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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링크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rNo=634736


2. 버려주어 고맙다 -첫사랑에게 바치는 20년 후의 편지



내 순정에 다쳤을 첫사랑 그대에게.


이제야 그대에 대한 무수한 원망을 내려놓고 비로소 참 많이 미안했었다 참회할 용기가 난다. 미안하단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난 왜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을까. 자만이 뿌리 깊었나. 아니다, 자기연민이 독했다. 나이가 들면서 늘어가는 건 주름만이 아니다. 살면서 홍역처럼 반드시 거쳐야 할 경험과 남과 별다르지 않게 감당했어야 할 상처들이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그대와 주고받았던 모든 것들이 마냥 별스러워 엄살인 줄도 모르고 악을 쓰듯 독하게 킁킁거렸다. 그때 그대는 참으로 냉정했었다. 원망스러웠던 그 순간이 이제야 마침맞은 순리였음을 알겠다.


나를 버려주어 고맙다, 그대.


순간 이 글을 쓰며 겁이 난다. 나만큼 설레지 않고 나만큼 애타하지 않고 나만큼 절절하지 않은 그대에게 나는 늘 이런 식으로 상처를 주었다. 잘났나봐, 무시하나봐, 그런 직설을 내려놓고, ‘고맙네, 정말’ 웃으며 칼 주는. 꼬인 실타래처럼 정말 난감하게 엉켜서 그대를 몰아붙였던 한때를 그대여 지금은 떠올리지 마라. 그리하여 이 글을 읽지 않고 서둘러 덮지 마라. 세월이 변하듯 사람도 변한다. 나는 변했다, 그대. 이제 엉길 기운도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들어라. 고맙다, 정말. 버려주어.


그대와 헤어져 20년이 흘렀다.


그 20년의 세월 안에서 나는 정말 뚜렷이 알아차린 것이 있다. 진실이나 사실이란 말은 함부로 써선 안 된다는 것. 모든 기억은 내 편의대로 조작될 수 있다는 것. 하여, 이제 내가 말하려는 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는 어쩌면 또다시 나만의 기억일 뿐 그대와는 무관한 어떤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혹여 내 서술이 그대의 마음과 아랑곳없더라도 웃으며 봐달라. 이 사람은 이리 생각했었구나 하고.



그대가 나를 일방적으로 버린 스무 살 겨울, 나는 그대를 배신자로 낙인찍었었다. 매일 전화하고 하루걸러 한 번씩 만나고 서로의 속살도 아닌 드러난 살이 스칠 때에도 머리끝까지 삐죽하던 그때, 그대는 돌연 모든 걸 멈추었다. 전화도 받지 않고, 편지해도 답이 없고, 만나도 확연히 시들해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내 드라마 주인공은 참으로 상대에게 용기 내어 잘도 묻는데 나는 그대에게 묻지 못했다. 내 잘못을 돌아볼 용기가 없었다. 어리석다. 사랑한 대상을 미워할 대상으로 바꿀 오기는 있으면서.


모든 겨울처럼 밤이 깊은 겨울이었다. 며칠째 몇 주째 연락이 안 되던 그대를 찾아 나섰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얇은 추리닝 바람이었다. 20년간 나는 그때의 내 행색을 다급함이라고 애절함이라고 포장했지만, 이제야 인정한다.


상처 주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너보다 순정이 있다. 그런데 너는 나를 버렸다. 그렇다면 무참히 무너져주겠다. 내 옆에 머물러 있어야 할 네가 기어이 날 그냥 스쳐만 지나가겠다고, 네가 상처 준 어린 이 사람을 똑똑히 기억하렴. 나는 눈 오는 그대의 집 앞에서 밤을 새워 오들거렸다. 그대는 이층 창문 너머로 나를 물끄러미 보다 커튼을 쳤다. 그리고 몇 달 뒤, 그대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대학을 갔어.
말해주고 싶었어.


뚝.


그대 목소리는 나에 대한 죄책감으로 작고 의기소침했다. 반면 내 목소리는 얼마나 당찼던가.


잘됐군.


웃음이 난다. 좀 더 나중까지 사랑한 게 뭐 그리 대단한 유세라고. 이후의 내 행동은 더욱 우스꽝스럽다. 그대랑 헤어지고 나는 이내 A, B를 만나놓고 7, 8년 뒤 다시 그대를 만나서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나.”라고 말했던 거 같다. 그때 그대는 참으로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책했었다.


왜 너는 그렇게 순정적인데, 나는 이 모양이냐고. 지금 사랑하는 누군가와도 나는 또 시들해진다고.


나는 기뻤다. 그대가 나랑 헤어져 계속 휘청대서, 그리고 내가 순정적으로 보여서.


그리고 다시 5, 6년 뒤 그대를 보았다. 그대는 여전히 휘청대고 여전히 나에게 미안해하고 여전히 또 누군가와 시들한 상태였다. 그때 나는, “이제 우린 친구야.” 하며 내가 그대를 극복하고 우정으로 승화시킨 단계를 서술하며 “넌 왜 그렇게 살아,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없어?” 하며 훈계하고 의기양양했던 거 같은데 기억하는지. 그리고 다시 5, 6년이 흘러 지금이다.


미안하다, 그대여.

이제야 고백건대, 나는 그대에게 바쳤던 순정을 스무 살 무렵에 이미 접었었다. 그런데 왜 말 안 했냐고? 나는 마음이 변하는 게 큰 죄라 생각했다. 그 어리석은 생각은 참으로 오래갔다. 그래서 그대를 괴롭히고 그대보다 나를 더욱 괴롭혔다. 그대와 헤어지고 누군가를 다시 만나서도 나는 여전히 그들에게, 그대에게 바쳤던 순정만을 내세우며 유치한 대사를 남발했다.


나에겐 네 자리가 없어.


젠장이다. 그러면서 왜 그들과 여행은 가고, 설레는 눈빛을 주고받고, 짜릿하기까지 했었는지. 그때 나는 그런 아이였다.


그대여, 이제 부디 나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라. 사랑에 배신은 없다. 사랑이 거래가 아닌 이상, 둘 중 한 사람이 변하면 자연 그 관계는 깨어져야 옳다.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마음을 다잡지 못한 게 후회로 남으면 다음 사랑에선 조금 마음을 다잡아볼 일이 있을 뿐, 죄의식은 버려라. 이미 설레지도 아리지도 않은 애인을 어찌 옆에 두겠느냐.
마흔에도 힘든 일을 비리디비린 스무 살에, 가당치 않은 일이다. 가당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대의 잘못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린 모두 오십보백보다. 더 사랑했다 한들 한 계절 두 계절이고, 일찍 변했다 한들 평생에 견주면 찰나일 뿐이다. 모두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다 괜찮다.


이제 나는 다시 그대와 조우할 날을 기다린다.


그때는 순정을 포장한 가혹한 내 행동들을 맘 아프게가 아닌, 그대와 웃으며 나눌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만약 볼 수 없다면, 잘 살아라, 그대. 그리고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나는 행복하다.


08722037.jpg?type=w150&udate=20150715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저자 노희경

출판 북로그컴퍼니

발매 201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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