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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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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컬럼
2005.04.25 07:24

그래, 여자는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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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자가 오후 5시쯤 서울하고도 한남대교 앞을 초보운전 네 글자를 달고 지나게 되었답니다. 차가 어찌나 많은지 정신을 못 차리겠는데 갑자기 옆구리로 차 한 대가 쌩하고 파고 들더래요, 깜박이도 안 켜고요. 휴 한숨 돌리는데 이번에는 뒤차가 갑자기 클랙슨을 빵빵 울려대더래요. 왜 끼워줬느냐 이거죠. 진땀을 빼며 가고 있는데, 옆에 차가 길을 묻는 것 같기에 쳐다보았더니 삿대질을 하면서 한다는 말이… 뭐였겠어요?”

“아줌마가, 집에서, 밥이나 하지….”

“아니, 어떻게 아셨어요? 그때 한남대교에 계셨더랬어요?” 내 너스레에 사람들은 와 하하하 웃음보를 터뜨린다.



“이 초보운전 아줌마, 집에 돌아와서는 차 열쇠를 멀찌감치 던져놓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서 새록새록 억울하다는 맘이 들더랍니다. ‘내 차에 내 돈으로 기름 넣어 내 손으로 운전하는데 뭐가 무서워서 못 나가?’ 아줌마가 뭣 땜에 차가 필요하느냐고 하는 사람은 아줌마 아니죠? 애들 실어날라야지, 나갔다가는 밥때 맞춰 장봐 가지고 들어와야지…. 드디어 이 아줌마, 초보운전 네 글자를 떼고 똑같이 네 글자를 자동차 뒷유리창에 달고 나갔더랍니다. 뭐라고 썼을까요?”

객석에서 눈들이 빛나며 침을 삼킨다.

“밥! 해! 놨! 다!” 이번에는 박장대소, 유쾌 상쾌 통쾌한 웃음이 끊일 줄 모른다. 개중에는 눈물을 찍어내는 사람들도 보인다.



내가 4년째 전국순회공연을 하고 있는 수다콘서트의 한 광경을 옮겨놓은 것이다. 이 공연을 통해 나는 이 땅의 수많은 민초 아줌마들을 보았다. 그들은 한마디로 잡초였다. 아무도 귀히 여기지 않고 누구도 거름 한 줌 주지 않는 박토에서 홀로 뿌리내려 홍수에도 땅을 움켜쥐는 잡초처럼, 경제난 속에서도 식구들 입에 하루 세끼 밥을 넣어주는, 우리나라가 돌아가게 해주는 실제적인 힘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줌마를 밥으로 안다. “당신은 집에서 놀면서 이거 하나 못해놓고 뭐하는 거야.” “아줌마들이 다 그렇지 뭐.” 밥과 밥하는 사람을 동시에 모독하는 것이 일상화된 우리의 문화이다. 과연 밥이 그렇게 만만한 걸까. 밥을 못 먹으면 사람은 일을 못한다. 심하면 죽는다. 그렇게 근본적인 것이 밥이다.

파업, 파업 해도 주부 총파업보다 더 무서운 파업은 없으리라. 시내버스가 파업하면 지하철을 늘리고 예비군 수송버스, 관광버스, 개인택시 다 풀면 되지만 주부파업에는 대체인력이 없다. 그러나 지금껏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날을 못 잡아서’이다. 오늘은 배추 절여놔서, 내일은 제사가 있어서, 모레는 애들 시험이라, 저마다 의무를 다하느라 D데이에 합의를 볼 수 없는 것이다.

세상이여, 아줌마를 인정하라, 감사하라, 존경하라. 여성은 가정에 있어도 사회적인 존재이며 집안에서 일해도 그건 사회적인 노동이다. “밥! 해! 놨! 다!” 이 네 글자에 여성들이 눈물없이 파안대소할 때 우리나라는 정녕 건강할 것이다.


<오한숙희/ 여성학자·방송인>


* 출처 : 미디어 다음 ( http://ucc.media.daum.net/uccmix/news/society/affair/200504/24/khan/v8918385.html?u_b1.valuecate=4&u_b1.svcid=02y&u_b1.objid1=16602&u_b1.targetcate=4&u_b1.targetkey1=16668&u_b1.targetkey2=8918385&_right_topic=R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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