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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8 14:56

의자 뺏기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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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 지옥으로 내모는 것을 '정상'으로 여기는 사회는 위험하다. 어른도 아이도 '열심 지옥' 안에서 "더, 더!"라고 외치며 초조해하는 사회, 여유 없는 사회.
그러한 사회에서는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한번 생각해보자고 말하기가 어렵다. 잠시만 마음을 놓아도 뒤쳐질 것 같고, "정신이 빠졌구나!"하고 혼이 날 것만 같다.
그래도 여기서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20년 남짓한 사이에 의자 개수는 8개에서 6개로 줄었다. 이대로 가면 더 줄어들 것이 뻔하다. 더 줄어서 4개가 되고 3개가 되면 10명 중 예닐곱은 앉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도 정말 열심히만 하면 괜찮을까?
의자가 하나라도 있으면 누군가는 앉을 수 있다. 그럼 그 사람은 '열심히 산 사람'이 된다. 하지만 나머지 아홉은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말인가? 의자가 앉지 못하는 사람은 정말 형편없는 사람일까? 열심히 해도 앉을 수 없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아니, 그 전에 대체 그런 의자 뺏기 게임을 왜 해야 하는 것일까? 자기가 앉을 수 있다고 해서 과연 기쁘기만 할까? 그렇게 앉은 그 자리는 과연 편안하기만 할까?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덤벼라, 빈곤》유아사 마코토 지음, 찰리북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다보면 선반이나 의자에 버려진 신문을 수거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여느 때처럼 아무렇게나 던져진 짐짝처럼 멍한 표정으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던 어느 날이었지요, 퍽 하고 누군가 치고 가기에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한 할아버지가 신문 뭉치를 한 아름 안고 바삐 지나가는 거예요. '신문 수거하느라 바빠서 그런가 보다'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 다른 할아버지가 뒤를 쫓아가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간격이 많이 좁혀지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뒤쫓던 할아버지의 입에서 거친 육두문자가 나옴과 동시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진 것입니다. 아니, 싸움이라기보다 한 할아버지의 일방적인 공격이었고 신문 뭉치를 안고 황급히 가던 할아버지는 무기력하게 몸을 휘적거릴 뿐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제 시선을 붙들고 있던 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가슴에 꼭 껴안고 놓지 않던 신문 뭉치였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공공장소에서 불쾌하게 왜 저래.', '난 저런 처지가 아니라서 다행이군.', '몇 푼 안되는 걸로 뭘 저렇게 싸우나?' 등.
전 의자 뺏기 놀이가 떠올랐습니다. 주어진 의자는 하나, 의자에 앉지 못하면 당장 먹고살 일이 걱정인 사람은 여럿인 채 진행되는 놀이 말입니다. 이런 걸 경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에 '경쟁'이라는 키워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마냥 자리하고 있습니다. 삶을 가치 있고 성공적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식처럼 여겨지기도 하고요.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몇 개 밖에 없는 '성공 문 티켓'을 얻기 위해 열심히,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가 문득 깨닫게 될 것입니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게 있구나.'

먹고 살기 위해 남과 싸워서 이기면 그 순간은 안심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며 끝없는 싸움을 해야겠지요.
헛된 바람일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에서 '기회의 의자'가 적을 때 어떻게 하면 빼앗아서 나 혼자 앉을지 고민하는 사람들보다 함께 앉을 수 있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빼앗긴 사람더러 능력과 패기가 없다고 비난하기 전에 부족한 의자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다면 이 세상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되지 않을까요?

월간 《웃음꽃》 박세미 기자


* 출처 : 좋은생각 메일진 2011년 7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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