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04월 02일] 035. 향기

by 황해원 posted Sep 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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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아침이었다. 아침근무를 서기위해 지통실에 갔는데 문득 익숙한 냄새가 떠올랐다. 어디서 많이 맡아봤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냄새더라... 한참을 생각한 끝에 결국 냄새가 아닌 향기임을 깨달았다. 익숙했던 향기... 항상 나를 설레이게 했던...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이름과 얼굴이 거의 잊혀져 갈 무렵이었다. 근데 향기에 모든 것이 되살아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믿고싶지 않았다.
향기의 주인공이 사라지고 지통실을 떠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향기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 향기를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그러면 안되지만) 증오하고 미워했던 마음이 점점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으로 바뀌어갔다. 왜일까. 나를 이토록 가슴뛰게하는 이유...
키도 크고 무엇보다 건강했던 그녀... 긴머리에 사슴같았던 곡선... 그때는 같이 있으면 가슴뛰고 설레고 그랬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까 여자옆에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보같은 놈. 왜 함차게 붙잡지 못하고... 이 안타까운 마음이 싫어 끝없이 과거를 부정했었는데...
나를 쓰다듬던 손길. 나를 안아주던 가슴. 나를 바라봐주던 눈빛. 나를 녹여주던 입술. 눈을 감아도 향기는 어쩔 수가 없다.
한번 만나봤으면...
졸음이 밀려온다. 실수하기 전에 자야지~!!


- 그녀를 지운줄 알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