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21일] 006.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by 황해원 posted Jun 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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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잘 지내셨나요? 오늘도 평소처럼 웃고, 말하고, 숨쉬고... 그렇게 잘 지냈답니다. 당신의 하루는 나와 같지 않았길 바래요.
이 감옥같은 곳에서 전 가끔 흥분을 느끼곤 합니다 비록 저는 이곳에서 같은 길을 계속 걸어다니고 있지만 그래도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나와 같은 곳에서 살 당신은 걷고싶은 길을 마음대로 디딜 수 있잖아요? 멀리 있어도 같은 하늘아래서 살고 숨을 쉰다는 것도 저를 들뜨게 한답니다.
제발 당신이 아니길 바래요. 저와 다른 곳에서 다른 생각을 하는 그녀가 당신이 아니길 바래요. 한참동안 나를 멍하게 하는 사람이, 그리고 아련한 옛추억 속에서 어쩔줄 모르게하는 그사람이 미래의 당신이 아니길 바래요. 만나고 함께했던 순간들을 후회하게하는 시간의 주인공이 제발 당신은 아니길 바래요. 제발 당신은 나를 버리지않고 항상 보듬어주는 그런 사람이길 바래요.
왜 그사람 때문에 내가 아파해야 하는 걸까요.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 즐거울줄 알았는데 왜 항상 불안해 했던 걸까요. 언젠가는 멀리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사람을 만났던 걸까요. 미래의 당신의 자리에 있게 하려했던 자신이 창피스러워집니다.
그래요. 언젠가는 당신이 내게 다가와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깨끗이 지워줄 그 날이 오리라고 믿어요. 훨씬 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며 예전보다 더 해맑은 웃음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어요. 영화에서처럼 가슴찡한 만남을 죽을 때까지 함께 기억하며 모든 것을 잃어도 당신과 나를 만드신 그분 안에서 함께 있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꺼이 감사의 기도를 할 수 있는 그런 당신이 곧 내 앞에 나타날거예요. 나와 당신의 아이들을 나를 가장 가껴준 순간들보다 더 애틋한 마음과 손길로 돌봐줄 당신이 꿈처럼 다가오리라 저는 굳게 믿어요.
세상 모두에게 사랑받을 당신을 만나기 위해 지금도 저는 저 자신을 가꾸고 있답니다. 참고 기다릴게요.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당신 속에서 웃음지을 저를 붙잡아 주세요. 기도해 주세요.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잘자요. 그리고 건강해요.

2001. 9. 21 쌀쌀한 밤
당신의 '당신'이 되고픈 이가...


- 당신을 만드신 분만큼은 아니더라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