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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기고] 새 행정수도와 지역균형 발전

by 황해원 posted Oct 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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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기고] 새 행정수도와 지역균형 발전

이규방 국토연구원장


수도권의 과밀 해소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정부는 이미 30여년 전부터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 왔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해 공장과 대학, 공공청사의 수도권 입지를 억제하고 공업배치법 등을 통하여 지방의 산업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왔다. 그럼에도 수도권 집중은 계속되어 1970년에 28%이던 수도권 인구비중은 2002년 현재 47%를 넘어섰다. 통계청의 예측을 보면 2030년에 수도권 인구비중은 51%에 달할 것이라 한다. 지금 상태를 그대로 두면 수도권은 지금보다 더 과밀해지고 지방의 활력은 계속 떨어질 것임을 말한다.

참여정부가 추진중인 새 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책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정부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수도권은 규제하고 지방에 투자를 유도하는 통상적 정책수단으로는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 없음이 과거의 경험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1980년에서 2000년까지 전국적으로 약 7700만평의 공업단지를 공급했는데 그 가운데 78%를 지방에 배치했다. 그리고 고속도로를 포함하여 총 5087㎞의 국도를 건설했는데 그 가운데 81%를 지방에 배분했다. 그럼에도 수도권의 인구비중은 같은 기간에 36%에서 46%로 늘었다. 그리고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을 계속 규제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규제로 인하여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다면 이는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새 행정수도 건설보다 대학의 지방 이전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지방은 대학이 초과공급돼 있어 정원 충원에 애로를 겪는 반면, 수도권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불충분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지방 이전은 과거에도 몇차례 논의에 그쳤듯이 정부 이전보다 더 실천하기 어려운 정책수단으로 판단된다.

새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도권 과밀 해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 새 행정수도가 들어서게 될 충청권은 정치, 행정의 중심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수용인구 50만명의 행정수도가 건설되면 대전·청주를 포함하여 총 350만~400만명 규모의 광역 대도시권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충청권은 부산권, 대구권, 광주권 등과 함께 우리 국토의 다핵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수도권으로 집중되던 개발압력을 현저하게 낮추어 줄 것이다. 이 경우 수도권에 대한 그동안의 규제들을 대폭 완화시킬 수 있으며, 현재의 수도권은 국제물류, 국제금융, 비즈니스 및 지식산업 등 고부가가치산업 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구변화의 추이와 정책의 효과를 두루 고려할 때, 새 행정수도 건설 등 지역균형발전 시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현재 47.2%인 수도권 인구비중을 2030년까지 45% 내외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와 함께 강원권, 영남권, 호남권 등에 대해서는 지역 특성에 맞게 공공기관을 재배치하고 적정수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건설함으로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동반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는 이미 국가간 경쟁체제에서 지역간 경쟁체제로 전환했다. 지금처럼 수도권에만 의존해서는 어느 때에 2만달러 시대,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하게 될지 미지수다. 특화된 산업과 독자적 매력을 바탕으로 각 지역이 세계와 직접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강원권은 스위스를, 영남권은 독일을, 호남권은 덴마크를 닮은 그러한 지역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중심의 국토구조를 지역 중심의 다핵형 국토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다. 새 행정수도 건설은 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당장 비용부담이 있더라도 미래 국토의 터전을 준비하는 정책이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새행정수도 건설의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