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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세상

담아온 글들

남녀...사랑
2005.03.03 10:44

[사랑은...] 2005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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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아직은 보편적이지 않았던 시절,
그들은 매일 밤, 이불 속에서 무선전화기로 통화를 했다.
그들의 주된 주제는 미래였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과 어떤 결혼생활을 할지
매일 밤 떠들어도 이야깃거리가 바닥나지 않았다.
10년후 이들이 다시 만났을 때, 불과 10분 만에 남자는 이렇게 소리쳤다.
“이 세상에서 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는 것 같아!!”
그 말에, 스물일곱의 그녀는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인터넷 메신저로 10년 전처럼 무수한 이야기들을 꽃피울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의 주된 주제는 과거가 되어있었다.
“옛날 계획대로라면, 난 지금쯤 나사(NASA)에 들어가 있어야 되는 건데.”
“그러게, 계획대로만 됐다면, 난 지금쯤 애 셋 중에 둘은 낳았어야 됐다구.”
그들은, 어느 새 현실이 되어버린 낡은 미래 속에서
과거를 이야기하며 서로를 토닥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불쑥,  이 남자가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아주 가까이 있는 사람인데, 사랑인 줄 모르기도 할까?”
그녀는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은 채,
그 짜릿한 순간을 잠시 음미하기로 했다.
“일단 고백해봐. 그럼 니 마음을 알게될 거야.”
그녀는 그의 말뜻을 모른 척 하며, 오랜 친구답게 그를 격려해주었다.
그로부터 일주일동안, 그녀는 꿈속을 걸어다니는 기분으로 지냈다.
20대 후반의 그녀가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이었다.
그로부터 충격적인 문자메시지가 온 것은 꼭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나 그 여자랑 사귀기로 했다!! 으하하 부럽지!!”
그녀는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그 이후, 다시는 그 남자의 아이디를 메신저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
옛날 얘기나 하며 노닥거리기에는, 새로운 할 일이 너무 많아졌을 테니까.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사람은, 이런 생각으로 언제나 안타까워한다.
항상 여기 있는 나를, 그 사람은 왜 돌아봐주지 않을까?  
구두만 한 번 신겨보면, 누가 자기 짝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을 텐데.
물론 세상엔, 가끔씩 동화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그 동화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주인공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구두를 신기 위해 안달했던 것은, 신데렐라의 언니들이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2005년 2월 20일 사랑은...



* 출처 : 김C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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