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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이야기] 남자친구의 옷

by 황해원 posted Oct 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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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만나 친자매처럼 친해진 몇 명의 여자들이,

한 여자의 집에 모여,

<밤새고 과자 먹으면서 수다 떨기>, 즉 파자마 파티를 하고있었다.

파자마를 입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모두 평상복 차림이었는데,

그들의 모습이 정말로 평범했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 우연히 그 모임을 엿보게 된다면,

뭔가 기묘하다는 느낌을 받게될 지도 몰랐다.

그녀들의 옷차림은 잠옷도, 파티복도 아니었지만,

어딘가 남다른 데가 있었다.

평범한 듯 하면서도 특별한 그 옷차림에는, 물론 비밀이 있다.

그녀들의 파자마 파티에는 컨셉이 있었던 것이다.

그 날의 컨셉은 바로 이것이었다. “옛 남자친구의 옷 입고 오기”



물론, 어떻게 해서 그 옷을 갖게 됐는지가, 그 날 대화의 첫 번째 테마가 되었다.

알코올이나 진실게임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그녀들은 술술,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한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회사에서 3일째 야근을 하고있는데, 옷을 못 갈아입어서 너무 괴로웠거든.

 그런데 그 때 남자친구가, 자기 스웨터랑 면바지를 가져다준 거야. 감동했지...”

다른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남자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옷장 문을 열어보니까, 예쁜 옷이 너무 많은 거야.

 몇 개 뺏어왔지~”

어떤 옷은, 남자가 깜빡 잊고 두고 간 옷이었고,

어떤 옷은, 남자가 군대갈 때 입고 들어갔다가, 그녀에게 보내진 옷이었고...

사연은 가지가지였지만,   그녀들은 모두, 그 옷들을

“끔찍하게 끝난 연애가 남겨준, 그래도 귀여운 선물”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들이 입을 수 있는 꽃잎 같은 옷들이 수없이 많건만,

여자들은 때때로 남자옷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

영화나 뮤직비디오에서, 남자친구의 하얀 와이셔츠만 입고

늘씬한 다리를 드러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우면서 또 섹시했던가.

조금 큰 남자옷 속에서 여자는 더 가냘파 보이고,

그 옷의 굵은 선이, 그녀의 곡선을 더 여성스럽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운이 없는 여자들은,

부푼 가슴으로 남자친구의 옷을 입어봤다가,

와이셔츠 어깨가 딱 맞는다든가, 

바지가 발목 위로 껑충 올라가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