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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이야기] 페미니스트라는 오명(?)

by 황해원 posted Sep 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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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여자아이가

미술시간에 처음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보고는, 그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집에서도 하루종일 물감으로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한 여자아이는,

손톱 밑에 숨은 오색 물감들을 다 지우지 못하고 학교에 가게 되었다.

여자아이의 지저분한 손톱을 본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나무랐다.

“여자애가 손톱이 이게 뭐니? 지저분하게....”

여자아이는 잠깐 주눅이 들어 자기 손을 등뒤로 감췄지만,

갑자기 고개를 들어 똘망똘망한 눈으로 이렇게 물어보았다.

“선생님. 그럼 남자애들은 손이 더러워도 돼요?”

아이의 질문에, 젊은 선생님은 잠깐 당황한 듯 보였다.

할 말을 찾지 못한 선생님은, 아이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대답인지 질문인지 모를 말을 했다.

“너 벌써부터 페미니스트가 되려는 거냐?”

여자아이는 물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아이는 자라서 성인이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들었던 그 말의 뜻도 알게되었고,

그 말에 숨어있는 과격한 의미와, 역사적인 배경까지 알게되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했던 것과 비슷한 말들을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들었다.

때로는 좋은 뜻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비아냥거리는 표현이었다.

그녀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말과 행동을 할 때,

심지어는,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바래다주는 걸 마다했을 때까지, 그런 소리를 들어야 했다.

참다못한 그녀는, 싱글싱글 웃는 상대방에게 쌓였던 짜증을 쏟아내고 말았다.

“페미니스트에 대해 뭘 알아요? 스펠링이나 알아요?”


  
여자아이들은, 해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인종으로 태어난다.

그녀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남자들은 여전히 과거에 발이 묶여,

그녀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녀들이 자신을 상대로 투쟁을 하고있다고 생각한다.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이 필요할 때도 있었지만,

여자들이란 원래, 다툼을 좋아하지 않는 족속들이다.

그녀들은 단지, 이해 받기를 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