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보통 휴가 전날이나 내일까지 기한인 일이 여러개일 때가 아닌 이상 새벽 1시를 넘기지 않는데 오늘은 좀 오버를 했다. 모레 분교대를 가기 때문인 이유도 있겠지만 같이 작업을 해주는 즐거운 동반자가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수많은 밤을 작업을 하며 지냈던 것같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군대에서 작업은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 낮에는 간부들 잔심부름 하기 바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아니면 낮에 나에게 내려지는 모든 지시를 무시해야 한다. 나름대로 여유있는 저녁... 이때가 찬스다.
시병 때 야간작업은 힘든 점도 있었지만 이익이 될 때도 많았다. 가장 큰 것은 점호 준비 청소와 점호를 열외한다는 것. 정확히 의미도 들어맞지 않는 결산을 매일 하다시피 이루어지니 이등병들은 점호가 제일 싫다. 하루에 있었던 모든 것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초번 근무와 합리적인 야간근무. 돌파구다.
그렇게 그렇게 하루하루 하던 야간작업이 이제는 일과의 연장이 되었다. 우리들의 작업은 이제 당연히 저녁까지 하는 것으로 인식이 되어있다. 야간작업 후의 보람들은 이런 인식 속에서 조금씩 잃어가고 자유시간도 역시 잃어간다.
말로만 듣고 상상으로만 이루어지던 2박3일. 작업하기에도 많은 보람을 느끼던 내가 이제는 짜증과 한숨만 늘어갈 뿐이다. 나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열심히 해야할 간부도 집에서 TV보고 놀고 있는데 우리만 이런다는 것이 부당하기도 한 것같다.
새벽 3:30이다. 동계일과표 적용으로 30분을 더 잔다지만 그래도 희망 수면시간인 5시간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빨리 자야한다. 잘자라 모든 것들아~


- 내 영혼도 잠들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