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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세상

병영일기

조회 수 3062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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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오랜만에 즐기는 주말이다.
그동안 뭐했었지?
그렇게 중요한 무언가를 한 것 같지도 않은데 나는 이 꿀같은 주말을 그리 많이 즐기지 못했다.
나는 뭐했나.

행군으로 인한 상처는 많이 아물었다.
진물도 그쳤고 발을 디딜 때도 심하게 아프지 않다.
이런 추세라면 모레 일직근무는 이상 없을 것 같다.
항상 갈등되는 것이 개방을 시켜놓으면 빨리 나을까 감싸놓는 것이 빨리 나을까 하는 생각이다.
개방시켜 놓으면 이론상 빨리 낫겠지만 외부의 충격을 견딜만한 저항력이 없고 관리가 안된다.
감싸놓으면 그 반대고...
갈등이다.
방금 예일이는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흰색 테이프로 블라인드처럼 말린 살껍데기를 붙이고 있다.
그러고는 혼자 빙긋이 웃는다.

12시간을 잔 이유 때문일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한결 몸이 가볍다.
처음에는 물론 금방 일어났으니 찌뿌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가볍고 개운해진다.
내가 12시간을 잔 적이 있었던가?
없었을 거다.

계속 집이 신경쓰인다.
과연 동생이 차를 잘 몰고 있을까.
차로 인한 집의 변화는 어떨까.
더 생기있어졌을까?
나도 집에 있었으면 재미있게 운전했을 텐데...
휴가나가면 차타고 가보고 싶은 곳이 두 군데가 있다.
한 군데는 내가 예전에 살던 곳, 화서동.
숙지산 언저리도 가보고 싶고, 무슨 장이더라... 아! 황실장이라는 목욕탕 근처, 그리고 꽃뫼라는 동산도 가보고 싶다.
추억이 많고 사연도 많은 곳, 웃음과 눈물이 함께 했던 곳...
그곳에 꼭 가보고 싶고 또 한 곳은 영통 근처.
가슴 설레고 두근거리는 이야기가 많은 곳... 내 심장을 아프게 만들었던 곳... 웃으면서 말해도 마음에서는 피눈물을 흘릴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곳...
과연 갈 수 있을까.

내무실이 시끄럽긴 해도 고요한 편이다.
TV가 고장난 관계로 알 수 없는 가사의 노래가 홀로 부르고 여기저기서 조용한 목소리, 토닥거리는 발소리가 들린다.

인원파악... 나도 한동안 했었지...
과연 언제부터였을까.
나도 끔찍이도 하기 싫었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하기 싫을까.
나처럼 놀고 싶겠지?
그치만 너희들은 아직 안돼... ^_^;

마지막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03.2.15일 그리고 20:20.
곧 16일이 되겠지.
또다시 마감이 교차한다.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분대장을 무시해버리는 저 태도.
결산인가, 인내인가?

내일은 오랜만에 오전예배를 다녀와야겠다.
정 병장과의 마찰 때문에 오전예배를 피해왔었는데 이젠 더이상 피할 이유가 없다.
잠 문제라면 모를까.
그래!
내일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한 번 가보자!!

슬슬 점호청소준비를 해야겠다.
우리분대 임무랑 개인임무부터 챙기고.

오늘 잘때는 그냥 자야지.
일기는 이것으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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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황해원 2007.01.05 11:21
    이때도 새해가 되고 나서 얼른 적응이 안되었나보다.
    2003년이 된지 꽤 되었는데 아직도 제목에 '02년'이라고 적어놨다.
    물론 수정 안하고 그냥 옮긴다.

    물집으로 만신창이가 된 발을 어찌할 수가 없어 그냥 내무실에 계속 있었던 그때가 아련하게 기억난다.
    훈련 뒤에 있었던 잠깐의 여유.
    아마 전역을 2,3개월 정도 앞둔 분대장의 마음으로 전우들을 바라봤을 것이다.
    이젠 그렇게 바라볼 전우가 없다.
    그때의 질서정연함도, 위계질서도 내 주변에서는 이젠 찾을 수가 없다.

    초저녁에 일기를 쓰느라 여유도 있고 해서 두 쪽이나 할애하고 여백에 그림까지 그렸나보다.
    글씨는 엉망인데 그림은 꽤나 정성들여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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