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때부터 핸들을 좋아했던 그가

운전면허 시험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아버지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가 이미 수준급이었던 그가

운전면허 시험에서 떨어지자,

그의 여동생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물어본다.

"여자 만나려면 운전해야된다고 난리더니, 왜 떨어졌대? "

"어...과속했어."



핸들만 잡으면 속도를 잊는 남자가 있다.

만일 남자가 전혀 과속을 하지 않고

감시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도 안전속도를 지킨다면,

그것은 당신의 남자가 당신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태우고 있으니까, 조심하는 거야." 하고 말하며

커피 안에 크림이 퍼지듯 부드럽게 몬다.

하지만 과속하는 남자는 다시 과속하기 마련인데,

그 때쯤이면 그는 조수석에 누가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여자는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은 채,

맞은 편에서 오는 차와  아슬아슬하게 비켜 가는

남자를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살이 떨려오기도 한다.

그래서 조막만해진 심장을 달래며,

"운전 좀 그렇게 하지 마. 부딪히는 줄 알았잖아." 하고 말하면

남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저 차하고 내 차 사이에 트럭 한 대는 지나갔겠다."



남자는 여자보다 뛰어난 공간감각을 갖는다고 한다.

그래서 사실은 트럭이 한 대나 지나갈 공간이었는데,

뇌 구조가 이상한 여자가 괜히 떨었던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보다 훨씬 둔한 속도감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치타처럼 달릴 때도

달팽이처럼 기어간다고 느낀다.