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보던 남자는, 연예면에 커다랗게 실린 여자탤런트의 사진과
그 옆에 선정적인 색으로 비스듬하게 들어간 헤드라인에 눈길을 던졌다.
“톱스타 A군과 열애중? A군이 누굴까?”
그러자, 옆에서 텔레비전을 보고있던 아내는 피식 웃더니,
남편 빼고는 세상 사람이 다 알고있다는 투로, 그 톱가수의 실명을 알려주었다.
“ 정말? 그런데 이 여자는, A군을 만나기 전에도
모 인기그룹의 B군을 만났다던데? B군은 또 누구야?”
여자는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바로 B군의 이름을 댔다.
신기해진 남자는, 연예면을 쫙 펼쳐
A,B,C,D 순서대로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녀는 마치 퀴즈 프로그램 출연자처럼
잽싸게, 그리고 침착하게 정답을 외치는 것이었다.
“당신 연예 프로그램 너무 심하게 보는 거 아니야?”
남자가 핀잔을 주자,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이 정도는 상식이지. 세상에 대한 관심이라구.”
저녁식탁에 앉은 남자는, 식구들 얘기 끝에,
하나 뿐인 여동생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은영이도 연애를 좀 해야할텐데... 나이도 찼고, 결혼도 해야되는데...”
여자는 별다른 대꾸 없이 식사를 계속했고, 남자는 얘기를 이어갔다.
“얘가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된단 말이야.
정말 괜찮은 신랑 만나야 되는데. 혹시, 소개시켜줄 만한 사람 알아? ”
그의 마지막 말에, 여자의 입술 위로 참지 못한 웃음이 삐져나온다.
그녀는 마치, 누가 엿듣기라도 한다는 듯, 조용히 속삭였다.
“아가씨 남자친구 있어. 아직 비밀이니까, 아는 척 하지 마?”
“도대체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은영이가 당신한테 말해?”
여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 당신도 좀 관심을 가져보라고.
난 아가씨가 그 전에 사귀었던 남자들도 죄다 알고있는데?”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연애사에 민감해서, 다른 커플들에게 관심이 많다.
남자의 친구나 가족들은 물론, 외국의 연예인들이
어떻게 연애를 하고, 어떤 결혼생활을 하고,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까지,
그녀들은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그래서 그녀들은 '가쉽'에 강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관계’에 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