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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廢)타이어

김종현




아파트 공터 한 귀퉁이

속도를 잊은 폐타이어

땅속에 반쯤 묻힌 깊은 침묵 속

햇빛을 둥글게 가두어 놓고

동그랗게 누워 있다


그가 그냥 바퀴였을 때는 단지

속도를 섬기는 한 마리 검은 노예일 뿐이었다

날마다 속도에 사육되고

길들어 갔다

다른 속도가 그를 앞질러 갈 때

그는 바르르 떨며

가속 결의를 다져야 했다

자주 바뀌는 공중의 표정 앞에서는

잽싸게 꼬리를 사려야 했다

검고 딱딱한 세계 위에서 세월을 소모하며

제한된 영역만 누려야 했다


지금 저 동그라미는 자신의 일생이

얼마나 속도에 짓눌려 왔는지 기억하고 있을까

튕겨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했으리라

예약된 모든 속도들 다 빠져나가고

속도는 한 줌 모래처럼 눈부신 한계였을 뿐

얼마나 어지러웠을까

속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속도에 매달린 세월


그가 속도의 덫에서 풀려나던 날

온몸이 닳도록 달려온 일생을 위로하듯

바람은 그의 몸을 부드럽게 핥아주었다

잠시 뒤의 어떤 바람은 풀씨랑 꽃씨를

데리고 와서 놀아주었다

벌레들의 따뜻한 집이 되었다

잃어버린 속도의 기억 한가운데

초록의 꿈들이 자란다

노란 달맞이꽃은 왕관처럼 환히 피어 있다




[당선소감/시] 詩作은 눈물로 바위 뚫는 작업… 두려움 껴안고 시의 밭 뒹굴것

늘 세상의 속도와는 무관하게 살아오신 부모님의 “축하한다”는 짧은 말씀에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요. 아버님 어머님, 감사합니다.

기쁨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부끄러움과 두려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느낌이 있었다면 이와 같을 것입니다. 평생 이런 느낌을 껴안고 시의 밭을 뒹굴고 싶습니다.

세상과 자신을 응시하게 하는 그 무엇인 시를 위해 “시는 눈물로 바위를 뚫는 작업이다”는 어느 시인의 말을 제 생활의 척추로 삼고 있습니다. 저의 눈물로 불완전한 척추를 굳건히 세우기 위해 시작(詩作)에 오체투지하겠습니다.

영남대학교의 이기철 은사님, 삶의 길을 깨우쳐 주시는 ‘www.ssza.co.kr’의 채종한 선배님, 시의 싹을 틔워 주신 경주대 문예창작과정의 손진은 선생님, ‘포항문협’, ‘푸른시’ 가족과 미숙한 시를 예쁘게 보고 뽑아주신 조선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 포항 세화여고 3학년 6반의 고운 눈빛들, 그리고 밝고 맑은 이름과 마음을 지닌 분들과 함께 당선이라는 큰 영광을 누릴 수 있어 행복하고도 서늘한 새벽입니다.


■김종현

1967년 경북 청도 출생,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포항 세화여고 교사



[심사평/시] 문명의 피곤 어루만지는 힘 탁월

실체야 쉽게 달라지지 않겠으나, 시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기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다소간 달라지는 양상이다. 따라서 이번에 선자들이 주목한 점은 새로운 문제의식이었다.

당선작 [폐(廢)타이어]는 이러한 의식에 가장 근접한 작품이다. 우리 현실의 핵심을 가로질러가는 속도의 문제에 대해서, 전통적 서정의 회복을 꿈꾸는 시적 자아는 문명의 구체성에 대한 관찰과 한편으로 그 피곤을 어루만지는 시의 힘, 그 부드러움을 탁월하게 대비시킨다.

시와의 더욱 치열한 싸움을 통해 새로운 세기의 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일에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히말라야의 물고기’(김성신), ‘매직아이@’(민미숙) 등의 작품들도 당선을 겨룬 우수한 시들이었다.

시적 언어의 조탁은 당연히 중요한 일이지만, 오늘 우리에게 보다 절실한 것은 야만스러워져가는 시대의 중심을 꿰뚫어 바라보면서 시의 존엄을 새삼 이루어가려는 박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황동규·시인 / 김주연·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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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원 2005.03.30 23:16
    난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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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섭섭함이란 감정은    생각대로 해주지않는 상대방 때문이아니라     기대이상의것을 줘버린 나에게 있는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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