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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세상

병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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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격!! 상병 황해원입니다. 항상 걸리는 4번초(22:00~24:00) 근무에 양치ㆍ세족까지 마치고나니 지금부터 자도 희망수면시간인 5시간 30분도 못채울 것같고...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아~ 이거 원래 일기장인데 일기를 쓸까 하다가 횟수에 날짜까지 써놓고 제목에다 자연스럽게 '상병 황해원입니다'를 쓰게 되었습니다.
상병 황해원의 대답을 기다린다는 편지에 따가운 눈을 껌뻑여가며 한자씩 써갑니다. 옆에는 무언가에 포효하듯이 두팔을 치켜들고 소리치는 사람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 옆에는 그 표현에도 성이 차지 않는지 -_-+ 요렇게 생긴 표정이 더 그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요 며칠동안 계속 이런 기분이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알 수 없습니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장황하게 상병 황해원의 어린시절까지 이야기할 필요야 없겠지만 언제나 늘 누군가에게 방치되고 억압받아온 사람이기에 함께 하는 것을 그리워하고 불공평한 것을 증오했습니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웠던 유년시절... 그래서 군대를 좋아하는 마음과 싫어하는 마음이 함께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수시로 감정이 변하는 이유 역시...
유난히 자존심이 강한 사람. 하지만 다른 사람 역시 나름대로의 자존심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함부로 자존심을 내세우지는 않습니다. 가장 마지막의 자존심을 남기며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지만 그 마지막을 넘보는 사람에게는 떠올리기조차 하고 싶지않은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사람욕심이 유난히 강한 사람이기에 마지막 자존심을 넘보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주 큰 실망과 배신감을... 느끼기 때문에...
'황해원'이란 사람이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사람입니다. 그래도 그런 이조차 잃고싶진 않은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법으로 대응합니다. 침묵... 무표정... 어쩌면 다음을 생각하기 위해 상황을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감출 수 없는 우유부단함. 내가 지금 무언의 저항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웃음을 보이고 말았을 때 더 깊은 침묵으로 빠져듭니다. 스스로를 그 감정으로 몰아간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쉽게 말해 상대가 맘에 들지 않으면 침묵합니다. 구태여 싫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할 필요는 없을테니까 말입니다. 나에겐 그런 존재지만 그역시 다른 누군가에겐 소중한 이인데 나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그사람의 불평을 듣거나 고민을 늘어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상병 황해원이 어두움의 원천이 되는 것은 싫습니다.
상병 황해원은 시간이 약이라는 것을 믿는 사람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하나님은 참 공평하신 분입니다. 강한 자존심을 누그러뜨리기엔 망각보다 더 큰 약은 없으니까 말입니다. 언젠가는 침묵했던 이유조차 잊혀질 때가 올겁니다. 지금까지 매번 그랬던 것처럼...
어린아이같은 사람 때문에 고민한다거나 불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워낙 사람이 고픈 사람이기에 제 풀에 못이겨 또다시 안길 때가 올 것입니다. 이 어린아이가 좀더 자라 함부로 침묵해서는 안될 사람이 누군지 시간이 언제인지 깨닫게될 그때 그 누구도 열 수 없을 것같은 이 마음의 문은 그분이 조금씩 열게 해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사람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을 마지막 자존심을 건드린 사람보다 더 싫어합니다. 아무것도 아니니 가볍게 생각하십시오.
"황해원이란 녀석은 원래 그러니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어지간히 돌려서 씁니다.
이후에 나는 잠을 잘 것이고 내일은 어제와 오늘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자초한 누구와의 어색함 속에서 하루를 보낼 것입니다. 매일 따뜻한 바람이 불지 않는 것처럼...
이유야 있겠지만 그 이유를 지금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전역 후에 이 일기를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니 그 때 제 홈을 찾아 주십시오(갑자기 왠...) 앞에서 말한 그 그림도 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이 편지를 어떤 모습으로 전할까 고민입니다. 에이~!! 주지말까~?!
다들 잡니다. 그리고 저와 교대했던 근무자도 잡니다. 그 근무자에게 복귀신고를 받은 근무자도 잡니다. 생각과 편지가 너무 길었습니다. 저도 그들처럼 되겠습니다. 돌격!!

2002. 10. 15 새벽에
+_+ 해원으로부터

전령이 잠결에
팔을 건드리는 바람에 만회하려더
더 이상해졌음. 아이~!!
그림을 그리는게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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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황해원 2004.11.19 16:36
    내 바로 윗고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일기를 쓰기 며칠전 그 고참에게서 '왜그러냐'는 편지를 받았다.
    그 고참에게 답장을 하기 위해 썼는데 바로 다음날 사무실 뒷편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 이 편지는 주지 못하고 그냥 내 일기장에 남아있게 되었다.
  • ?
    ripi 2004.12.20 22:45
    시간은 부인할 수 없도록 우리곁에 스며드는가보다. 잊을 법한, 잊었을 법한 이야기들이 다시 묻어나네. 내가 편지를 주었다는 사실도 .. 처부 뒤, 가끔 청솔모가 빠져 명을 달리하던 저수조 앞에서 나눈 이야기들도 이젠 모두 이런 기회로 일깨우지 않으면 모른 채 마치 없었던 일인 듯 살아갈만큼 말야. 그저 나도 지금은 사람과 사람이 부대껴갔던 일들이라고 생각해. 인간관계에 너만큼이나 민감한 나였기에 (혹은 나이기에) 그 땐 참 고민했던 일인 것 같은데 말야.
    정말 해원이는 원래 그런 아이다, 라고 생각해버렸던 거 같아. 아마도. 섭섭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너도 진호는 그런 아이다,라고 생각했겠지? ^^ 하지만 서로 인정하기까지는 쉽지 않았겠지. 여기서 그런 아이는 매우 긍정적인 뜻이야. 적어도 나는 속으로는 아닌데 겉으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내가 그런편이라..) 편지 잘 읽었어. 이 짧은 답글이 다시 이어지는 답장이라고 우겨보려고. 앞으로 살아간다면, 계속 나눌 편지들일테니까. 건강하고, 올해가 가기전에 혹은 신년이라도 얼굴 마주보고 안부 물었으면 좋겠다. 행복하고.
  • profile
    황해원 2004.12.21 0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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