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한 여자를 숭배했다.
첼로를 전공하는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악기를 매일 실어줄 전용기사를 필요로 했는데,
남자에게 그 직위를 주는 것을, 큰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여기고 있었다.
남자는 물론 그것을 좋은 기회라 생각했고
성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지만,
속으로 아니꼬운 부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다른 남자를 만나러 가는 그녀를 내려주고
그녀의 첼로를 집에 모셔다주러 가던 길에는, 몇 번이나 울컥해서,
악기를 조각조각 부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 날, 혼자 소주를 마시며, 남자는 세상의 불공평함에 대해 생각했다.
남자가,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를 이용하면
"저런 쳐죽일 놈"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반대로 여자가 그러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인 것이다.
과연 그녀가 '고마움'이라는 것을 알기나 할까?
차를 가지고 나갔던 아들이 술에 취해서, 어딘가에 차를 버려둔 채 들어오자
어머니는 그의 등짝을 세게 내리치셨다.
"이 녀석이 벌써부터 엄마 앞에서 술냄새를 풍겨? 차는 어디다 두고온거야?"
다시 날라들 어머니의 손바닥을 각오하며 남자가 어깨를 움츠리려는데,
마침 그의 등뒤에서 현관문이 열리고, 더 지독한 술냄새가 두 사람을 덮쳐왔다.
동네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들어오던 아버지는,
매운 손바닥의에 다음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으이그~ 내가 애를 둘을 키우지~ 늙은 애나 어린 애나... 쯔쯔쯔쯔쯔"
아버지와 아들은 동시에 어깨를 움츠렸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기꺼이 그녀의 발 밑에 무릎을 꿇고,
그녀와 결혼해서는, 엄마로 돌변해버린 그녀의 권력 아래 놓인다.
'세상을 지배하는 건 남자고, 남자를 지배하는 건 여자다.'
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불공평하게도,
세상을 지배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남자들 역시,
여자들의 지배력 아래 놓이곤 한다.
그러나 알고보면 그것은,
지배보다 복종이 더 만족스럽다는 것을 깨달은
남자들 스스로의 평화로운 선택이었다.
남녀...사랑
2007.03.07 19:41
[남자이야기] 그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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