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말했다

왜 직원들은 회사를 떠날까

by 황해원 posted Apr 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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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링크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1475256707

 '왜 직원들은 회사를 떠날까?'


서른 다섯의 끝자락,

더 큰 세상으로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쯤,

어떤 기준으로 새로운 회사를 선택해야하는가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옮긴 곳이 아니라면,

그래서 또다시 옮긴 곳이 또 아니라면,

나는 도대체 언제까지 

내게 맞는 회사를 찾아다녀야할 것인가.


그것은 솔직하게 나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로부터 약 1년동안 

10곳 정도 면접을 보았으나

내 마음을 울렸던 특별한 기억은 없다.


나의 이력에 대한 짧은 확인 뿐,

진정 나의 성장에 대해 고민을 나눈 입사 시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당신의 회사를 위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젊음을 쓰는데

이토록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사람을 평가하다니,


면접이 계속될수록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더해져만 갔다.


나는 지루한 성장이 답답했다.

때문에 자리가 어디던 

진정성을 다해 일했고 헌신했다.

돈때문에 일하지 않았다.

불평하지 않았다.

나는 진정으로 

나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일했다.

나같이 다루기 쉬운 사람을 

회사는 다루는 방법을 모른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 후,

2년 남짓한 시간이 흘러

나는 신생 호텔의 시니어의 자리에 서있다.


내가 입사한 지난 1년 동안

우리 호텔은 수많은 좋은 인재들을 잃었다.

난 그들이 '떠났다'는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는다.

살림을 꾸려나가는 엄마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우리 호텔은 

큰 재산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우리 일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알파고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시 만나기 힘든 

좋은 사람들을 떠나보내며,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지루한 내면의 갈등들을

그들도 느끼며 고민했을 것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호텔의 프로모션, 마케팅, 홍보, 이벤트 등의

뻔한 업무보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지킬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데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다음은 그 고민의 과정에서 얻은 

몇 가지 결과물이다.


쉽게 얘기하면 '직원들을 지키는 방법'이다


#1.

부하 직원들에게는 내 생각과 의도를 아무리 쉽게 얘기하고 전달한다하더라도

100%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야한다.


현장 미팅도 부족하여, 

이메일, 카톡, 사진, 출력물 등등

보다 구체적인 도구들을 활용하여 전달하여도 

그들은 100%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 의도를 직원들에게 완전하게 알려주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해가 될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계속해서 인지시켜주면 된다.


그렇게 얘기했는데 아직까지 이것도 몰라?

내가 눈물을 머금고 혼나가며 배웠던 방식으로 직원들을 대한다면

그들은 이 곳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2.

보여지는 사건, 사고 이면에는

항상 이유가, 그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다.

때문에 알게된 사실만으로 부하직원에 대해 판단하거나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면 안된다.


많은 선배들이 나의 실수와 실패를 

그때그때 바로바로 지적할때마다

내 머릿 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현장에서 후배들의 실수가 일어났을 때

일단은 다독여주고 넘어가고 

영업이 끝난 후나 며칠이 지나 

그 직원과 얘기를 나누면

그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알게된다.


이 때 중요한건 잘못된 행동에 대한 

나의 시정명령이 아니다.


그들의 사정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직원의 실수확률은 크게 줄어든다.

지배인에게 미안해서라도 실수를 줄이려 스스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없이 

그때그때의 지적이 늘어날수록

그들은 이 곳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3.

경직된 통제 속에서 

로보트 같은 완벽한 서비스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마음을 다해 서비스하는 것이 

고객에겐 더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다.


그만큼 고객의 경험과 수준이 높아졌으며,

때론 웨이터의 지식을 압도한다,

정형화된 서비스로는 

고객만족의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건 지배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현장의 내 권한을 

모든 직원에게 동일하게 위임하는 것이다.


환대산업의 핵심은 

고객에게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다.

고객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나는 이러한 마음과 행위에 대해

늘 선배들에게 압박을 받아왔다.

 

코스트 등의 각 종 문제는

지배인인 나 혼자 고민하면 된다.

단골이 늘어나고 매출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문제들은 자연스레 해결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서비스를 

이 곳에서 이룰 수 있는가에 있다.


아무리 어리고 경험이 없는 

직원들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서비스의 방법이 있다.


나는 선배로서 그들의 서비스를 봐주고,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 주고,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함께 고민해주면 된다.

그걸로 끝이다,


내가 직원들의 서비스를 통제하려하는 순간 

그들은 이 곳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4.

요즘의 직원들은 회사를 위해 일한다기 보다

(생각보다 훨씬 더)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회사나 선배가 이 것을 엄격히 통제한다거나

조직에서 개인의 성장을 질투하는 분위기라면

그 조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피부로 깨닫고 있다.


직원들의 야망, 이루고 싶은 꿈,

자녀가 부모에게 자랑하고 싶은것과 같은 

나의 자랑 등

그들의 이야기를 관심있게 들어주는 것만으로

나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


직원들이 학위, 자격증 등 

더 나은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면

때로는 다소 무리가 간다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스케쥴 조정을 해주거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은 이 곳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5.

현장 서비스는 비효율이 효율일 때가 많다.

숫자나 경영 잣대로는 판단하기 힘든 

순간들이 많다.

이 모든 순간순간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많다.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모든 회사들이 

특별한 서비스로 고객에게 감동을 주겠다 말하면서

실제로는 현장에 권한을 주지 않는다.


현장의 시니어는 이러한 권한과 비용을

회사를 설득하여 받아내야 한다.


가령, 코스트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는

지배인 때문에

생일 맞은 고객에게 와인 한 잔 드릴 수 없다면

누가 그 선배를 믿고 그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싶겠는가?


지배인이 지배인으로서 힘과 권한을 

더 나은 현장 서비스의 방향으로 쓰지 않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때

그들은 이 곳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6.

단지 현장 경험의 크기와 누적만으로

레스토랑을 통제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나도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선배는 다소 위엄과 권위를 잃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직원들과 

잘 어울려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객들로부터의 컴플레인 혹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상황이 있다면

우리 직원들의 편이 되어주어야 한다.

사고 보고서 작성이나 상사에 대한 보고는

지배인인 나 혼자 고민하면된다.

직원들은 내가 아무리 포장해도 

선배가 우리를 지켜주는지

지 혼자 살기위해 꼼수부리는지

바로 안다.


선배로서의 위엄과 권위는

직원들을 엄하게 다루는 데서 오는게 아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늘 새로운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

그로 인해 나의 꿈이 여기까지가 아니라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라는 걸

후배들은 그러한 모든 느낌으로 선배를 평가한다.


선배가 매일 똑같은 제자리를 

맴도는 모습을 보여줄 때

그들은 이 곳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한 명의 웨이터, 웨이트리스를 잃는다는 건

호텔은 그를 거쳐간 무수히 많은 고객 경험을 잃는 것이다.


사람을 얻고 사람을 지키는 것이

서비스업 성공의 핵심이다.

가만히 있어도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를

설계하고 만들어야 내가 살 수 있다.

현장을 떠나기 전까지

나는 이 핵심 가치를 잊지않을 것이다.


* 페이스북 Jeong Won Choi 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