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김원석
꽃을
빨리 보려
물주고
또
비료도 주고
물먹고
비료 먹거
너무
먹고
먹어
배가 불러
노랗게 꼶아
배틀어지는
꽃
친구 집 베란다에서 상큼한 냄새가 솔솔 들어왔습니다. "꽃 사다 놨어? 향기 정말 좋다~." 친구는 창을 활짝 열더니 널따란 화분 하나를 보여 줬습니다. "장미허브인데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라. 좀 가져갈래?" "응 응."
조심스레 몇 포기를 데려와 사무실 화분에 심었습니다. 그런데 무탈하게 잘 자란다는 친구 말과는 달리 시들시들 고불고불 축축 처져갔지요.
"장미 허브가 자꾸 시들해. 물이 부족하나? 영양제라도 사서 꽂아 볼까?"
마음이 달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야단을 부렸습니다. 친구는 한참 고민하더니 이러더군요.
"혹시 너무 유난스레 군 거 아냐? 향기가 좋다고 지나면서 자꾸 만진다거나 이 사람 저 사람 불러서 구경시키고. 물도 너무 자주 주지 말라고 했잖아. 그 아이도 새로 심겨진 곳에서 적응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거야. 조바심 내지 말고 지켜봐 줘."
내 눈에 어여쁘다고 해서 자꾸 만지고 쓰다듬고 사랑을 주는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홀로서기를 막고 부담을 주는 독일 수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하고 깊은 마음만 있다면 묵묵히 지켜 주고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질 테니까요. 전 오늘도 장미허브에서 애써 눈길을 거둡니다. 제 사랑 욕심 때문에 시들지 않도록, 배틀어지지 않도록요.
월간 어린이좋은생각 '웃음꽃' 임나리 편집장
* 출처 : 좋은생각 메일진 2012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