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성화용기자]진로. 연간 16억병의 소주를 만드는 우리나라에서 여덟번째로 오래된 회사.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 55%, 지난해 700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2200억원.
이 정도면 누가 봐도 초우량기업이요, 한국 주류산업의 캐시카우로 손색이 없다.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영업이익률에 경쟁업체들이 범접할 수 없는 시장 지배력, 증류주 부문 세계시장 판매량 1위의 기업.
이런 진로가 법정관리 상태에 있고, 매물로 나와 새주인을 찾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외국인들이 거의 독차지하고 있다는 현실 자체가 한국경제의 아이러니다.
진로는 어이없게 부도를 냈다. 무리한 사업확장의 대가는 혹독했다. 갑자기 찾아온 유동성위기에 허우적 대다가 무너지고 말았다.
정부와 채권단은 진로가 부도를 낸 지난 97년 '부도유예협약'이라는 기형적인 부실기업 처리 모델을 만들면서까지 진로를 살리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진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비극의 씨앗'은 그 해 11월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골드만삭스와 맺은 컨설팅계약에서 시작된다.
컨설팅과정에서 회사의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한 골드만삭스는 자산관리공사와 채권은행들로부터 장부가의 5분의1이 채 안되는 헐값으로 진로 채권을 매입했다.
독자 회생을 위해 외자유치를 하겠다고 발표(2003년4월2일)한 바로 다음날(2003년4월3일) '법정관리'를 신청해 1년만에 법원의 판결을 끌어낸 것도 골드만삭스였다.
이제 매각을 앞둔 진로의 최대주주 겸 최대채권자도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인들이다. 모건스탠리와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등 외국인 대주주들의 지분율만 37%, 정리채권 보유액도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시장이 평가하는 진로의 기업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악의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소주는 호황이다. 소주를 제외한 맥주, 양주등의 주류 매출은 지난해 평균 10%안팎 줄었지만 소주시장은 5%이상 성장했다. 진로는 2003년에 비해 지난해 매출 12%, 영업이익은 50% 가까이 늘었다.
그래서 지난해 상반기 1조원~1조5000억원 수준으로 가늠하던 진로의 매각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2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더니, 최근에는 3조원을 호가한다는 설이 돌고 있다.
진로를 사겠다고 매달리는 곳만 국내외로 10여개. 진로를 인수하겠다고 공개선언한 하이트맥주, 대한전선 뿐 아니라 두산, CJ, 롯데 등이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명되고 있고 세계적인 주류업체인 얼라이드도맥, 한국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뉴브리지캐피탈 등도 눈짓을 보내고 있다.
이 추세라면 진로 사람들이 회사 침몰의 '주적(主敵)'으로 꼽고 있고, 고형식 변호사(2001년~2003년 진로 국제담당 변호사)가 '진로 몰락의 원흉'으로 지목했던 골드만삭스는 또 한번 한국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JP모건 등도 적게는 2~3배에서 많게는 5배 이상의 차익을 얻을 전망이다. 진로 딜을 담당했던 분석가와 매니저들은 수십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진로의 부활이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을 선뜻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지난 98년 10월 '참이슬'을 내놓은 후 대낮부터 소주 매장에서 허드렛 일을 도우며 홍보에 매달렸던 수많은 영업사원들. 매일 저녁 선술집에 들러 옆테이블 손님에게 진로 소주를 사는 게 일이었던 '진로맨'들의 눈물 겨운 노력.
여기에 불황의 시름을 소주로 달래온 서민들의 쌈짓돈이 애먼 외국인들의 배만 불려 준다는 느낌이어서, 이것을 '시장의 법칙'이라고 담담하게 인정해 버리면 너무 허탈해 진다.
돌이켜보면 그 때는 모두가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장진호 전 진로그룹회장이 부도유예협약 적용 당시 조금 더 일찍 경영권 포기각서를 썼다면, 채권단이 조금 더 성의있게 회사 내용을 들여다 봤다면, 그래서 조금만 더 늦게 포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누구 손으로 넘어가든, 진로는 주류시장의 강자로 남을 것이다. 진로의 부활을 위해 우리경제가 7년여에 걸쳐 부담한 '비용'이 매우 비효율적인 경로로 투입됐다는 교훈과 함께 말이다.
성화용기자 shy@moneytoday.co.kr
머니투데이
*출처 : 미디어다음 ( http://ucc.media.daum.net/uccmix/news/economic/stock/200501/06/moneytoday/v8089522.html?u_b1.valuecate=4&u_b1.svcid=02y&u_b1.objid1=16602&u_b1.targetcate=4&u_b1.targetkey1=17151&u_b1.targetkey2=8089522&_right_popular=R10 )
이 정도면 누가 봐도 초우량기업이요, 한국 주류산업의 캐시카우로 손색이 없다.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영업이익률에 경쟁업체들이 범접할 수 없는 시장 지배력, 증류주 부문 세계시장 판매량 1위의 기업.
이런 진로가 법정관리 상태에 있고, 매물로 나와 새주인을 찾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외국인들이 거의 독차지하고 있다는 현실 자체가 한국경제의 아이러니다.
진로는 어이없게 부도를 냈다. 무리한 사업확장의 대가는 혹독했다. 갑자기 찾아온 유동성위기에 허우적 대다가 무너지고 말았다.
정부와 채권단은 진로가 부도를 낸 지난 97년 '부도유예협약'이라는 기형적인 부실기업 처리 모델을 만들면서까지 진로를 살리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진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비극의 씨앗'은 그 해 11월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골드만삭스와 맺은 컨설팅계약에서 시작된다.
컨설팅과정에서 회사의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한 골드만삭스는 자산관리공사와 채권은행들로부터 장부가의 5분의1이 채 안되는 헐값으로 진로 채권을 매입했다.
독자 회생을 위해 외자유치를 하겠다고 발표(2003년4월2일)한 바로 다음날(2003년4월3일) '법정관리'를 신청해 1년만에 법원의 판결을 끌어낸 것도 골드만삭스였다.
이제 매각을 앞둔 진로의 최대주주 겸 최대채권자도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인들이다. 모건스탠리와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등 외국인 대주주들의 지분율만 37%, 정리채권 보유액도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시장이 평가하는 진로의 기업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악의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소주는 호황이다. 소주를 제외한 맥주, 양주등의 주류 매출은 지난해 평균 10%안팎 줄었지만 소주시장은 5%이상 성장했다. 진로는 2003년에 비해 지난해 매출 12%, 영업이익은 50% 가까이 늘었다.
그래서 지난해 상반기 1조원~1조5000억원 수준으로 가늠하던 진로의 매각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2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더니, 최근에는 3조원을 호가한다는 설이 돌고 있다.
진로를 사겠다고 매달리는 곳만 국내외로 10여개. 진로를 인수하겠다고 공개선언한 하이트맥주, 대한전선 뿐 아니라 두산, CJ, 롯데 등이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명되고 있고 세계적인 주류업체인 얼라이드도맥, 한국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뉴브리지캐피탈 등도 눈짓을 보내고 있다.
이 추세라면 진로 사람들이 회사 침몰의 '주적(主敵)'으로 꼽고 있고, 고형식 변호사(2001년~2003년 진로 국제담당 변호사)가 '진로 몰락의 원흉'으로 지목했던 골드만삭스는 또 한번 한국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JP모건 등도 적게는 2~3배에서 많게는 5배 이상의 차익을 얻을 전망이다. 진로 딜을 담당했던 분석가와 매니저들은 수십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진로의 부활이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을 선뜻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지난 98년 10월 '참이슬'을 내놓은 후 대낮부터 소주 매장에서 허드렛 일을 도우며 홍보에 매달렸던 수많은 영업사원들. 매일 저녁 선술집에 들러 옆테이블 손님에게 진로 소주를 사는 게 일이었던 '진로맨'들의 눈물 겨운 노력.
여기에 불황의 시름을 소주로 달래온 서민들의 쌈짓돈이 애먼 외국인들의 배만 불려 준다는 느낌이어서, 이것을 '시장의 법칙'이라고 담담하게 인정해 버리면 너무 허탈해 진다.
돌이켜보면 그 때는 모두가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장진호 전 진로그룹회장이 부도유예협약 적용 당시 조금 더 일찍 경영권 포기각서를 썼다면, 채권단이 조금 더 성의있게 회사 내용을 들여다 봤다면, 그래서 조금만 더 늦게 포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누구 손으로 넘어가든, 진로는 주류시장의 강자로 남을 것이다. 진로의 부활을 위해 우리경제가 7년여에 걸쳐 부담한 '비용'이 매우 비효율적인 경로로 투입됐다는 교훈과 함께 말이다.
성화용기자 shy@moneytoday.co.kr
머니투데이
*출처 : 미디어다음 ( http://ucc.media.daum.net/uccmix/news/economic/stock/200501/06/moneytoday/v8089522.html?u_b1.valuecate=4&u_b1.svcid=02y&u_b1.objid1=16602&u_b1.targetcate=4&u_b1.targetkey1=17151&u_b1.targetkey2=8089522&_right_popular=R10 )
1. '무단 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글이 없어서...
2. '그들만의 잔치', '시장의 법칙'이라는 몇몇 단어들에 공감하기 때문에...
우리가 악착같이 벌고 잘살아야 하는 이유가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