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2&article_id=0000057276§ion_id=001&menu_id=001[시론]''자치경찰제''에 바란다
[세계일보 2004-10-11 18:48]
최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2006년부터 자치경찰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논란은 정부 수립 이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거듭되고 있다. 아직도 지방경찰제 실시로 인해 초래될지 모를 몇몇 부작용을 강조해 실시 자체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면, 이는 1980년 초 ‘야간 통행금지’ 폐지나 1990년대 초 ‘지방자치제’를 30년 만에 부활시키는 사안을 두고 ‘시기상조론’을 펴던 일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세운 이상 이 제도가 그 본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차분하게 준비하고 제도화하는 일이 향후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공론화 과정에서 지적되는 것 중 특히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첫째,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는 기본 취지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지역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합의하는 치안 서비스를 스스로 개발하여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국 수준의 필요성에 의해 중앙정부가 공급하는 치안 서비스의 한계를 보완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자치단체의 주민들이 자치경찰에 의해 공급되는 치안 서비스의 내용과 규모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끔 최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자치경찰에 부여되는 기능이 너무 제한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현 국가경찰이 수행하는 기능과 조직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치경찰에는 방범과 식품안전 등 극히 제한적인 행정보조 기능만을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앞으로 자치경찰제를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아니면 최소한 실제 운영하는 과정에서 국가경찰과의 역할 분담이 신축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셋째, 지역 간의 재정 능력 차이로 인해 주민들이 원하는 치안 서비스 수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재정적으로 부유한 지역보다는 가난한 지역에서 더 많은 치안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지역 간 재정 능력의 차이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치안서비스 공급의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대개는 정당 배경을 가진 자치단체장들이 경찰 인사 등에 개입함으로써 자치경찰의 파당적 운영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이 점은 현재 지방자치제가 ‘지역 세력’의 이익과 결부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과도 관련이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4년 만에 한번씩 있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만으로는 통제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자치경찰제 운영에 대한 주민들의 좀더 직접적인 평가와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따로 마련돼야 한다.
다섯째, 자치경찰제에 의한 치안 서비스가 과연 그 운영에 드는 비용을 능가하는지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전반에 관한 일반적인 평가 외에 자치경찰제만의 비용과 편익에 대한 투명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지방세 체계와의 연계 등을 통해 자치경찰제 운영에 대한 주민들의 비용의식을 좀더 강화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여섯째, 자치경찰제가 문자 그대로 그 운영에서 자치단체들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제도화가 가능하도록 융통성을 부여해야 한다. 같은 규모의 예산 지출에 의해서도 지자체별로 다양한 치안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중앙과 지방 간에, 그리고 지방과 지방 간에 치안 서비스의 질에 대한 상호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정용덕(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행정학)
[세계일보 2004-10-11 18:48]
최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2006년부터 자치경찰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논란은 정부 수립 이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거듭되고 있다. 아직도 지방경찰제 실시로 인해 초래될지 모를 몇몇 부작용을 강조해 실시 자체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면, 이는 1980년 초 ‘야간 통행금지’ 폐지나 1990년대 초 ‘지방자치제’를 30년 만에 부활시키는 사안을 두고 ‘시기상조론’을 펴던 일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세운 이상 이 제도가 그 본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차분하게 준비하고 제도화하는 일이 향후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공론화 과정에서 지적되는 것 중 특히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첫째,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는 기본 취지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지역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합의하는 치안 서비스를 스스로 개발하여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국 수준의 필요성에 의해 중앙정부가 공급하는 치안 서비스의 한계를 보완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자치단체의 주민들이 자치경찰에 의해 공급되는 치안 서비스의 내용과 규모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끔 최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자치경찰에 부여되는 기능이 너무 제한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현 국가경찰이 수행하는 기능과 조직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치경찰에는 방범과 식품안전 등 극히 제한적인 행정보조 기능만을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앞으로 자치경찰제를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아니면 최소한 실제 운영하는 과정에서 국가경찰과의 역할 분담이 신축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셋째, 지역 간의 재정 능력 차이로 인해 주민들이 원하는 치안 서비스 수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재정적으로 부유한 지역보다는 가난한 지역에서 더 많은 치안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지역 간 재정 능력의 차이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치안서비스 공급의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대개는 정당 배경을 가진 자치단체장들이 경찰 인사 등에 개입함으로써 자치경찰의 파당적 운영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이 점은 현재 지방자치제가 ‘지역 세력’의 이익과 결부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과도 관련이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4년 만에 한번씩 있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만으로는 통제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자치경찰제 운영에 대한 주민들의 좀더 직접적인 평가와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따로 마련돼야 한다.
다섯째, 자치경찰제에 의한 치안 서비스가 과연 그 운영에 드는 비용을 능가하는지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전반에 관한 일반적인 평가 외에 자치경찰제만의 비용과 편익에 대한 투명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지방세 체계와의 연계 등을 통해 자치경찰제 운영에 대한 주민들의 비용의식을 좀더 강화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여섯째, 자치경찰제가 문자 그대로 그 운영에서 자치단체들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제도화가 가능하도록 융통성을 부여해야 한다. 같은 규모의 예산 지출에 의해서도 지자체별로 다양한 치안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중앙과 지방 간에, 그리고 지방과 지방 간에 치안 서비스의 질에 대한 상호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정용덕(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