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라는 영화에서 유지태는 이영애에게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하고 물었다.

20대 초반, 화려한 청춘이 피어날 때,

사랑은 장밋빛으로, 언제나 영원할 것만 같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고,

가장 슬픈 것은 상대의 변심이 아니라,

오히려 영원할 줄 알았던 자신의 마음마저 변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혹독한 사랑앓이를 한 남자들은 고백을 두려워한다.


여자가 가장 듣고 싶어하지만, 남자에게 가장 낯뜨거운 말은

"사랑해"라는 말이다.

여자들이 "자기, 나 사랑해?" 하고 물으면

남자들은 마지못해 "그럼." 하고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그가 아무리 그녀를 사랑해도 그건 여전히 간지러운 고백이다.

그런데 바로 여자가 코맹맹이 소리로,

"얼마나~? "하고 다시 물어오면,

남자는 살짝 떨며 1cm정도 뒤로 물러난다.

그 순간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유지태처럼) 사랑에 왜 말이 필요하니?"


활화산 같은 뜨거움은 사랑이 아니라 열정이다,

사랑은 어려움을 넘긴 후에 간신히 오르는 드넓은 고원 같은 것이다.

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가 있다.

그 부부가 살면서 꼭 좋았던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남자가 살짝 한 눈을 판 적도 있고,

사업이 망해 친척집을 떠돌며 살았던 적도 있었다.

남자는 그 모든 일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속에 꼭꼭 숨겨왔던 얘길 털어놓는데,

그것은 수십 년을 침묵으로 지켜온 것이라,

그가 했던 어떤 말보다 진실하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 고마워."




* 출처 : 김C의 남자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