럼 서먹서먹해 보여도,

아무리 서로를 죽일 놈이라고 욕하며 지낸다 해도,

섣불리 그의 앞에서 동생을 욕했다가는,

어린 시절 동네 골목에서 당했던 것처럼, 매운 주먹맛을 보게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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