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사랑

남자의 수다주머니

by 황해원 posted Oct 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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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같이 수다를 떨어도 여자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데,

그것은 여자의 목소리톤이 남자보다 높기 때문이다.

어쨌든 남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지진 않는다.

비록 그의 혀에 근육통이 생길지라도.

남자도 여자 못지 않게 수다를 떨지만,

그 이유는 여자의 경우와는 좀 다르다.



여자는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 수다를 떤다.

즉, 여자라는 '동지'들과 같이 웃거나 같이 울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이 아는 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에 수다를 떤다.

남자는 어제 읽은 인터넷 유머부터

오늘 아침 헤드라인 뉴스까지 모두 말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그가 만일 어떤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상식 공부를 했다거나,

프리재즈와 같이 난해한 취미를 갖고있다면,

그의 수다 양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

그래서 남자의 수다는 옛 개그맨의 전설을 떠올리게 한다.

그 분은 항상 양복 안쪽에 있는 포켓 속에

작은 수첩을 넣어 두었다는데,

그 안에는 그가 수집한 세상의 모든 개그들이

깨알같은 글씨로 빽빽이 쓰여 있었으며,

그는 그것을 자산으로 삼아 수십 년 동안이나

행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대개 안쪽 포켓이 있는 상의를 선호하며,

끊임없이 데이터를 모아 안쪽 포켓에 넣는다.



그런데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는 남자도 허점은 있다.

그의 비밀창고인 안쪽 포켓에는 송곳도 하나 들어있어서,

때때로 구멍이 나기도 하고, 자신을 콕콕 찌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