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먹은 아이 두 명이 나란히 앉아서, 함께 산수 숙제를 하고 있다.
이 장면을 보고서 떠오르는 생각은 어떤 것일까?
여자는 그 아이들을 보고, ‘쟤들은 정말 친한가보다’ 라고 생각한다.
한편 남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산수를 잘 못해서 서로 도와주는구나?
어쩌면 반반씩 맡아서 서로 베끼는 중일 수도 있겠군.’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동시에 미소짓다가,
서로의 미소를 발견하고 다시 웃는다.
그들은 같은 생각을 하고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 에 대한 이들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바빠지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이 남자는 여자친구가 생긴 뒤
데이트 외에도 해야할 일들이 엄청나게 많아진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여자친구는 뭘 하든 남자친구를 불러냈는데, 예를 들면 얼마 전엔 이랬다.
카메라를 사야하니, 함께 가자고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자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나름대로 시장조사를 한 뒤, 그녀와 동행했는데,
막상 가게에 도착한 그녀는, 처음 들어보는 전문용어들을 남발하며
가격흥정까지 척척, 알아서 잘 사는 것이었다.
남자는 입도 뻥끗해보지 못했다.
소득세를 신고하러 갈 때도 그랬고, 아버지 선물을 고를 때도 그랬다.
그는 차츰, 그녀가 자기를 불러내는 것이,
자기 도움이 필요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화장품을 사러 갈 때도,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갈 때도,
같이 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요가를 같이 배우자고 졸라대는데,
참다못한 남자는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걸 꼭 같이 해야 돼?”
뭔가를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왜 남자들은 화를 내고 귀찮아할까?
많은 여자들이 이것을 불만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여자들이 남자친구에게 ‘같이 하자’ 또는 ‘같이 가줘’라고 했을 때,
남자들은 그 말을 ‘도와줘’ 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그 기대가 좌절되면,
실망하고, 지루해하고, 화가 나는 것이다.
그녀 옆에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있는 것이
언제나 재미나고 즐거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정말 현명한 여자들은,
다 알고있는 일이라도 남자에게 슬쩍 물어보는 재치를 발휘한다.
여자들은 필요없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남자들은, 아빠나 보호자가 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