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는, 직장선배의 소개로 만났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솔직히,
선배와 함께 앉아있는 그 남자의 믿음직한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바로, 자신의 따스한 방과 텔레비전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런 자신을 잘 다독여가며 대화나 나눠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의외로 이 남자, 유머감각도 있고, 명석하기도 하고, 썩 괜찮은 사람이 아닌가.
‘그래, 얼굴은 일주일만 지나면 신경도 안 쓰일 거야. 한 번 협상해보자.’
그녀는 그와 데이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데이트를 시작하자마자 그들은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졌고,
그녀의 예상대로 그의 얼굴은 일주일만에 사랑스럽게 변했지만,
한 가지, 그들 사이에 협상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소비패턴이었다.
그와 만나는 동안 그녀는,
'화이트 초콜릿 모카' 대신 자판기 밀크커피를,
모시조개가 듬뿍 든 봉골레 스파게티 대신 닭칼국수를 먹어야 했다.
사실 그녀는 굉장한 초밥 킬러였지만, 그에게 한 번 그 얘기를 꺼냈다가,
그가 그녀를 낭비의 화신으로 몰아붙이는 바람에 한 바탕 싸우기까지 했다.
“나, 그 남자 그만 만날까봐!”
스시바에서 친구들을 만난 그녀는, 갑자기 울컥해서 이렇게 외쳤다.
그러자, 친구들은 합심하여 이 철없는 싱글을 야단치기 시작했다.
“얘 봐라, 철없는 소리한다. 너 지금, 남자보다 초밥이 좋다는 거냐?”
그 말이 화근이었다.
그녀는 남자보다 초밥이 좋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듯,
그와의 연락을 뚝 끊은 채, 열심히 초밥을 먹으러 다니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 좋던 초밥이, 다섯 번째 날부터 시시해지더니,
여섯 번째 날엔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는 것이었다.
간신히 방어초밥을 꿀꺽 넘기자마자, 눈물이 핑 돌며 그 남자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가 그 이후로 늘 떠들고 다녔던 것처럼,
그 순간, 마치 운명과도 같이, 그 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던 것이다.
“자기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초밥 사줄게, 얼른 나와라.”
그녀는 울먹울먹하며 초밥 따윈 먹고싶지도 않다고 소리쳤지만,
수화기 너머의 그는 간신히, 미안하다는 말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처음 구두를 사면, 뒤꿈치가 까지는 아픔이 있다.
그럴 땐, “한 치수 큰 걸로 살 걸 그랬나”하는 후회마저 들지만,
일단, 가죽이 부드러워지고, 신발에 적당한 역사가 묻어나기 시작하면,
그 구두는 내 발에 가장 잘 맞는 신발이 된다.
완벽하게 어울리는 한 쌍의 연인들처럼.
2005년 1월 18일 사랑은...
*출처 : 김C 스타일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솔직히,
선배와 함께 앉아있는 그 남자의 믿음직한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바로, 자신의 따스한 방과 텔레비전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런 자신을 잘 다독여가며 대화나 나눠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의외로 이 남자, 유머감각도 있고, 명석하기도 하고, 썩 괜찮은 사람이 아닌가.
‘그래, 얼굴은 일주일만 지나면 신경도 안 쓰일 거야. 한 번 협상해보자.’
그녀는 그와 데이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데이트를 시작하자마자 그들은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졌고,
그녀의 예상대로 그의 얼굴은 일주일만에 사랑스럽게 변했지만,
한 가지, 그들 사이에 협상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소비패턴이었다.
그와 만나는 동안 그녀는,
'화이트 초콜릿 모카' 대신 자판기 밀크커피를,
모시조개가 듬뿍 든 봉골레 스파게티 대신 닭칼국수를 먹어야 했다.
사실 그녀는 굉장한 초밥 킬러였지만, 그에게 한 번 그 얘기를 꺼냈다가,
그가 그녀를 낭비의 화신으로 몰아붙이는 바람에 한 바탕 싸우기까지 했다.
“나, 그 남자 그만 만날까봐!”
스시바에서 친구들을 만난 그녀는, 갑자기 울컥해서 이렇게 외쳤다.
그러자, 친구들은 합심하여 이 철없는 싱글을 야단치기 시작했다.
“얘 봐라, 철없는 소리한다. 너 지금, 남자보다 초밥이 좋다는 거냐?”
그 말이 화근이었다.
그녀는 남자보다 초밥이 좋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듯,
그와의 연락을 뚝 끊은 채, 열심히 초밥을 먹으러 다니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 좋던 초밥이, 다섯 번째 날부터 시시해지더니,
여섯 번째 날엔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는 것이었다.
간신히 방어초밥을 꿀꺽 넘기자마자, 눈물이 핑 돌며 그 남자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가 그 이후로 늘 떠들고 다녔던 것처럼,
그 순간, 마치 운명과도 같이, 그 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던 것이다.
“자기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초밥 사줄게, 얼른 나와라.”
그녀는 울먹울먹하며 초밥 따윈 먹고싶지도 않다고 소리쳤지만,
수화기 너머의 그는 간신히, 미안하다는 말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처음 구두를 사면, 뒤꿈치가 까지는 아픔이 있다.
그럴 땐, “한 치수 큰 걸로 살 걸 그랬나”하는 후회마저 들지만,
일단, 가죽이 부드러워지고, 신발에 적당한 역사가 묻어나기 시작하면,
그 구두는 내 발에 가장 잘 맞는 신발이 된다.
완벽하게 어울리는 한 쌍의 연인들처럼.
2005년 1월 18일 사랑은...
*출처 : 김C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