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내게 소중한 건 당신이야

by 황해원 posted Sep 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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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끗희끗한 머리를 염색하기 위해
동내 아시는 분이 하는 미용실엘 갔다.
염색약을 바르고 금발이 아닌
흑발로의 산뜻한 변신을 기대하면서
기다리던 중 지팡이에 의지하여
힘겹게 들어오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그야말로 머리는 은발이고
걸음조차 걷기 힘겨운 노령이셨지만
그 얼굴에서 풍기는 중후함이
상당히 지적인 멋쟁이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았건만
식구들 이야기를 술술 해 나가셨다.
의사였던 남편이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그 동안 병수발 하신 이야기,
그 후 아들 며느리와는 의논도 하지 않은 채
지금 머무는 가톨릭재단의 양로원에 오시게 된 이야기 등.


당신이 남편 병수발 할 적에 어느 날은 남편이
“여보 미안해. 고마워.”
그 말을 하는데 얼마나 눈물이 쏟아지고 감동이 되던지…
그 감동으로 몇 년 동안
병수발을 하면서도 힘겨운 줄 모르셨단다.
여자는, 아니 남자도 마찬가지일 게다.
이렇게 작은 말 한마디에 힘겨움도 아픔도 고통도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남편이 하는 말
“하늘에서 소중한 건 별이고 땅에서 소중한 건 꽃이래.
그리고 내게 소중한 건 당신이야. 미안해..고마워..사랑해..”


“뭐..뭐..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 봐.”

단정한 모습임에도 뒷머리가 너무 길다고
정갈하게 다듬으러 오신 멋쟁이 할머니로 인하여
남편에게 최고의 멋진 찬사(?)를 들었던 날이었다.


차가 기다린다며 종종걸음으로 돌아가시던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내내 건강하시기를
평안과 기쁨이 항상 함께 하시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별처럼..꽃처럼..
아름다운 당신이기를
아름다운 우리이기를
마음속 깊이 기도해 본다.


* 출처 : 사랑밭 새벽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