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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세상

병영일기

조회 수 3803 추천 수 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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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만에 가져보는 휴식.
점호와 동시에 10시 취침을 하는 것.
정말 오랜만인 것같다.
얼마만일까.

조금 아까까지 신광여고 위문편지를 봤다.
점호시간에 경리담당관이 위문편지 하나 주겠다는 말에 한개를 빼보았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여자애들의 글씨는 얼굴보다 예쁘다.
나처럼 흘려쓰지도 않고 설마 흘려 썼더라도 그 자체가 너무 예쁘다.
똑같이 배우고 똑같이 쓰는데 여자애들은 뭐 어떻게 하길래 저런 글씨체를 쓸까.
궁금하다.

위문편지가 왜 위문편지인지 알 것같다.
우리에게로 보낸 편지가 나쁜 내용만 아니라면 그 어떠한 편지도 위문편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낸 사람이 누구든, 언제 보냈든, 그리고 받는 사람이 누구든...

편지...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고싶다.
받고싶은 사람이 따로 있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들로부터 받고도 싶다.
언제나 내 농담을 받아주는 친구와 선ㆍ후배들, 친하지는 않지만 우리학교 동기들, 형들, 누나들, 이미 전역한 우리소대 고참들, 아까 받은 것처럼 나도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나를 모르지만 군인들을 위해서 편지 써주는 자매결연학교 학생들, 그리고 내가 좋았던 그녀들, 그리고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그사람들...

내가 초등학교 때 썼던 편지를 받은 군인들도 나와 똑같은 기분이었을까.
그들도 나처럼 편지를 받고 이런 일기같은 걸 썼을까.
혹시 모르겠다.
내 편지는 내용과 글씨도 알 수 없는 데다가 초등학생이고 군인들이 좋아하는 여자도 아니어서 한 번 보고 쓰레기통에라도 쳐박혀 버렸을지... 아님... 혹시나 그럴리는 없겠지만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있을지... 희박하다.

여태까지 받은 편지들은 충분히 위문이 되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한다는게 얼마나, 아니 생각보다 어려운 것인지 나는 알기에 위무편지를 소중히 여기고 위문편지를 쓴 사람에게 감사하고 위문편지를 쓰게 한 마음을 아름답게 생각한다.

시간이 많이 늦었네.
얼른 자고 상쾌하게!!
오늘도 안녕히...
?
  • profile
    황해원 2006.03.05 22:44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2003년임에도 불구하고 일기장에는 2002년이라고 당당하게 쓰여있다.
    위문편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있지 않기조차 하지만... 그때는 나름대로 흐뭇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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