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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4 01:37

정부의 자치경찰제,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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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8&article_id=0000081762§ion_id=001&menu_id=001정부의 자치경찰제, 무엇이 문제인가?

[한겨레 2004-10-13 18:30]  

[한겨레] 우리나라는 일제로부터 벗어난 지 60여년 동안, 미국의 강요에 의한 것이든 과거 독재정권의 정권 유지용이든 상관없이 일제 식민지 경찰을 답습한 국가경찰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한 지 10여년이 지난 이제 와서나마 노무현 정부가 지난 9월16일, 2006년부터 자치경찰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정부안은 도저히 자치경찰이라고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근원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군·구에 25명 정도의 자치경찰을 두는 방안을 먼저 결정해 놓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 파시즘 전통의 경찰제도를 모방하려는 자세는 극히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히틀러 시대의 독일,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군국주의 일본, 프랑코 총통의 스페인 등의 국가경찰 제도가 제2차 세계대전의 주범인 파시즘의 바탕을 이루었으며, 이후에도 악명높은 경찰국가의 속성을 크게 노정해 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예컨대 이탈리아 경찰의 경우 몇 해 전 자국에서 열린 주요8국 정상회담 경비 중 시민운동가가 이탈리아 경찰에 맞아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을 정도다. 그나마 독일은 미국 등 연합국의 점령기간에 ‘민주화’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정부가 2006년부터 자치경찰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안은 도저히 자치경찰이라고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근원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군·구에 25명 정도의 자치경찰을 두는 방안을 정해 놓고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 파시즘 전통의 경찰제도를 모방하려는 자세는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독일과 같은 ‘민주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국가경찰제를 고수하면서 그저 유명무실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의 자치경찰제만을 본보기로 삼는 것은 잘못이다. 그 밖에도 정부안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정부안은 시·군·구 산하에만 자치경찰을 두기로 했는데, 그렇다면 광역자치단체인 시·도 자치경찰은 언제 도입하겠다는 것인가? 이것은 지방분권을 외치는 노무현 정부가 자치경찰을 그저 껍데기로 하는 시늉만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다음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그때 가서나 시·도 자치경찰을 하겠다고 나설 것인가? 둘째, 정부안은 그나마 현행 경찰서와 지구대 및 치안센터를 시·군·구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것조차 거부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국가경찰제를 계속해서 철저히 고수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치경찰은 실종되고 만 셈이다.

셋째, 정부안은 현재의 국가경찰은 손대지 않은 채 전국적으로 6천여 명의 시·군·구 자치경찰을 창설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이를 뒷받침할 재정이 없는 기초단체 양산 문제는 물론, 한다고 해도 결국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사이 혼란만 초래할 뿐 막대한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것이 되고 만다.

넷째, 자치경찰의 핵심은 지역주민과 시민들이 자치경찰 활동, 경찰력 배치, 예결산 심의, 범죄정책 및 자치경찰 정책 결정과정에 관여하는 참여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데 있는데도, 정부안은 시·군·구 자치경찰위원회 제도마저도 철저히 배격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이로 인해 자치경찰의 지방정치로부터의 정치적 중립조차 불가능해지고 결과적으로 이번 껍데기 자치경찰 방안마저도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사병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섯째, 이번 정부안 결정과정에서 10년 동안 관련 학계나 정치권에서 합의된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방안을 올해 초 뒤집고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및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출신들이 주도함으로써, 경찰 전문가들의 참여를 철저하게 배제한 것은 향후 경찰제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자치경찰제 모델 결정과정 자체에 결정적인 오류를 드러냈다.

한편, 제대로 된 자치경찰이 도입되었을 때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현재의 위헌적이며 경찰 사기를 꺾고 있는 국립 경찰대학 제도는 전면 개혁 혹은 혁파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번 껍데기 자치경찰제 파동에서 경찰청의 기획부서들을 장악하고 있는 경찰대학 출신들이 이를 우려하여 올바른 자치경찰제 도입을 적극 저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 시행을 통한 참여 민주주의의 일대 전진을 가로막고 역사적으로 엄청난 죄과를 저지른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진정한 지방분권을 바라는 민의를 받들어, 허울뿐인 자치경찰제 방안을 철회하고 정상적인 자치경찰제 방안을 다시 내놓아야 하며, 이것은 아직도 늦지 않았다.

문성호/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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