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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세상

병영일기

조회 수 2538 추천 수 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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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이지만 첫눈이 왔다.
하늘을 하얗게 보이게 하지도 않았고 옷이나 머리위에 쌓이지도 않았다.
그냥 조용히 조금씩 내렸다.

남들처럼 나도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 그것도 첫눈이 오는 날엔 그녀가 생각난다.
별로 좋지않는 내기억으론 나는 그녀와 눈오는 날을 한번도 함께 해본 적이 없다.
지금 이순간에도 어쩌면 한번은 있었을거야 하며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역시 어렴풋할뿐 생각나지 않는다.

왜 사람들은 눈이 오면 이성을 생각할까.
부모님이나 동생을 생각할 수는 없는걸까.
하긴 꼴에 나도 남자인지라 부모님이나 동생보다는 그녀를 먼저 생각하게 되긴 했지만... ^_^

지금도 눈이 오나?
암튼 오랜만에 눈을 맞아보고 싶다.
눈이 오는 날에 내친구 준호가 휴가를 나왔었고 눈이 노는 날에 외할머니댁에서부터 월전역까지 걸어가기도 했다.
눈이 온다며 수업도중에 나가 눈싸움을 하기도 했고 수줍은듯이 첫사랑의 이름을 쓰기도 했다.
제설작업 도중에 내무실 인원 전체가 40여마리의 강아지가 되어 뛰놀기도 했고 옷이 다 젖도록 썰매를 타기도 했다.
뭐 누구나 다 이런 추억이 있겠지만 그들이 그것들을 특별하게... 재미있는 추억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위의 것들이 소중하고 특별하다.

첫눈... 만약인데 만약에 그녀가 옆에 있었다면 눈이 오는 날 뭐했을까.
물론 그녀는 눈이 오기 전에 유학을 갔고 지금 나는 군대에 왔지만 서로 같이 있었다면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어깨를 두르고 거리를 누볐을까. 아니면 공원 벤치에서 대화를 나누었을까.
근데 과연 그때까지, 그러니까 이때까지 함께 할 수 있었을까.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궁금해하는 것 뿐이다.
암튼 비록 조금이긴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날같은 특별한 날에 가족 외의 사람과 함께 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

오늘은 내게 있어서 여러모로 의미있는 날이다.
일주일간의 분대장 교육을 마치는 전날이기도 하고 첫눈이 온 날이기도 하거니와 드디어 일기를 쓴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작년 9월부터 썼는데도 이제서야 100일이 된 것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암튼 오늘이 100일째 되는 날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써서 전역하기 전에 꼭 다 채워야지...

오늘 또 근무가 있다. 얼른 자야지... ^^
Good night~!!


-  열심히 한 그대들이여... 휴가나 가라~ -
?
  • profile
    황해원 2005.04.12 23:09
    막연하게 생각이 난다 ^^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서 아주 조금 내렸던 눈...
    사실 그리 반가워할 양도 아니었는데... 무척이나 심각하게 써놨다.
    제대한지 2년이 다되어가건만... 오늘까지 딱 100일 분량밖에 올리지 못했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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