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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이세상

담아온 글들

남녀...사랑
2004.09.26 00:54

아프냐,나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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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이 내리던 날, 동네 호숫가에서 만났던 그녀가

지금 아프단다.

데이트를 취소하며 그녀가 목이 잠긴 목소리로 간신히 말할 때,

그는 자신의 편도선이 기도를 틀어막은 듯 아팠다.

결국 번개가 치듯 그녀의 집 앞으로 달려간 그는

그녀의 누런 얼굴에 어울리는 노란 감귤 한 봉지를 건네주고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곁들인 후, 집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연애시절의 그는 병약한 그녀에게 항상 말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그런데 결혼을 해보니, 일등 신부감의 첫 번 째 조건은

다름 아닌 건강이었다.

주부의 건강은 단지 그녀가 아프지 않다는 것 뿐 아니라,

집안이 항상 말끔하게 치워져있고, 잔소리와 신경질이 적어지며,

와이셔츠가 준비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는 걸,

미혼시절의 그는 몰랐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된 아내가 혼잣말을 한다.

"아이구,날이 추워져서 그러나..무릎에 다리미를 댄 것 같네. 아이구 아파..."

그 때 남자는 연말이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수금이 안된

거래처를 떠올리고 있었고,갑자기 견딜 수 없는 짜증이 몰아닥친다.

"아니,당신만 아파? 나도 아파! 나도 발이 무좀이야!"



아내가 말 없이 돌아누울 때,

남자의 가슴엔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생각해보니, 스무 살에 자기를 만나

제대로 된 옷 한 벌 입어보지 못했던 그녀가 아닌가.

단칸 지하 월세방에서 단독 전세집으로 올라오는 동안,

그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세 명의 아이를 키워냈다.

아마, 다른 남자를 만났더라면, 그녀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는 그 날 저녁 아픈 아내를 위해, 뚝배기에 된장찌개를 끓였다.

문득 달력을 보니,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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